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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漢字로 보는 世上] 다기망양(多岐亡羊)

세명일보 기자 입력 2020.02.02 19:10 수정 2020.02.02 19:10

많을 多. 가닥나뉠 岐. 잃을 亡. 양 羊
열자(列子)의 설부편(說符篇)에 실린 말이다. 달아난 양을 찾는 데 길이 여러 갈래로 많아 양을 찾지 못하고 잃었다는 뜻이다. 망양지탄(亡羊之歎), 독서망양(讀書亡羊)이란 말로도 쓰인다.
전국 시대의 사상가로 극단적인 개인주의를 주장했던 양자(楊子)와 관계되는 이야기이다. 어느 날 양자의 이웃집 양 한 마리가 달아났다. 그래서 그 집 사람들은 물론 양자네 집 하인들까지 양을 찾아 나서자 갑자기 주위가 소란스러웠다.
이에 양자가 물었다. “양 한 마리 찾는데 왜 그리 많은 사람이 필요한가?”라고 하자, 양자의 하인이 대답했다. “예, 양이 달아난 방향에는 갈림길이 많기 때문입니다”라고 대답했다. 얼마 후 양을 찾던 사람들이 지쳐서 돌아왔다. 이에 양자가 물었다. “그래, 양은 찾았느냐?”는 물음에 “갈림길이 하도 많아 찾지 못하고 그냥 돌아오고 말았습니다” 이에 양자가 “그러면, 양을 못 찾았단 말이냐?” “예, 갈림길에 서면 또 갈림길이 있는지라 양이 어디로 달아났는지 도통 알 길이 없었습니다”
이 말을 들은 양자는 우울한 얼굴로 그날 온종일 아무 말도 안 했다. 제자들이 그 까닭을 물어도 대답조차 하지 않았다.
그래서 우울한 나날을 보내던 어느 날, 한 현명한 제자가 선배를 찾아가 사실을 말하고 스승인 양자가 침묵하는 까닭을 물었다. 그 선배는 이렇게 대답했다.
“선생님은 ‘큰길에는 갈림길이 많아서 양을 잃어버리고 학자는 다방면으로 배우기 때문에 본성을 잃는다. 학문이란 원래 근본은 하나였는데 그 끝에 와서 이같이 달라지고 말았다. 그러므로 하나인 근본으로 되돌아가면 얻는 것도 잃는 것도 없다’고 생각하고 그렇지 못한 현실을 안타까워하시는 것이라네”라고 했다.
어떤 일이든 이것저것 하면 지향하는 결과나 목표를 찾기가 힘들다. 옛말처럼 한 우물을 팔 때 무언가를 이룰 수 있다. 우리는 지구상에서 원조를 받던 궁핍한 나라 중에 유일하게 원조를 하는 나라로 발전해 왔다. 여기까지 오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그중에 교육에 대한 열정이 큰 몫을 했음에 대해서 누구도 부정하지 못할 것이다. 자신은 못 먹고 못 입어도 자식만은 무식한 전철을 밟지 않게 해야 한다는 굳은 신념은 어쩌면 종교보다도 강했다. 그래서 그 어려웠던 시절은 이기고 지금은 어려운 나라를 도울 수 있는 위치에 있다. 지구상에 많은 나라 중에 교육열이 우리처럼 강한 나라가 드물다. 바로 그 교육이 선진국이란 테이프를 끊은 데 큰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만큼 중요한 교육의 방향이 갈팡질팡하고 있다.
어제까지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던 정책이 위정자의 말 한마디에 바뀌고 만다. 교육 수장의 생각에 따라 변하기도 하고 정권이 바뀌면 응당 교육 정책도 바뀐다.
최근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해 자녀의 스펙 쌓기가 화두가 된 적이 있다. 이에 위정자는 입시 비율에 문제가 있다고 나름 진단을 했다. 수시 비율이 높으니 나타나는 현상으로 판단하고 수시 비율은 낮추고 정시 비율을 높이라고 한마디 하자, 어제까지 수시나 정시 비율을 조정할 필요가 없다는 교육 당국이 하루아침에 언제 그렇게 말했느냐는 듯이 입시 비율을 조정하겠다고 한다.
그것 말고도 부동산 정책도 그렇다. 이것저것 온갖 정책을 실험하듯 한다. 물론 시대가 변화면 그에 따라 변해야 할 것이 있다. 그렇지 않으면 치열한 국제 경쟁에서 낙오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 정책의 본질이 무엇인지 정확한 판단이 부족한 현실이 아프다.
잃은 양을 찾듯이 이 길도 가보고 저 길도 가보는 실험 정치는 국민에게 고통을 안겨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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