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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하나가 낳은 게 죄?’

뉴시스 기자 입력 2016.11.17 20:19 수정 2016.11.17 20:19

"대기번호를 보고 내년도 계획을 세우는데 연초도 아니고 행정절차를 변경하면 어떡하나요." "어린이집 대기순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이제 그냥 취소가 되어 버리네요. 아이 한명만 낳은 게 죄인가요."지난 8일 시행된 '3자녀 이상+맞벌이' 가정 어린이집 최우선 입소 제도가 학부모들의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 이 제도는 정부가 지난 8월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관계부처 합동 '저출산 보완대책'에 포함된 것으로 3자녀이상 다자녀 가구에 어린이집 입소시 가점을 부여하는 내용이다.3자녀이상 가구의 입소순위 점수를 100점에서 200점으로 상향 조정하면서 입소순위가 뒤바뀐 것이다.3자녀이상이면서 동시에 맞벌이 가구(200점)인 경우 추가로 중복가점 300점을 부여해 총 700점으로 어린이집에 최우선 입소 자격이 생겼다. 3자녀이상 가구도 점수가 높아져 '영유아가 2자녀 가구'를 제치고 우선권을 얻게 됐다.하지만 제도 시행이후 어린이집 대기순서가 뒤죽박죽되면서 학부모들은 대혼란에 빠졌다.서울시의 보육포털서비스 '보육신문고'에는 제도 시행이후 어린이집 입소 순위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는 글들이 쇄도하고 있다. 연년생 두 자녀의 부모 A씨는 "지금도 많은 엄마들이 '우리 아이가 입소확정이었는데 왜 갑자기 순번이 밀렸는지 잘 모른다'고 한다"며 "적게는 30위씩, 많게는 수십위씩 순번이 밀려났다"고 말했다.자신을 한 자녀의 부모로 소개한 B씨도 "맞벌이로 아등바등 노력하고 있는 데 이제 둘 중 한 명이 직장을 그만두게 생겼다. 주변에 결혼해도 애는 낳지 말라고 해야겠다"고 빈정거리는 글로 불만을 표시했다.학부모들이 다자녀 가구에 대해 가점을 주는 것 자체에 대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하지만 제도 시행시기에 대해 불만의 여론이 높다.보건복지부는 지난 8월말 어린이집 입소제도 개선 시행을 발표했지만, 그동안 어린이집 입소대기관리시스템인 임신육아종합포털 '아이사랑(www.childcare.go.kr)' 개편 작업에만 몰두해왔다. 그러다 11월 어린이집 입소 결정시기가 닥쳐자 제도 시행을 전격 발표해 빈축을 샀다. 복지부는 어린이집에 11월에 어린이집 입소제도 개선을 시행하겠다고 통보했다고 설명했지만, 현장에서는 잘 전달이 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학부모들은 이미 입소순위까지 다 확인해놓고 결정만 기다리고 있던 상황에서 갑자기 입소순위가 뒤바뀌자 황망한 심정이라고 입을 모은다.학부모 A씨는 "어느 가정은 입소가 가능하다는 얘기를 들고 근처로 이사를 안 집도 있고, 어떤 집은 내년 복직을 준비하며 회사에 통보를 해놓은 상태"라며 "사전에 고지 없이 갑자기 입소순위가 바뀌었다는 건 문제"라고 지적했다.복지부는 이같은 학부모들의 항의에도 "어쩔 수 없다"는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돌봄수요가 가장 큰 '3자녀 이상+맞벌이' 가정에 어린이집 최우선 입소순위를 주기로 결정한 것은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학부모들이 억울함을 느끼고 있는 것은 이해하지만, 어느 시기에 시행하더라도 피해를 보는 분과 혜택을 보는 분이 생기는 '제로섬 게임' 같은 제도"이라며 "시행시기를 연기하더라도 결과는 같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복지부가 논란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어린이집이나 학부모와 소통 노력이 부족했다는 점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복지부는 2자녀 이하 맞벌이와 홑벌이 등 피해 계층이 있을 것으로 보고 내부적으로 시뮬레이션을 실시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변수가 너무 많고 각 가정이 처한 상황이 달라 특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별다른 구제책을 마련하지 않고 제도 시행을 밀어 붙였다.또 복지부는 "학부모들이 선호하는 국공립어린이집에 사람이 몰린 결과"로 해석하고 있으나, 일부 지역은 어린이집 숫자가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거나, 어린이집간 거리가 멀어 학부모들이 불편을 감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3자녀 이상 맞벌이' 가구가 상대적으로 더 많은 지역도 학부모들의 불만이 팽배한 상황이다. 이와 함께 복지부가 현재 어린이집 입소순위와 관련 다자녀 가구의 기준을 '3자녀 이상'에서 '2자녀 이상'으로 낮추는 방안을 검토 중인 상황에서, 정부와 정책 수요자간 불협화음이 또다시 재현될 수 있는 소지는 여전히 남아있다.육아정책연구소 권미경 실장은 "학부모들이 어린이집 입소 우선순위에 연연하는 이유는 주변에 믿고 맡길 수 있는 어린이집이 없다는 점 때문"이라며 "다자녀 가구에 대해 입소 우선순위를 주는 것은 필요한 부분 이지만 어린이집의 질적 수준의 편차를 줄이는 데 정책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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