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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OK목장의 결투가 시작됐다

세명일보 기자 입력 2016.11.08 16:39 수정 2016.11.08 16:39

보수와 진보의 대결전이 다가오고 있다. 차기대선에서도 여전히 아날로그와 디지털,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선거가 될 것이란 예상이다. 아직은 양진영의 확실하고 뚜렸한 아이콘이 없는 것 같다. 또한 확실한 콘텐츠도 없는 형국이다. 앞으로 날이 갈수록 진화 할 것이다. 과거에는 풍족한 콘텐츠의 진보와 빈곤한 콘텐츠의 보수와의 대회전 이였다. 1998년도 대선 당시 진보를 표방한 김대중 후보의 민주당은 힘의 열세 속에서도 풍족한 콘텐츠로 무장한 소프트웨어로 보수의 보루인 막강한 아날로그의 거함 한나라당을 침몰시켰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결과였다. 당당하게 디지털화한 소프트웨어의 개혁이 현실에만 안주하고 있던 하드의 보수를 이긴 것이다. 차기 대선은 판도는 어떨 것 같은가? 초반전부터 ‘송민순 회고록의 파문’이 심상치 않다. 이번 파문은 대선 바람의 방향을 가늠하는 풍향계(風向計) 역할을 톡톡히 할 것이란 예상이다. '시대의 바람'을 등에 업은 쪽은 가속기의 페달을 밟을 것이고 가슴에 맞는 쪽은 브레이크가 걸릴 것이다. 얼마 전인가 일본총리를 뽑는 민주당 대표선거에 다루토코 신지란 생소한 인물이 출마했던 때가 있었다. 5선의 중의원 이었지만 인지도가 높지 않아 민주당 1세대이자 당시 재무상인 간 나오토에게 졌다. 하지만 당락과 관계없이 그의 출마는 주목할 만했다. 그의 경력이 일본 정치의 미래를 이끌고 갈 차세대 주역의 면모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보수적이었다. 미.일 동맹을 중시하고 기회균등과 건강한 경쟁을 정치 철학으로 삼고 있었다. 하토야마 총리의 오키나와 미군기지 재편 시도를 비판했고, 이념이 다른 사민당과의 연립를 주장하기도 했다. 오히려 자민당에 가까운 철학이었다. 하지만 그는 자민당을 선택할 수 없었다. 의원직을 자녀에게 세습하는 낡은 자민당이 가난한 그에게 자리를 내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가난한 지방에서 가난한 양복 직공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어린 시절 여동생을 눈앞에서 교통사고로 잃었다. 할아버지는 두 눈을 못 보는 장애인이었다. 그는 이날 연설에서 “어떤 상항이 와도 너는 두 다리로 반듯하게 서서 정정당당하게 살아야한다.”고 할아버지가 가르쳐 주었다고 소게했다. ‘기회균등’과 ‘건강한 경쟁’이라는 보수 철학을 장애인 할아버지가 가르쳐 주었다는 결론이었다. 부상으로 야구 선수의 꿈을 접은 그를 정치 세계로 인도한 것은 마쓰시타(松下)정경숙이란 정치학원 이었다. 거대 가전기업 마쓰시타의 창업자가 돈과 배경이 없어 정치 꿈을 이루지 못하는 가난한 인재들을 위해서 만든 곳이다. 보수적 학풍인 이곳을 그는 3기로 졸업했다. 민주당에는 정경숙 출신 국회의원이 30명이 있었다. 대부분 보수 그룹에 속한다. 자민당(6명)보다 훨씬 많았다. 가장 앞서 가는 마에하라 세이지의원은 어린 시절 아버지를 자살로 잃은 모자(母子)가정 출신이다. 당내 정경숙 출신 그룹을 이끄는 노다 요시히코 의원은 자위대원의 장남으로 태어나 가스 검침원으로 생계를 유지한 시절도 있었다. 이들은 한국 386보다 약간 윗세대다. 하지만 이념과 투쟁이 뿌리 뽑힌 조용한 대학을 다녔다. 무엇보다 국가의 혜택을 많이 받았던 그들이었다. 경제는 고도성장을 넘어 안정 성장으로 진입하던 때였다. 국부는 재(再)분배를 통해 저소득층과 지방으로 흘러들어갈 때였다. 덕분에 다루토코 의원은 가난했지만 비참하지 않았다. 마에하라 의원은 고등학교부터 장학금을 받고 명문 교토대 법학부를 졸업했다. 가난해도 성공할 수 있다는 사회적 온기를 경험한 세대다. 당시 그런 정책을 추진한 정당은 자민당이었다. ‘자본주의 탈을 쓴 공산주의’ ‘대중 연합주의’라는 비판도 받았다. 하지만 그런 정책이 없었다면 지금 일본은 사회를 원망하고 보수를 증오하는 정치인들에게 내맡겨졌을 것이다. 한국의 보수는 이 중요한 보수의 가치를 스스로 포기했다. 가난한 인재들에게 보수의 가치를 존중받으려면 보수의 나라가 절대 차갑지 않다는 것을 체험으로 알려줘야 한다. 일본은 그것을 잘 알려줬기 때문에 가난한 사람들이 보수를 미워하지 않는다. 가난한 진보와 건강한 보수를 국가와 사회가 함께 육성해 왔기 때문에 일본의 국가이념 기반은 아주 튼튼하고 정당하다. 한국 대선의 현재정세는 야풍(野風)이 드세지만, 게임은 정작 지금부터다. 보수든 진보든 따뜻해야한다. 그리고 정정당당해야 한다. 언제든 국민을 우롱하거나 꼼수를 부려서는 안된다. 그래야 나라가 바로 선다. 송민순 회고록 파문도 국민들이 먼저 알고 있다는 사실을 당신만 모르시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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