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중장년층 헌혈 활성화에 고심하는 이유는 우리나라 혈액 수급이 젊은층에 집중되는 기형적인 구조기 때문이다.우리나라 헌혈율은 6.1%로 독일(8.9%)을 제외하면 세계에서 상위권에 속한다. 하지만 헌혈자의 77%는 10·20대다. 매년 여름·겨울 방학철만 지나면 혈액수급이 불안정해지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앞으로 저출산 문제가 심화될수록 젊은층에게 헌혈을 의존하는 현재의 방식만으로는 만성적인 혈액수급 위기에서 벗어날 수 없는 상황이다.복지부와 대한적십자사에 따르면 대한적십자사가 집계한 올해 1~10월 누적 기준 헌혈자수는 217만8476명으로, 전년 같은 기간 239만796명에 비해 8.9% 감소했다. 올해 지난 2011년(261만6575명) 이후 5년만에 헌혈자수가 전년 대비 감소하며 뒷걸음질 칠 것으로 보인다.여기에 적십자사 외에 헌혈기관으로 지정돼 운영 중인 한마음혈액원의 연간 헌혈자수가 약 20만명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우리나라가 안정적인 혈액수급 상황을 유지할 수 있는 헌혈자수인 약 300만명에 미달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헌혈자수가 감소한 것은 전반적으로 헌혈자수가 감소한 것도 있지만,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10·20대 헌혈의 감소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이달 19일 기준 적십자사를 통해 헌혈한 16~19세 헌혈자수는 72만6650명으로, 연말까지 불과 한 달여 앞두고 전년 97만6061명과 비교해 24만9411명이 부족한 상황이다. 20대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적십자사 통계에서 올해 같은 기간 20~29세 헌혈자수는 95만7409명으로, 지난해 연간 기준 123만8298명에 비해 28만889명이 적다.겨울방학이 시작되는 시기부터 이듬해 설 연휴 전까지 헌혈자수가 감소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당분간 혈액수급은 불안정한 상황이 이어질 전망이다. 지난해 12월 10대 헌혈자수가 8만8108명, 20대는 9만676명이었다는 사실을 감안해도 올해 헌혈자수는 전년보다 10%가량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대한적십자사 관계자는 "지금으로서는 혈액수급이 나쁘지 않은 상황이지만 심리적으로 바쁘거나 연휴가 길어지면 혈액 수급이 감소하는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지난 추석 때 혈액 부족으로 어려운 상황에 처했었고, 내년 설날도 고비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하지만 더 큰 문제는 이제 시작일 수 있다는 점이다.지난해 헌혈자수는 전년 대비 증가했지만, 헌혈가능 인구대비 헌혈률은 7.98%에서 7.96%로 감소했고, 올해는 헌혈자수마저 줄어들 전망이다. 향후 5년 내 혈액 부족사태가 나타날 수도 있다는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대한적십자사 관계자는 "저출산 고령화 문제는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라 세계적인 현상"이라며 "고령화가 급속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중장년층이 헌혈에 적극적으로 동참하지 않으면 혈액수급 문제는 갈수록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