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7년 이후 2년 만에 열린 대구시 국정감사에서 여야 의원들이 10일 국회 국정감사장에서 "대구는 수구·보수 도시"라는 여당 의원 발언을 놓고 말다툼을 벌이는 등 소란을 빚었다.
김영호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질의에서 "지난 5년간 대구시의 새마을장학금 지원액이 15억6천만원에 달하지만 대구시가 5년간 저소득층 자녀에게 지원한 장학금은 9억원이 안 된다"며 "5년간 지원한 새마을장학금 중 절반이 규정과 달리 대학생에 지급됐다. 일반 국민이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이 과정에서 그는 "대구시와 대구시장이 광주시와 달빛동맹을 맺고 지방분권에 참여하는 등 영호남을 아우르는 행보로 호평을 얻고 있지만 이런 편파적 부분 때문에 대구가 '수구 도시'라는 오명을 받는다"고 한게 논란의 발단이 됐다.
그러면서 김 의원은 새마을장학금 규모와 관련해 ‘박정희 대통령과 그 딸 박근혜 전 대통령’을 언급하며 “대구시민들은 이해할지언정 국민들은 이해 못하고 이런 것 때문에 대구를 수구도시로 볼 수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에 한국당 소속 권영진 대구시장은 "수구·보수라는 표현에 대해 대구 시민들이 억울해한다"고 말했다.
한국당 일부 의원과 우리공화당 조원진 의원도 반발했다. 한국당 윤재옥 의원은 "대구 시민은 대한민국을 가장 사랑하는 국민이다. 대구 시민의 자존심을 존중해 달라"고 했다.
김영호 의원은 “그런 의도로 발언한 게 아니다. 속기록을 확인해보라. 대구 시민의 자존심 존중한 것”이라고 되받아치며 서로 간 고성이 오갔다.
우리공화당 조원진 의원도 가세하며 김 의원을 향해 "대구 시민에 대한 예를 갖춰라. 대구시청에 대한 국정감사이지 시민에 대한 감사냐"며 "나라를 다 망쳐놓은 사람들이 여기와서 뭉개고 있다"고 했다.
그러자 홍익표 민주당 의원도 “조원진 의원 사과해야 한다. 김영호 의원의 대구시민 홀대발언이 아니라, 권영진 시장이 잘하고 있다. 대구시가 민주주의와 민족주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발언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한편 이번 국정감사에서 대구시가 6년간 잦은 법령위반으로 정부의 지방교부세 수십억원을 감액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행정안전위 강창일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이날 대구시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대구시가 2013∼2018년 다수의 법령위반 과다지출 등 지방교부세 사용규정 위반으로 31억7천만원의 교부세를 감액당했다"며 "지방자치법에 따른 위임사무에 대한 경비 지원 의무를 지키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강 의원은 "대구시가 기초단체에 307개 사무를 위임하면서 44개의 사무에만 경비를 부담하고 263개의 위임사무는 지원하지 않았다"며 "규정을 어긴 지출로 세금을 낭비하고 지방교부세 감액으로 이어졌다"며 시정을 요구했다.
또 "대구 소재 아파트 관리업체 선정과정에서 비품·장비를 무상 제공한 증거가 확보됐고 시민들이 문제제기했으나 대구시와 행정당국은 '문제없다'는 태도로 일관했다"며 "시는 국토교통부 지적이 있고 나서야 문제를 인정하는 등 시민 요구를 묵살한 점에 대해 안일한 행정이라는 비판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그는 "(아르바이트생 다리 절단사고가 발생한) 대구 이월드 사고 이후에도 안전 점검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조치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또 대구시 인사와 관련한 잡음도 도마에 올랐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권미혁(민주당·비례)의원은 이날 최근 대구시 인사를 두고 안팎으로 논란을 빚었던 엑스코 신임 사장과 관련해 "검증이 제대로 되지 않은 게 아니냐"고 지적했다.
권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신임 서장은 대표이사는 2천억 원이 넘는 대구 엑스코를 이끌어 갈 인물로, 이미 공모과정에서 서류마감도 되기 전 특정인물이 새어나왔고 이와 관련해 대구 경실련 등 시민단체 뿐만 아니라 의원실의 자료공개 요청에도 대구시가 응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더욱이 서장은 엑스코 대표이사는 총선 출마예상자로도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어 3년 임기는 채울 수 있을 지도 의문이라고 우려했다.
이를 두고 권영진 대구시장은 “내년 총선 출마는 어불성설이다. 총선 1년도 채 남지 않았는데 이 자리에 응모했을 리가 없다”고 답했다.
또 안팎으로 계속해서 지적됐던 임원추천구성위원회 기능 부실과 관련해서는 “구성을 정확히 알지 못한다. 그간 엑스코 대표이사에는 전시컨벤션 전문성을 위주로 선정했으나 그 전 사장들은 임기도 못 채운 분도 있고 노조와의 갈등도 시달리는 등 지역사회 문제를 야기하기도 했다. 이번에는 전문성보다 내부적인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분으로 선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권 의원은 이날 질의 마무리에서 “시민사회 단체의 자료 요청에도 응하지 않았고 국회에도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다”고 지적하며 “향후 임추위 구성에는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10월 1일부터 3년간 임기를 맡게 된 엑스코 서장은 대표이사는 공모과정에서 끊임없이 ‘특정인 내정설’에 시달려왔다. 안팎으로 임추위 구성에 객관성을 담보해야 한다는 지역 사회 목소리가 컸던 상황에서 대표이사에 선정, 대구시 인사와 관련해 실망감을 안겼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황보문옥·김범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