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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제주 청년의 ‘일자리’ 문제

안진우 기자 입력 2018.12.04 20:18 수정 2018.12.04 20:18

김 수 종
뉴스1 고문

제주도는 ‘탈 대도시’를 생각하는 중산층 사람들의 로망이다.
그 이유는 뭘까. 그건 아마 파괴되지 않은 청정 자연과 국제도시의 발전 가능성일 것이다. 이 두 조건은 서로 모순되는 욕구지만 서울 등 대도시 사람들에게 묘한 호소력을 발휘하는 것 같다.
그래서 2010년 한해 437명의 순유입 인구가 최근에는 1개월에 1,000명 이상이 된다. 그렇게 8년 동안 육지에서 제주도로 들어온 순유입 인구가 지난 9월말 현재 7만 명을 넘었다. 2009년 56만 명이던 인구가 현재 67만 명으로 증가한 것은 육지에서 제주로 들어간 순유입 인구 증가 때문이다. ‘10년 18% 인구증가’는 제주도를 격변의 소용돌이로 몰아넣었다. 이런 현상만 보면 제주도는 활기에 넘칠 것만 같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렇지가 않다. 청년 일자리 문제가 심각하기 때문이다.
지난달 23일 뉴스1 제주본부 주관으로 제주대학교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일자리창출’ 포럼은 대도시 사람들의 로망인 제주도가 청년들에게 ‘일자리 문제지역’임을 확인하는 토론장이었다.
전통적으로 1차 산업 의존도가 컸던 제주도는 인재유출이 심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 등지의 대학으로 진학했던 대학생들이 적당한 일자리가 없는 고향으로 돌아오지 않기 때문이다. 이건 다른 지역에서도 나타나는 일반적인 현상이기는 하다. 그런데 특이한 것은 순유입 인구가 크게 늘어난 2013년부터 제주 청년(20~34세)의 유출은 두드러지게 높아졌다. 2016년부터 2만5,000명을 웃돌고 있다. 인구가 늘어나면서 기회가 많아질 것 같은데, 왜 청년들은 제주도를 떠나고 있을까.
그 정확한 이유는 전문가들의 연구 대상이겠지만 몇 가지 이유를 추정해 볼 수 있다. 순유입 인구의 증가로 인구 이동이 심해지면서 제주에 정착했던 사람들이 다시 제주도를 떠나는 숫자가 많아지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러나 제주도에서 취업기회를 찾지 못하는 청년들이 ‘탈 제주’를 시도하기 때문이 아닐까 추정된다. 2017년에 이루어진 제주도의 청년실태조사에서 46%의 청년들이 일자리와 관련하여 ‘더 나은 곳을 찾아 제주를 떠나고 싶다’고 답변한 것을 보면 일자리에 대한 불만이 큰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사실 통계상 제주의 청년고용률은 나쁘지 않다. 전국 평균 청년고용률이 42%인데 비해 제주 청년 고용률은 6%가 더 높은 48%다.
그러나 고용의 질은 열악하다.
제주 청년 평균 임금은 전국 평균보다 27만원 적다. 저임금 근로자 비율도 전국 평균 26.2%보다 높은 32.5%다. 비정규직 또는 일용직 등 불안정한 일자리 위주의 고용구조가 제주도 고용시장의 특징이다. 제주 청년들의 삶을 팍팍하게 만드는 요인은 주택비 등 생활비가 최근 급격히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요즘 잠잠해졌지만 중국관광객 붐이 일면서 제주도 전역에 불었던 부동산 광풍의 여파는 서울 근교를 뺨치는 높은 주거비로 젊은이들을 좌절시키고 있다.      
이날 일자리 포럼에 초청된 이목희 대통령직속 일자리위원회부위원장이 기조연설을 통해 공공일자리 확충 등 정부정책을 설명하며 내년 하반기에는 국민이 이해할 수 있는 고용효과를 제시했지만, 정부의 미래 지표에 거는 기대는 썩 높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이 부위원장이 청년창업자, 대학생, 취업준비생, 프리랜서, 중소기업대표, 대학 관계자 등 30여명과 함께 도시락 점심을 먹으며 일자리 현장의 문제점을 듣고 소통하는 시간이 유익해 보였다. 현장에서 나오는 민원을 정부가 다 해결해줄 수는 없을 것이지만, 지역마다 다른 일자리 문제의 고민을 수렴할 수 있고 정부의 돈이 효율적으로 쓰이기보다 엉뚱하게 샐 여지도 점검할 수 있는 기회였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주도청은 이날 포럼에서 ‘지속가능한 그린 일자리창출’이라는 비전을 제시했다. 제주도가 가진 지하수 및 심층수 자원, 신재생에너지 등에서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특이한 계획은 한라산 국립공원을 확대하여 이를 보전하는 사업을 통해 ‘해설사’ 등 일자리 1500개를 창출하는 방안이다. 제주의 특성을 살린 공공 일자리 만들기 방안이지만, 아직 도민과 국민을 설득할 수 있는 계획으로 다듬는 과제가 만만치 않아 보인다.
서울서 가장 멀리 떨어진 제주도에서 논의된 이날 일자리 포럼이 던진 의미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조율된 정책과 지역의 기업 활동이 결합될 때 청년 일자리 문제가 개선될 것 같다는 기대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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