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만 흘렀을 뿐 ‘출구’가 안 보인다. 지난 7월28일부터 시작돼 70일이 흐른 이화여대 사태의 현재 모습이다.5일 농성에 참여 중인 이대 학생들에 따르면 이들은 오는 7일 오후 8시부터 3차 총시위를 계획하고 있다. 졸업생들까지 합세한 총시위가 처음 열린 건 학교 측이 미래라이프대학(평생교육 단과대학) 설립 방침을 철회한 8월3일이었다.농성의 목적이 평생교육 단과대학 취소에서 총장 사퇴로 옮겨진 전환점이기도 했던 당시엔 1만여명(경찰추산 5000여명)이 이대 교정을 가득 메웠다.학생들은 최경희 총장이 ‘8월9일 오후 3시까지 사퇴하라’는 요구에 반응을 보이지 않자 다음 날인 10일에 재학생과 졸업생 합동 시위를 다시 열었다. 이 때는 학생과 경찰이 추산한 참여 인원 규모(3만5000여명 대 3500여명)가 워낙 차이가 심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8월3일과 10일은 시위 분위기가 최고조에 달했던 때이다.학생들이 세 번째 총시위를 예정하고 있는 7일은 본관 점거 농성이 시작된지 72일째 되는 날이다.앞선 두 번의 시위와 달리 2개월이 넘은 시점에서 이같은 대규모 궐기가 예고된 건, 그만큼 학생과 학교 측이 접점을 조금도 찾지 못한 채 각자 평행선만 달리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양 측이 간극을 좁히지 못하게끔 만드는 악재는 외부에서도 비롯되고 있다.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소속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4일 서울경찰청 국정감사에서 “최 총장은 7월30일 오전 11시15분께 서대문경찰서 정보보안과장과의 통화에서 적극적으로 경력 투입을 요구했다”고 밝힌 바 있다.이에 대해 서대문경찰서 관계자는 “‘적극적’이었다는 건 최 총장이 이미 기자회견 등을 통해 밝힌대로 당시 ‘상황이 너무 긴박하다. 감금된 교직원, 교수들을 구출해달라’고 했다는 의미이지 다른 요구는 없었다”고 설명했다.하지만 학생들이 최 총장의 사퇴를 집요하게 촉구하는 핵심 이유 중 하나인 대규모 경찰 투입 문제가 국회 국감에서까지 도마 위에 올랐다는 자체로 사태 해결엔 마이너스 요소로 작용할 수 밖에 없다.여기에 최근 ‘미르·K스포츠재단’ 문제의 핵심 당사자인 최순실씨의 딸이 승마 특기생으로 이대에서 여러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까지 불거져 최 총장 입지를 더욱 흔들고 있다. 학생들은 자신들의 요구가 학내에서 관철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타깃 포인트’를 바꾸기도 했다. 농성 37일째였던 지난달 2일 이사회를 상대로 최 총장 해임을 요구한 것이다.학생들은 만일 이사회가 이를 들어주지 않을 경우 이사회 회의록 삭제, 부총장 법인카드 유용 등 학교 당국의 모든 의혹에 대해 전면적이고 철저한 감사를 요구하겠다는 강력한 경고까지 던졌다.하지만 장명수 이화학당 이사장은 열흘 뒤 학생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사퇴 서명에 동참하지 않은 교수들이 80%가 넘는 상황에서 총장 해임을 논의할 수 없다”고 못을 박았다.실제 교수들 사이에서도 총장 사퇴 문제를 놓고 이견이 분분해 중재 역할을 전혀 못 하는 실정이다.사태가 장기화하며 소통과 이해는커녕 마찰음만 자꾸 발생하다보니 살풍경도 늘고 있다.최 총장은 지난 8월26일 졸업식에서 축사를 시작하려던 참에 일부 학생들의 기습적인 “해방이화, 총장사퇴” 구호가 계속되자 연설을 거의 하지 못한 채 단상에서 내려오고 말았다.지난달 28일에도 최 총장은 채플에 참석했다가 학생들이 야유하고 구호를 외치는 비슷한 상황이 발생하자 쫓겨나다시피 대강당을 나왔다. 이 때는 학생들이 현장 모습을 동영상으로 찍어 유튜브에 올린 후 기자들에게 ‘보도자료’라며 주소를 보내기까지 했다.이대 관계자는 “누구의 잘잘못을 떠나 실질적 피해를 보고 있는 건 결국 정상적인 연구활동 및 학교생활 등에 지장을 받는 교수들과 학생들”이라며 “최 총장이든 학생들이든 한쪽이 큰 결단을 내리지 않는 이상 학내 선에서 사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솔직히 없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