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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욜로은퇴] 유전자 검사 체험기

안진우 기자 입력 2020.04.21 18:37 수정 2020.04.21 18:37

김 경 록 소장
미래에셋은퇴연구소

유전자 검사를 받을까 고민했습니다. 저의 설계도가 알려지는 게 싫었고 제가 그 설계도를 미리 아는 것도 싫었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궁금하기도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한국의 바이오 산업을 위해 데이터를 제공해야 한다는 사명감에서 받기로 결정했습니다. 결론은 한 번 받아보기 잘했다는 것입니다. 점쟁이가 제 성격 맞추듯 평소 제 몸에 대해 느끼는 게 검사결과에 나오니 신기하기도 했습니다.
제 또래나 더 어린 사람들도 눈이 아파서 책을 잘 못 본다고 합니다. 그런데 저는 하루 종일 노트북 화면을 보고 글을 쓰거나 책을 읽어도 눈이 많이 피로하지 않습니다. 게다가 안경을 벗으면 작은 글씨가 잘 보이니 책 보는 데도 지장이 없습니다.
그런데, 유전자 검사는 이를 콕 집어냈습니다. 루테인과 지아잔틴의 체내 흡수 및 이용율이 ‘안심’단계로 나왔습니다. 안심-보통-주의 3단계가 있는데 그래도 유전적으로 우리나라 사람 평균에 비해서는 변이가 적어 안심 단계가 된 것입니다.
참고로, ‘눈 속의 눈’이라 불리는 황반색소는 노화로 인해 감소되는 데 황반색소의 밀도를 유지하여 눈 건강에 도움을 주고 스마트 기기의 청색광으로부터 눈을 보호하는 효과가 있는 게 루테인입니다. 유전적으로 저는 백내장, 녹내장, 황반변석 등 안구질환에 노출될 가능성이 낮습니다.
저는 집 안에 살찐 사람이 없는데도 건강검진을 하면 체지방이 평균 이상으로 나오는 반면 근육량은 평균 이하입니다. 그럼에도 저는 체지방이나 비만도는 평균 이하라고 혼자 판단하고 있었습니다. 태권도, 검도 등 운동을 해왔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유전자 검사결과를 보니 비만과 복부비만이 ‘보통’이었습니다. 유전적으로 지방이 축적될 성향이 있는 걸로 나왔습니다. 물론 ‘주의’는 아니지만 ‘낮음’도 아니었습니다. 보통 사람처럼 관리를 해야 한다는 뜻이며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비만도가 높아질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저는 운동에 의한 체중감량 효과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사실 체중이 좀 늘어날 때 한 두 달 신경 써서 걸으면 체중이 제자리로 돌아옵니다. 그래서 아내는 제게 ‘뭔 체중이 고무줄처럼 그렇게 쉽게 되돌아 와요’라는 말을 했습니다.
어떤 운동을 해야 할지도 처방이 나왔습니다. 저는 지구력 운동 적합성이 ‘높음’으로 나온 반면 근육운동 적합성이나 운동 후 회복력이 낮아 근육을 많이 쓰는 과격한 운동은 ‘보통’ 수준으로 나왔습니다. 저는 5년 동안 만보 걷기를 해 왔는데 지금도 어김 없이 지키고 있습니다. 아무리 오래 걸어도 덜 피곤해서 저의 꿈은 우리나라 둘레길, 올레길을 모두 돌고 해외에 있는 길도 다 걸어 보는 것입니다.
반면에 이상하게도 근육을 키워 보려고 그렇게 노력을 했는데 실패했습니다. 근육운동을 하면 그 다음날 좀 피곤하기도 하고 몸이 안 좋아집니다. 그래서 제가 택한 게 악력기와 팔굽혀펴기 정도였습니다. 유전자 검사를 통해 그 이유를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걷기, 조깅, 수영, 자전거 타기가 맞는 것입니다.
건강검진을 하면 좋지 않은 콜레스테롤(LDL)은 조금 높은 반면에 중성지방은 너무 낮게 나옵니다. 빵이나 쿠키를 그렇게 먹어도 높아지지 않습니다. 저의 유전자 설계도를 보니 포화지방산과 트랜스지방산은 ‘낮음’으로 좋은 구간에 속했습니다. 포화지방산 섭취에 영향을 주는 6개의 유전인자와 트랜스지방산에 영향을 주는 4개의 유전인자 모두 변이가 하나도 없었습니다. 콜레스테롤(LDL)을 낮추는 약을 먹으면 저는 그렇게 식이요법을 하지 않아도 되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LDL은 식이요법을 한다고 쉽게 낮아지지 않는다고 하니 저에게 맞는 디콜레스테롤 약을 찾는 게 좋을 듯 합니다.
항산화, 뼈 건강, 혈관 건강, 눈 건강 모두 ‘안심’으로 나왔는데 ‘신진대사’만이 ‘보통’ 단계로 나왔습니다. 깜짝 놀랐습니다. 저는 건강검진 결과를 보면서 ‘대사량’은 높지 않으며 몸의 효율성이 좀 떨어진다고 평소 생각을 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신진대사가 좋지 않으면 만성피로, 허약증, 대사 장애가 생깁니다. ‘보통’ 수준이니 심각하지는 않지만 몸의 다른 부분의 컨디션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약한 게 사실입니다.
구체적으로 보면 비타민 B2(리보플라빈)가 ‘주의’ 단계입니다. 리보플라빈은 탄수화물, 지방, 아미노산 등 에너지 영양소의 산화에 모두 관여하며 체내 에너지 합성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영양소입니다. 부족할 경우 입이나 입술, 혀에 염증이 잘 생깁니다. 저는 피곤하면 혀에 염증이 잘 생깁니다. 앞으로 리보플라빈과 코엔자임Q10을 적극적으로 섭취해야 할 뿐 아니라 엽산과 셀레늄을 섭취해야 합니다. 영양소도 선택과 집중을 하면 비용도 저렴해질 것 같습니다.
의외로 방심하면 지방이 축적될 수 있는 반면 운동 효율이 좋으니 반드시 운동을 해야겠습니다. 다만 과격한 근육 운동보다는 지구력 중심의 운동이 좋으니 근육도 지구력 운동을 하면서 키우는 게 효과적일 듯 합니다. 빠르게 걷거나 등산이나 수영을 하는 정도입니다. LDL을 낮추는 약을 지금까지 안 먹었는데 복용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리고 영양제를 먹는다면 비타민 B2, B9, 셀레늄, 코엔자임Q10 위주로 복용해야 할 것 같습니다.
유전자 검사로 세상의 변화를 실감했습니다. 아직은 데이터 표본이 적고 추적관찰 결과가 많지 않아 불완전 합니다만 점차 보완되어 갈 것으로 봅니다. 앞으로는 명리학자 대신에 유전자 결과를 보고 의사가 나의 미래를 말해 줄지도 모르겠습니다. 유전자 검사를 통해 제 몸의 설계도를 미약하나마 조금 알게 되었고 우리나라 바이오 산업의 발전에도 기여를 하게 되었습니다.
세월이 그렇게 흘러가듯 세상도 그렇게 변해가는 가 봅니다. 이 번 검사를 계기로 제 몸의 관리 전략을 갖게 되었다는 게 성과라면 성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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