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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기고

소방관의 직업병? 안전한 사회생활

김승건 기자 입력 2020.05.17 10:11 수정 2020.05.17 11:08

영덕소방서장 최원호

코로나19로 금년 상반기 모든 관심사가 매몰되었습니다.
그 와중에 지난 4월 24일 안동에서 발생한 산불은 축구장 1,100여 개 크기의 산림과 주택 등을 태웠고, 4월 29일 경기도 이천에서의 물류창고 화재사고는 사망 38명 등 48명의 많은 인명피해를 남겼으며, 이 달에는 강원도 고성에서 대형 산불이 발생하여 주민을 위협하는 등 우리 삶의 주변에서 대형 화재사고는 일상적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소방공무원이 국가직으로 전환되면서 달라진 풍경 하나가 있다. 대형 화재사고 현장으로 달려가는 소방차 또는 구급차의 행렬이 텔레비전에 클로즈업되어 전 국민에게 실시간으로 보여 진다. 국민들은 그 화면을 보고 안도한다. 소방청에서 직접 소방 동원령을 발동하면서 일어나는 풍경이다.
소방차가, 구급차가 고속도로를 몇 백 미터씩 이어 달리면서 예전에 보지 못했던 광경에 국민은 경이로움을 느꼈을 것이다. 새로운 시각으로 소방을 바라보게 된다.
안전, 백 번을 강조해도 아니 요즘말로 억 만 번을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헌데 생활 속 안전은 어떨까? 우리는 안전을 위해 얼마만큼 체감하고 있을까? 텔레비전 화면을 보면서 또 친구나 동료, 가족들과 이야기 하면서 남의 일처럼, 나에게는 일어나지 않을 그런 마음으로 이야기하고 있음은 아닌가? 약간의 동정어린 마음으로……
소방관 생활 34년째, 내게는 아주 못된(?) 일상적 버릇이 생겼습니다. 집을 나서면 생기는 버릇이랍니다. 거의 매번 현관문을 두 번 연답니다. 가족여행을 위해 한 참을 운전하고 가다가 느닷없이 아내에게 묻습니다. 가스레인지 불 껐냐고. 아내가 확신에 찬 답을 하지 못하면 다시 돌아갑니다. 가서 보면 가스밸브는 안녕하세요? 인사하면서 꼭 잠겨있습니다. 아침 출근을 위해 집을 나서기 전에 가스렌지랑 전열기구를 돌아봅니다. 차에 시동을 걸고 다시 생각합니다. 안전한가? 조금이라도 의심이 남으면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 확인합니다. 이 정도면 병적이겠죠? 그것도 중증으로요.
 맞습니다. 안전이라는 것. 다른 그 누구도 지켜주지 않습니다. 내가 스스로가 지켜야 합니다. 소방안전교육을 가서 전하는 말이 있습니다. 화재 등 재난사고 현장에서 스스로를 지킬 수 있으면 90 이상 안전을 보전할 수 있고, 타인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면 50 정도이고, 소방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면 겨우 10% 정도만 당신의 안전을 지킬 수 있다고……
폭탄이 아무리 폭발력이 좋다고 해도 그 뇌관이 없으면 폭발하지 않습니다. 화재사고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조그만 성냥불, 담뱃불, 용접불티 등등 모두가 우리가 제어할 수 있는 것들에게서 우리의 생명과 삶의 안전을 위협하는 화재가 발생합니다. 즉 사람의 부주의라는 사소함에 기생하여 생명과 삶의 터전을 망가뜨립니다.
초등학교 1학년에 입학하면 ㄱ , ㄴ, ㄷ, 1, 2, 3, 4 …… 가장 기본적인 것부터 배웁니다. 우리는 안전에 대한 작고 사소한 것들이라 무시하고 있음은 아닌가요? 안전에 대한 작은 관심과 소소한 실천이 나와 가족 그리고 삶을 지킬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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