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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대구 경상여고 가스유출사고, 연례행사 원인조차 모른다니

세명일보 기자 입력 2019.09.04 19:54 수정 2019.09.04 19:54

우리사회가 학교의 존재 이유를 찾으려면, 이런 질문조차 어리석은 일이다. 학교는 학생들이 교사로부터 인성과 학과에 대해 공부하는 곳이다. 학교사회는 사회의 어느 분야보다 안전하게 공부 등을 할 수가 있는 공간이다.
이런 학생들이 공부하는 공간에 올해부터 해거리로 유독가스가 풍겨 학교가 안전으로부터 소외되고 있는 판이다. 일산화탄소 등 유독가스는 호흡으로 폐에 들어가면, 산소보다 혈색소에 210배 강력하게 결합한다. 따라서 인체는 산소를 이용할 수 없게 된다. 지난 2일 대구 경상여고에서 발생한 가스흡입 사고 원인을 밝히기 위한 조사가 이틀째 진행되고 있지만 원인을 규명할 단서를 찾지 못했다. 지난 3일 오전 대구시보건환경연구원과 대구지방환경청, 북구청 등은 학교 강당과 과학실험실 등지에서 가스유출 여부나 악취 발생 요인이 있는지를 조사했다. 학교 인근 3공단 입주업체 등도 점검했다. 이 학교는 지난 2017년에도 원인 미상의 가스가 연거푸 발생했다. 관계기관은 당시에도 원인을 파악하지 못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학교가 유독가스를 발생시키는 곳이 아닌 이상 2년 동안에, 아직까지 원인조차도 몰랐다니, 학생들과 교사들은 학교가 왜 존재하는지도 모를 판이다. 지난 3일 북구 등에 따르면, 경상여고는 지난 2017년부터 악취 등으로 학생들의 고통 호소와 근절대책 요구가 끊이지 않았다. 끊이지 않았다는 것은 유독가스의 발생이 해거리가 아니고 날마다 발생하고 있었다는, 학생들의 육성 증언이다. 2년 전 사고 당시 북구와 대구교육청 등은 관계기관과 함께 학교 인근에 위치한 제3산업공단에서 20여 차례 시료를 채취해 분석했지만, 원인을 밝히지 못했다. 이에 대구교육청은 지난해 6월 이후부터 임시방편으로 학교 창문을 이중창으로 교체하고 공기 청정기 1백여 대와 공기 순환기 36대를 배치하는 등 학생들의 공기질 개선에 나섰다.
대구교육청, 가스공사, 대구환경청, 학교 등은 이번 사고 원인으로 크게 세 가지를 꼽고 있다. 인근 3공단에서 유입된 원인 미상의 가스, 강당 내 에어컨에서 나온 프레온 가스, 강당 아래 위치한 과학실의 원인 미상의 화학물질 유입 등이다. 3공단의 원인 미상의 가스 유입설은 사고가 발생한 지난 2일 오전 일부 교직원들이 가스 냄새를 감지해, 제기됐다. 강당 내 에어컨에서 새어 나올 수 있는 프레온 가스는 무색·무취로 냄새가 나지 않아 가능성이 적다. 과학실로부터 가스유입 가능성은 사고 발생 직후 최초 측정과 2차 측정에서 인체에 영향을 미칠만한 성분이 검출되지 않았다. 대구교육청은 학생들의 안전을 위해 강당 아래층에 있는 과학실의 이전을 검토하는 한편 사고가 발생한 강당의 지붕에 창문을 설치해 공기 순환을 원활하게 할 예정이다. 유독가스의 진원지도 확실하게 모르고, 땜질식의 예산 거덜 내기가 아닌가한다.
지난 2일 오전 10시 49분께 경상여고에서 학교장의 이·취임식 중 학생들이 원인 미상의 가스를 흡입해, 전교생 8백여 명 중 74명이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다. 사고 다음 날인 3일에도 1·3학년 각 1명, 2학년 11명 등 모두 13명의 학생이 두통 등의 이유로 결석했다. 2학년 학생 5명은 등교 후 병원을 찾아 진료를 받았다. 본지의 보도에 따르면, 2017년과 올해인 2019년에 두 차례의 큰 사고가 발생한 셈이다. 병원행이 아닌, 두통의 정도로 적은 유독가스는 날마다 쉼 없이, 발생했다고 본다. 사고가 터질 때마다 북새통으로 온통 난리판을 벌이고는 있다. 북새통은 단 한 번도 많다. 북새통의 내용을 살피면, 근본과 기본은 없고, 변명식 해명만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근본과 기본에 충실했다면, 2017년에 이미 해결돼서야 할 문제이다. 학교현장에 유독가스가 발생해 공부 대신 책장을 덮고 병원행만한다면, 유독가스의 진원지를 찾아서 해결한 다음 진원지를 발생시킨 책임자를 문책해야한다. 우리사회가 학교를 가장 안전하게, 공부하는 공간으로 만들어 줘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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