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신임 원내대표 선출 결과 5선의 비박계 심재철 의원이 당선된 것은 황교안 대표에 대한 견제 심리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9일 국회에서 열린 ‘한국당 원내대표 및 정책위의장 선출을 위한 의원총회’ 결과 심재철-김재원(정책위의장) 조는 결선 투표에서 52표를 얻어 각각 27표를 얻은 강석호-이장우, 김선동-김종석 조를 꺾었다. 유기준-박성중 조는 1차 투표에서 10표를 얻었다.
심 의원은 당선은 최근 원내 장악력을 높이고 있는 황교안 대표에 대한 반발 심리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황 대표는 나경원 전 원내대표의 재신임의 건을 최고위원회 의결로 무산시키는 등 원내 장악에 나섰다.
당 내부에서는 나 전 원내대표의 재신임 여부를 떠나 원내 사항에 원외 인사인 황 대표가 간섭한 것을 두고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기도 했다.
이에 한국당 소속 의원들은 계파 성향 없이 좌고우면하지 않는 심 원내대표의 손을 들어준 것으로 보인다. 심 원내대표가 황 대표를 견제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심리에서다.
타 후보들이 그동안 황 대표와의 ‘협력’을 강조한 반면 심 원내대표는 이날 정견발표에서 “저는 계파가 없다. 제가 당선된다면 계파 논쟁은 발을 못 붙일 것”이라며 “황심(黃心)을 거론하며 표를 구걸하는 것은 당을 망치는 행동”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특히 당내에서 단호한 성격으로 책임감도 상당하고, 완벽주의자라는 평가를 받는 심 원내대표가 야성을 드러낼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심 원내대표는 이날 당선 인사말에서 “오늘 오후 당장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예산안을 가지고 협상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당장 여당과 예산안을 비롯해 선거법 개정안과 검찰개혁법안 등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처리 등에 나서야 하는 상황에서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두루 경험하며 산전수전을 다 겪은 심 원내대표의 연륜이 의원들의 표심을 움직인 것으로 보인다.
애초 재선의 김선동 의원에 대한 초·재선 그룹의 표몰이도 예상됐지만 꽉 막힌 정국을 풀어야 하는 상황에서 초·재선 의원들도 심 원내대표의 경험과 연륜을 선택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와 함께 러닝메이트로 정책위의장을 맡게 된 김재원 의원 역시 심 원내대표의 당선에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일단 결심하면 밀어붙이는 심 의원과 황 대표가 충돌하면 황 대표의 측근 중 한 명으로 꼽히는 김 의원이 ‘완충지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작용했다는 것이다.
실제 이날 원내대표 득표 결과 심 원내대표는 1차 투표에서는 39표, 결선 투표에서는 52표를 얻었다. 1차 투표에서 10표를 얻은 친박계 유기준 의원의 표와 비박계, 초·재선 그룹인 강석호·김선동(각각 28표) 의원에 대한 표가 각각 심 원내대표에게 이동한 것으로 보인다.
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