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오피니언 칼럼

‘김영란법’ 불신(不信)사회 만든다

세명일보 기자 입력 2016.09.26 14:25 수정 2016.09.26 14:25

옛 중국 노자(老子)가 남긴 치대국약팽소선(治大國若烹小鮮) 이란 구절이 있다. 큰 나라 다스리기를 작은 생선을 요리하듯 하라는 뜻이다. 작은 생선을 요리 할 때는 창자를 빼내거나 칼로 토막을 내지 않는다. 생선을 그대로 냄비에 넣고 삶는다. 이리저리 뒤집거나 쑤시지도 않는다. 그렇게 하면 생선살이 다 떨어져 좋은 요리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나라를 다스리는 이치도 이와 같다. 국민을 들들 볶아대면 안 된다는 말이다. 통치의 바른 이치는 별것 아니다. 국민의 삶을 안정시켜주는 것이다. 국민들 삶이 안정되면 자신(自身)의 생업에 충실해 가정이 부유하고 행복해진다. 나라의 부강(富强) 또한 국민의 삶이 안정됨으로부터 시작된다. 훌륭한 임금은 덕(德)으로 나라를 다스리고 포악한 임금은 자기잘못을 상대 탓으로 돌리고 법과 세금으로 백성을 들들 볶아 된다.오는 28일 0시부터 부정청탁 및 금품수수의금지에 관한법률(일명 김영란법)이 시행된다. 이 법은 2012년 국민권익위원회가 법안을 내놓은 지 4년 만이다. 핵심은 공직자. 교원(유치원 교사포함). 언론인은 직무와 관련이 없어도 1회에 100만원. 연간 300만 원 이상 금품을 받으면 형사처벌 된다. 또 배우자의 금품수수를 알고 신고하지 않으면 3천만 원 이하의 벌금 또는 3년 이하 징역에 처한다. 100만 원 이하의 적은 금액을 주고받아도 해당 금액의 2~5배에 해당되는 과태료가 부과된다. 그동안 논란이 됐던 음식접대비 3만원. 선물가격 5만원. 경조사비 10만 원 이상을 받으면 처벌대상이 된다. 전국 4만919개 기관의 250만 여명이 직접 적용(適用) 대상이고 이들과 거래한 일반인도 처벌 대상이 된다. 모든 국민을 잠재적 범죄자로 엮어놓은 법이다. 그러나 우선 법을 지켜야 한다. 여기에는 이견이 없다. 그러나 법의 적용범위가 현실적이지 못하다는 비판(批判)이 많다. 김영란법 시행으로 부정부패 없는 깨끗한 나라를 만드는 계기(契機)로 삼아야 된다. 하나 현재 국민의 법감정(法感情)으로 볼 때 어안이 벙벙하다. 청문회에서 국민이 이해할 수 없는 위법행위가 눈 덩이처럼 불어나고 고위공직자로써 부적격 상황이 줄줄이 밝혀져도 임명권자가 임명하면 그만이다. 돈이 있으면 무죄(無罪)가 되고 돈이 없으면 유죄(有罪)가 된다는 유행어가 요즘은 권력이 있으면 무죄. 권력이 없으면 유죄라는 말로 풍자되고 있다.우리나라는 지금 윗물이 너무 흐리다. 이런 현실에서 김영란법이 시행된다. 힘 있는 큰 고기는 다 빠져나가고 힘없는 피라미들만 걸려들어 고통 받는 악법(惡法)이 되지 않을까 걱정된다. 국회는 사법부와 검찰개혁. 고위공직자 수사처 신설. 국회의원의 각종 특권 내려놓기 등 권력층 부정부패 척결에 대한 법률을 먼저 만들어야했다. 권력기관 개혁과 고위공직자 부정행위 처벌법을 만들지 않고 있다가 하위급 국민만 들볶을 소지(素地)가있는 김영란법을 빠르게 통과시켜 시행되게 하는 것은 의도(意圖)가 순수해 보이지 않는다. 물론 국회의원은 이 법 적용대상에서 빠졌다. 누가 악법도 법이라 했던가. 이제 김영란법은 싫든 좋든 지켜야 된다. 차질 없이 정착되도록 사회가 철저하게 대비하고 따라야 된다. 법의 범위를 둘러싸고 우려와 반발 등 논란이 많았다. 시행초기에 부작용과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이란 지적도 있다. 그렇다고 돌이킬 수는 없다. 적용 대상이 되는 기관과 대상자는 물론 모든 국민이 법의 취지와 내용을 철저하게 익혀야 된다. 당국도 법 시행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을 파악하고 빠르게 시정해 억울한 국민이 없도록 만전을 기해야 된다.이법시행으로 부정부패 일부 감소는 기대되지만 악용으로 인해 우리 고유의 미풍양속(美風良俗)이 사라질 수 있다. 직장동료간은 물론 공무원과 민원인. 교원과 학부모. 언론인과 취재원 간의 경계의 벽이 높아지고 나아가 불신(不信) 사회가 조성될 수 있다. 또 이법의 해석 범위가 넓어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법이 될 수도 있다.김영란법은 공직자. 교원. 언론인의 부정부패 근절을 위한 법이라고 하지만 모든 국민이 적용대상이다. 언제 어디서 사건이 발생할지 알 수 없다. 이법을 경쟁상대를 제압하기위한 수단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방심(放心) 하다가 자기도 모르게 휘말려 낭패를 당할 수 있다. 당국은 홍보와 교육을 강화해 불이익을 당하는 국민이 없도록 해야 된다. 법의 취지가 아무리 좋아도 부작용이 있으면 안 된다. 정부는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않기 바란다.


저작권자 세명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