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구주가 80세 이상인 가구의 소득은 최저 생활을 유지하는 데 필요하다고 여겨지는 생활비의 70%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래 사는 사람은 늘고 있지만 이들의 품위있는 삶을 뒷받침할 수 있는 여건은 전혀 안돼 있어 장수리스크가 현실화하고 있는 셈이다.국민연금공단 산하 국민연금연구원이 만 50세 이상 가구원이 있는 전국 5110가구와 그 가구에 속하는 만 50세 이상 개인 8689명을 대상으로 국민노후보장패널조사(2013년 기준)를 실시한 결과 이 같이 나타났다. 조사 결과를 보면 65세 이상 노인 중에서도 전기노인(65~74세)과 후기노인(75세 이상)의 경제적 편차가 크다는 점이 여실히 드러난다. 최소 노후생활비에 대해 묻는 항목에 50대~80세 이상 평균은 부부기준 159만4000원, 개인기준 98만6000원으로 집계됐다. 이 중 아직 노인의 범주에 들지 않는 50대를 제외하고 60대와 70대, 80대의 실질 가계소득을 보면 60대까지는 최소 노후생활비가 실질소득을 넘어선다.조사에 따르면 60대가 필요로하는 최소 노후생활비는 150만7000원이다. 가구주 연령대별 월평균 실질가계소득을 보면 가구주가 60대인 가구의 부부기준 실질소득은 223만7000원으로 조사됐다. 신체적으로 노동을 통한 근로소득 창출이 가능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 노후생활비 마련방법을 보면 근로활동(12.6%)과 배우자의 소득(8.5%)이 20%를 웃돌았다. 70대의 경우 각각 10.2%, 3.4%였고 80대는 3.5%, 0.7%에 불과했다. 다만 60대의 경우 미혼 자녀와 함께 사는 경우도 많아 성인이 된 자녀의 소득이 가계소득에 함께 잡혔다는 점에서 수치가 높게 나온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70대부터는 역전 현상이 벌어진다. 70대의 최소생활비 응답 평균은 130만6000원인데 반해 가구주가 70대인 가구의 가계소득은 123만8000원으로 7만원 가량이 부족하다. 80세가 넘어가면서부터는 간극이 극심하게 벌어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가구주가 80대인 가구의 가계소득은 84만3000원으로 최소생활비 121만7000원의 약 70%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 연령대가 높을수록 자녀로부터 받는 용돈이 생활비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70대와 80대가 자식 및 친척에게 받는 생활비 및 용돈은 각각 30.2%, 38.1% 수준이다. 국민연금은 각각 12.9%, 5.1%에 그쳤다. 개인연금과 사적보험, 퇴직금(퇴직연금) 등을 합친 수치는 1% 내외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 같은 가족으로부터의 사적이전도 점점 줄어드는 추세다. 지난 9월 통계청이 발표한 '2016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자녀나 친척 지원을 받는다'는 응답은 2013년 35.4%에서 2015년 28.6%로 떨어졌다. 초고령화 사회 진입을 눈 앞에 두고 노인빈곤문제는 곧 전반적인 사회문제로 연결된다는 점에서 대상을 세분화한 정책 수립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재호 한국보건복지인력개발원 책임연구원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노인빈곤율 통계를 전기노인과 후기노인으로 나눠 작성하고 있다"며 "정책적으로도 두 집단을 나눠서 생각한다는 의미로 우리 역시 필요한 부분"이라고 밝혔다. 김 책임연구원은 "근로 능력이 있는 전기노인에게는 일자리를 제공하고 일을 할 수 없는 후기노인에게는 가사도우미나 장기요양서비스 같은 사회서비스를 확대하는 방식으로 타깃팅을 달리 하는 정책수립이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