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참교육’은 85개 국 시청자에게 묻고 있다. "당신의 학교는 어땠나요?" 그리고 그 질문에, 전 세계가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한국은 유독 사회적 이슈를 드라마나 영화 주제로 삼는 걸 선호하는 편이고 그런 작품이 한번 만들어져 흥행하면 그 주제로 활활 타오르기도 하고 하는데, 넷플릭스에서 한국 드라마가 잘나가게 된 이후로 그런 현상이 다른 나라에서까지 생기는 것을 보고 사람이 살아가는 곳은 어디나 다 비슷하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대만에서도 한국 드라마 ‘참교육’이 화제가 되면서, 현지 정치권에서 교권 보호를 위한 특별법 제정 필요성이 제기됐다. 야당인 국민당 소속 의원은 교사들이 악의적 민원 등에 시달리고 있다며 교사 보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했고, 집권당인 민진당 소속 의원도 교사의 직업 안전을 강화해야 한다며 관련 법안을 국회에서 깊이 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교육심리학자 출신인 야당 국민당의 커즈언 입법위원(국회의원)이 최근 ‘교사 심신건강 및 권익보장 특별법’제정을 촉구했다고 한다. 커 위원은 대만 교사들이 교육활동과 관련한 소송과 악성 민원, 직장 내 괴롭힘 등으로 지속적인 정신적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고 설명 하면서, 교육부를 향해 관료적 사고에서 벗어나 교권 보호를 위한 즉각적인 대응에 나설 것을 요구했다.
대만 집권 민진당 우페이이 입법위원도 교사의 직업 안전을 강화해야 한다는 데 공감하며 관련 법안을 입법원(국회)에서 심도 있게 논의해야 한다고 했다. 다만 대만 교육부는 청원 답변을 통해 ‘특별법 제정은 노동부와 공무원 인사를 담당하는 전서부 등 여러 부처가 함께 검토해야 하는 사안’이라며 ‘지속적으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신중하게 평가 하겠다’고 밝혔다.
우리나라 공교육 현장 문제를 다룬 드라마가 대만 교사의 공감을 얻으면서 교사의 학생 훈육권과 교권 보호 문제를 둘러싼 논의를 촉발한 것이다. 앞에서도 얘기했지만 우리도 교권 보호 부서 얘기가 계속 나오는 중이고 이번에 촉법소년 연령을 하향시키는 것 까지도 논의되고 있어 학교의 안정에 일조하리라 생각된다.
10부작으로 구성된 이 드라마 ‘참교육’, 학교 폭력과 교권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면서도 과도한 폭력 묘사보다는 시스템의 모순과 인물의 내면을 촘촘하게 그려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일부에선 이 드라마가 ‘너무 폭력을 조장한다’, ‘너무 허구적인 얘기다’하면서 비판하지만 이런 효과를 불러일으키는 것 자체만으로도 가치가 있다고 생각된다.
드라마 ‘참교육’은 넷플릭스 글로벌 비영어 TV쇼 부문에서 3주 연속 1위에 올랐고 공개 3주 차(15~21일)에는 1180만 시청 수를 기록했으며, 한국을 비롯해 대만, 베트남, 싱가포르, 필리핀 등 19개 국에서 1위를 차지했고 85개 국에서 톱10에 이름을 올렸다. 논란을 딛고 85개 국을 접수한 K-드라마인 것이다. 마치 학교 앞 불량배를 단번에 제압하는 주인공처럼, 단숨에 글로벌 차트 꼭대기를 점령한 것이다.
학교의 민낯을, 전 세계가 함께 봤고, 학교 폭력, 교권 붕괴와 교사의 무력감, 학생과 제도 사이의 갈등, 입시 압박, 등 교육 현장 이야기는 오랫동안 한국인만의 상처처럼 여겨졌다. 사실 이것은 한국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셰계적으로도. OECD 국가의 70% 이상이 학교 폭력 문제를 주요 사회 의제로 다루고 있으며, 아시아권 국가들은 입시 압박과 교권 문제를 공통적으로 경험하고 있다.
K-드라마가 강한 것은 단지 제작 수준이 높아서가 아니다. 한국 사회가 치열하게 고민해온 문제들, 즉 교육, 가족, 불평등, 생존 등은 지구 어디에서나 공명하는 보편적 감정이기 때문이다. 이 보편성의 발견은 우연이 아니다. 웹툰 이라는 플랫폼이 먼저 독자의 공감을 검증하고, 그 공감이 드라마로 변환돼 글로벌 시청자에게 전달되는 구조이기 때문인 것이다.
셰계의 시청자들은 드라마 속 교실에서 자신의 학교를 발견했기 때문에 문화적 공감을 이뤄 이 공감이 국경을 지워버린 것이다. 학교 문제는 국적을 초월한 보편적 공감대를 만들어낸다는 사실을 우리는 다시 한 번 느끼고 있는 것이다.
그럼 교권보호감독관 같은 제도만 강화하면 되는 것인가? 내가 소속돼 있는 수련원에 입소 인원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고 한다. 또 학교에서 수학여행이나 소풍이 없어지는 추세라고 한다. 그 가장 큰 이유는 만약에 사고가 날 경우에는 교사들에게 책임이 돌아오기 때문이란다 한 교육관계자는 얘기 한다. “지금은 학교에서 문제가 생기면 교사가 법정으로 끌려간다. 과거 교사에게는 재량이 많아 법에서 금하지 않은 것은 자유롭게 시도했지만, 이제 그 재량권에 사법적 공격이 가해진다. 열정적 교사가 피해를 입고 소송 대상이 된다”
그것을 보고 교사 사회에는 '저 선생님처럼 열심히 하면 다친다. 교과서대로만 하고 아이들과는 거리를 두자'는 보신주의가 급속히 퍼졌다. 교육적 열정과 보람, 존경보다 교사의 안전이 더 중요해진 시대다. 그로 인해 학생들은 배움의 기쁨을 누리기 어려워졌다. 학생들이 가장 큰 피해자다"
제도적으로 교사의 재량권이 보호돼야 한다. 이와 더불어 학부모와 학생이 교사를 존경하는 분위기가 왜 사라졌는가? 신뢰는 왜 깨졌나?를 되돌아보아야 한다. ‘군사부일체(君師父一體)’라는 유교적 관념의 영향도 있었고, 교사의 전문성에 대한 믿음도 있었다. 교사는 박봉에 정치·사회적으로도 약자였기에 학부모들은 허물이 있어도 너그러웠다. 그러나 2000년대 이후 교원노조가 합법화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학부모가 보기에 교사도 정치적 강자가 된 것이다. 그러면서 사소한 문제도 그냥 넘어가지 않으려 했다. 학부모 권리 의식과 지식 전문성이 높아지면서 학교와 교사에게 맹목적으로 의지하던 태도에도 균열이 생긴 것이다.
지난 2011년 12월 대구에서 학교폭력에 시달리던 중 2학년 학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자, 2012년 정부와 국회는 강력한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가장 결정적인 것은 가해 학생 조치 사항을 생활기록부에 기재하도록 한 조항으로, 이것이 사태를 악화시켰다. 강력한 응징이 돼 억지 효과가 생기리라 기대했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자녀의 과거가 내일의 발목을 잡는다는 공포에 피해자와 가해자 모두 고소와 맞고소로 맞붙었다. 초창기에는 아이들 문제를 둘러싼 푼돈 다툼이라 여겼는데, 소송 시장이 걷잡을 수 없이 팽창했다. 동시에 학교의 교육적 기능은 마비됐다. 학생끼리 말다툼하는 것을 말리다 교사가 아동학대처벌법의 정서적 아동학대 조항으로 소송당하는 사례가 빈번해졌고, 수업과 생활지도 중에 학생을 지도하다 소송에 휘말리는 일도 늘었다. 생활기록부 기재와 대입 반영이라는 가장 강력한 엄벌 장치를 도입했지만, 학교폭력 심의는 2020년 8,000여 건에서 2022년 2만 건으로 두 배 넘게 폭증했고, 전학·퇴학 같은 중징계 비율은 8.6%에서 4.7%로 절반 가까이로 줄었다.
처벌이 세진 것이 오히려 신고와 소송의 폭증을 가져온 것이다. 교사도 학생도 더 안전해지지는 않았다 그 다툼에 나서는 쪽은 피해자가 아니라 처벌을 줄이려는 가해자가 2배 이상 많았다. 피해자가 소송을 내면 가해자로 지목된 쪽도 맞소송에 나선다. 결국 법적 대응 능력이 결정적 변수가 돼 유능한 변호사를 쓸 경제력이나 사회적 자원을 가진 쪽이 유리해진다. 피해자를 보호하겠다는 제도가 힘 있는 쪽에 유리하게 작동한다면, 이것이야말로 엄벌주의의 역설이다. 이 문제는 다른 방식으로 풀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