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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자기가 한 말에 책임지는 사회

세명일보 기자 입력 2016.12.14 15:25 수정 2016.12.14 15:25

과거엔 좌파는 분열로, 우파는 부패로 망했다. 그런 때가 있었다. 이제 좌파는 무조건 단결해 자기 부패에 눈감고, 우파는 이기심의 가치에 따라 분열한다, 요즘의 좌파나 우파는 모두 분열로 망할 기미가 보인다. 이제부터는 ‘진보는 분열로 망하고 보수는 부패로 망한다, 는 케케묵은 도식은 성립하지 않는다. 좌파는 더 적극적으로 분화하여 지지층의 폭을 넓혀야 하며 우파는 서로 소통을 강화하면서 시민사회 영역의 다양화와 전문화를 추진해야 한다. 좌우 모두 서로 망하지 않기 위해서는 상호 윈윈하며 상생해야 한다. 그래야 만이 사회가 균형을 잡고 반듯해 질수 있다. 그런데 요즘 일러 만인이 다 아는 사실인데도 좌우 할 것 없이 부끄러워하지 않는 사람들이 도처에 너무도 많다. 부동산 투기를 하고도, 법을 어겨 나쁜 짓을 하고도 부끄러워 않는다. 권력에 빌붙어 호의호식한 사람들이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오히려 얼굴 처 들고 자기와는 상관없는 듯 더 더욱 위세가 당당하다. 한발 더 나아가 변명이 많고 이유가 많고 말이 많아 졌다. 이를 보는 사람들이 오히려 부끄러워 할 처지다. 얼마지 않아 차기 대선이 다가온다. 정치꾼들의 새빨간 거짓말을 여과 없이 받아들어야 할 시기다. 이 고통을 어쩌란 말인가. 차라리 거짓말 하는 자, 부끄러워 않는 자들에 죄를 묻는 것은 어떨까? 싶다. 공자가 주나라로 가서 태조 후직의 사당에 들렀다. 섬돌 앞에 금인이 서 있었다. 그런데 그 입을 세 겹으로 봉해놓았다. 이상해서 살펴보니 등에 “옛날에 말을 삼간 사람”이라고 새겨져 있었다 한다. 한 번도 아니고 두 번도 아니고 세 번은 봉해야 말조심이 된다는 뜻이었을까? 유향의 ‘설원’에 나온 이야기다. 을사사화가 일어났던 명종 때 일이다. 입만 뻥긋하면 서로 죄를 옭아매어 적게는 귀양을 가거나 크게는 목숨을 잃었다. 면한 이가 거의 없을 정도로 드물었다. 한 늙은 재상이 탄식하며 말했다. “늙마에 무료해도 할 만한 말이 없다. 이후로는 남녀 간의 음담패설이나 주고받아 파적하는 것이 좋겠다.”이때부터 사람들이 모이기만 하면 그저 음담패설로 시시덕거리는 폐단이 비롯되었다 전한다. ‘효빈잡기(效顰雜記)’에 있는 말이다. 이것은 입을 차마 봉하지 못한 사람들 얘기다. 윤기(尹愭.1741~1826)는 말 많은 세상을 혐오해서 위 공자의 고사를 끌어와 ‘삼함명(三緘銘)’을 지었다. 그 앞부분은 이렇다. 말하려면 각하고 절제하라. 그 밖에 온갖 일은 입 꽉 다물라. 부럽구나 저 벙어리, 말하려도 안 나오니 여생을 보존하는 데는 큰 무리는 없도다. 큰 말을 안 뱉으면 큰 무너짐도 면케 되고, 작은 말도 내게 되면 작은 실패 있게 되네. 말은 안 되는 법, 작든 크든 상관없네, 작은 데서부터 크게 지켜 큰 허물이 없게 하리라.” 그는 입을 세 번 봉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했던지, 아예 벙어리가 될 것을 맹세하는 ‘서음’ 이란 글까지 지었다. 그 중의 한 대목. “혹 손님이 와서 안부 인사를 나누고 나서 그저 입을 꽉 다물고 있으면 나를 거만하다 할 것이므로, 아무 상관도 없는 한가롭고 희떠운 말이나 취해다가 얘깃거리로 삼으리라.”말세의 전전긍긍이 자못 민망하도다. “말하기 좋다 하여 남의 말을 하는 것이, 남의 말 내 하면 남도 내 말 하는 것이니. 말로써 말이 많으니 말 않을까 하노라.” 이것은 우리 예 시조의 한 토막이다. 말이 말을 낳고, 그 말이 몇 번 오가다 보면 눈덩이처럼 불어나 걷잡을 수가 없게 된다는 뜻이다. 누구 말이 옳은지, 어느 장단에 춤을 출지 모를 지경에 이르게 된다. 차라리 입을 닫고 벙어리로 지낼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된다. 말의 폐해가 얼마나 심각한지 일러주는 경구다. 병신년 새해를 맞아 금년에는 우리 모두 자기가 한 짓과 한말에 책임 질 줄 알고 부끄러워 할 줄 아는 사람이 되었으면 싶다. 3년 전 서울시장직을 걸고 박원순 현 시장과 명예를 걸고 치룬 보선에서 전 오세훈 서울시장의 전면무상급식의 폐해와 관련 모든 예상이 오늘에야 적중해 서울시민들을 놀랍게 한 일이 있었다. 결과적으로 투표권자인 서울시민과 당사자는 얼마나 부끄러워하고 있는지 자못 궁금하다. ‘아니면 말고 하는 행태’는 앞으로는 절대 있어서는 안 된다. 오는 신년이면 대선이 치러진다. 벌써 출마희망자들이 전국각지에서 들썩거리고 있다. 하마평도 무성하다. 그중에는 어느 누가 들어도 함량미달인 후보도 많다는 지적이다. 낮 부끄러운 일이다. 부끄러운 짓을 다하며 살아온 자신의 처지를 알았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 나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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