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국토는 동고서저(東高西低)의 지형적 특성을 지닌다. 특히 낙동강은 비교적 하상경사가 급하고 상류 지천은 더욱 가파른 하천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산지에서 침식된 토사가 하류에 퇴적되는 현상이 반복되어 왔다. 낙동강은 단순한 물길이 아니라 영남지역의 자연환경과 사람들의 삶을 지탱해 온 거대한 생명의 축이라 할 수 있다.
낙동강 유역에는 수도권 다음으로 많은 인구가 거주하며 식수와 농업·공업용수 수요도 크다. 이러한 물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중심에는 안동댐과 임하댐이 있다. 두 댐은 영남권의 주요 용수를 저장하고 공급하는 핵심 기반 시설이며, 안동 곳곳의 크고 작은 저수지 역시 가뭄에 대비한 물 저장고이자 주민들 삶을 지탱하는 생명선 역할을 한다. 안동이 ‘물의 도시’라 불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안동이 이러한 역할을 맡아온 배경에는 지리적 여건과 국가적 필요뿐 아니라 오랫동안 이어져 온 배려의 정신도 있다고 생각한다. 유교문화의 중심지인 안동에는 자신보다 이웃을 먼저 생각하는 배려의 전통이 깊이 뿌리내려 있다. 종가가 손님을 맞이하고 공동체를 보살폈던 정신은 오늘날에도 지역의 문화적 자산으로 이어지고 있다. 영남권 주민이 사용하는 물을 품고 나누는 안동의 역할도 이러한 전통과 맞닿아 있다.
안동의 배려는 사람에게만 향하지 않는다. 골짜기마다 조성된 저수지는 더운 여름 새와 곤충에게 물과 쉼터를 제공하고, 양서류와 수서생물에게는 중요한 서식처가 된다. 인간이 농경지를 만들며 잃어버린 습지와 수변공간의 기능을 일정 부분 되살려 생물다양성 증진에도 기여한다. 물의 도시 안동은 사람뿐 아니라 야생의 생명도 함께 품어 온 셈이다.
이제 안동은 ‘안기천 생태하천 복원사업’이라는 새로운 도전에 나서고 있다. 과거 도시개발 과정에서 복개되어 빛을 잃었던 물길을 다시 열고 하천 본연의 생태적 기능을 회복하려는 사업이다. 이는 단순한 토목사업이 아니라 자연에 대한 존중과 미래세대에 대한 책임이 담긴 복원사업이라 할 수 있다.
안기천 복원에서 중요한 것은 도심하천의 공간적 제약을 고려하면서도, 자연하천의 구조와 생태적 기능을 최대한 구현하는 것이다. 수로와 인접한 구간에는 물의 흐름에 따라 형성되는 모래톱을 살리고, 그 주변에는 명아자여뀌·갈풀·달뿌리풀 등 새들의 먹이원이 될 수 있는 식물이 어우러져야 한다. 또한 갯버들·키버들·선버들·버드나무·왕버들 등이 물의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이어질 때 하천 본연의 식생구조를 살릴 수 있다.
시민들의 생활환경과 조화를 이루는 것도 중요하다. 봄철 버드나무 종자의 솜털로 인한 불편을 줄이기 위해서는 버드나무보다 키가 큰 느티나무·팽나무·졸참나무·갈참나무 등을 외곽에 배치하는 방안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이처럼 생태적 가치와 시민의 일상이 조화를 이룰 때 비로소 지속가능한 하천복원이 완성될 수 있다.
안동은 물을 저장하고 나누어 온 도시이자 사람과 자연을 함께 품어 온 도시다.
안기천 복원이 물과 생명, 공동체가 조화를 이루는 새로운 하천복원 모델로 자리 잡아 전국으로 확산되기를 기대한다. 품격 있는 도시에서 시작된 품격 있는 복원이 대한민국 하천의 미래를 밝히는 새로운 이정표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