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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기고

자리보전 급급한 이정현 대표의 궤변

뉴시스 기자 입력 2016.11.06 16:53 수정 2016.11.06 16:53

새누리당에서는 지난달 31일 아침부터 비박계 의원들은 물론 친박 의원들의 이름이 적힌 연판장이 나돌았다. 최순실 국정농단 파문의 공동 책임을 지고 이정현 대표가 퇴진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이에 대해 이정현 대표는 "어려울 때 그만두고 물러나고 도망가는 것은 선택할 수 있는 것 중 가장 쉬운 것"이라며 의원들의 요구를 단칼에 거부했다. 사퇴 의향을 묻는 기자들의 거듭된 질문에는 "그만 좀 질문하라"며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인 뒤 서둘러 자리를 떴다. 이 대표의 말은 표면적으로는 일리가 있어 보인다. 최악의 위기 상황에서 세월호 선장처럼 혼자 도망가면 결국 당이 좌초하지 않겠느냐는 논리다. 그러나 그 말은 본질을 흐리는 이 대표의 궤변에 다름 아니다.사태가 이 지경까지 이르는 동안 이 대표는 무엇을 했나 살펴보자. 최순실의 국정농단이 시작한 것은 현 정부 시작점부터다. 박근혜 대통령의 오랜 복심 격인 이 대표는 인수위를 거쳐 현 정부 출범과 함께 청와대 정무수석과 홍보수석을 지냈다.최 씨에게 청와대 문건이 건네지는 순간에도 이 대표는 박 대통령과 가장 근접한 거리에 있었다. 그런데 이를 몰랐다면 무능한 참모였다는 얘기가 되고, 알고도 방치했다면 범죄 행위를 방조한 것이 된다. 이뿐만이 아니다. 최순실 사태가 불거지고 박 대통령이 "연설문 수정 도움을 받았다"고 대국민 사과를 하자, "나도 연설문을 쓸 때 주변 지인 도움을 받는다"고 말해 끓는 민심에 기름을 부었다. 자신의 연설문과 대통령 연설문도 구분을 못하느냐는 질책이 쏟아진 건 당연했다.그에 앞서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 건의안의 국회 통과 때에는 느닷없이 '단식 카드'를 빼들었고, 3일 만에 당내 의원들과 상의도 없이 회군 지시를 내려 자신의 리더십에 스스로 상처를 입혔다. 그러더니 급기야 6일 만에 아무런 소득도 없이 단식 중단을 선언하고 병원에 실려 가는 등 우왕좌왕하는 모습만 보였다.여당의 이미지 추락은 물론 당내 혼란만 가중시켰다. 이 같은 일들이 8월초 집권 여당의 대표에 오르면서 "당을 환골탈태 시키겠다"고 선언한 이 대표의 두 달 반 성적표이다. 이 대표 퇴진 요구에 서명한 의원은 이날 오전만 해도 전체 당 소속 의원의 절반가량인 54명이었고 그 수는 더 늘어나고 있다. 그런데도 이 대표는 최순실 사태를 수습하겠다며 아직도 대표실에 머물러 있다. 지금의 새누리당 상황을 보면 이 대표가 스스로 떠나면 당이 세월호처럼 좌초하는 게 아니고, 본인이 그 자리를 유지하고 있는 게 당을 침몰하는 세월호처럼 만들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당원들의 한숨 소리만 커져간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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