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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기고

꽃 한송이 피우기 위해...

황보문옥 기자 입력 2020.10.27 10:30 수정 2020.10.27 10:54

한국전력공사 경북본부 전략경영부 홍보팀장 정휘원

몇 년 전 초여름의 어느 날 푸른 하늘을 머금은 설악산이 보고 싶어 무작정 혼자 차를 몰아 간적이 있다. 산위 능선의 어딘가 바람이 좋아서 쉬어가는 바위 위에 조막만한 난쟁이 꽃 몇 송이가 바람에 흔들리며 피어 있었다. 때로는 바람이 할퀴고 가고 빗물도 쉬어 가지 않을 것 같은 작은 흙더미에 소복하게 피어있는 보랏빛 꽃잎들을 보는 순간 문득 ‘세상에 이유 없이 피는 꽃이 어디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며 눈물이 핑 돌았다.
저 작은 식물도 바람을 견디고, 목마름을 견뎌 스스로에게 생의 찬란한 아름다움을 선물해 주고 있지 않은가. 잠시 앉아 나의 생을 돌아보며 그래도 이정도면 치열하게 잘 살아가고 있지 않느냐 하고 스스로에 대한 위로의 말을 전해 주었다. 삶의 의미가 목마를 때에 잠시나마 나에게 위로의 말을 전해 준 꽃무리의 여운은 몇 년이 지난 지금도 잔잔하게 남아 있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굳이 먼 곳을 찾아가지 않아도 주변의 어느 곳에서든 꽃송이를 구경하는 것은 흔한 일이다. 눈발이 날리는 날에도 탐스럽게 피어있는 꽃다발을 누군가에게 선물로 줄 수 있다. 한겨울 아버지가 눈을 헤치고 따오신 산수유의 수고로움은 그저 옛날 시(詩)속에 나오는 아련한 추억속의 일화가 되어버렸다. 그건 바로 온실과 보일러를 활용해 한겨울에도 적절한 온도를 유지해 인위적으로 꽃이 피고 과일이 열릴 수 있는 조건으로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겨울에도 꽃을 볼 수 있다는 문명화된 시대의 귀한 선물이 이제는 너무 익숙해져서 흔한 일상이 되어 있다.
다만 안타까운 것은 꽃 한송이 또는 맛있는 과일 하나를 키우기 위해 많은 에너지를 소비한다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특히 석탄이나 석유와 같은 화석연료가 아니라 전기를 이용해 난방을 해서 작물을 키운다는 것이 안타깝다. 등유를 태워서 직접 난방을 한다면 열전환에 대한 손실이 20% 정도에 그치는데 비해, 전기로 난방을 한다면 60%이상의 에너지가 중간에서 난방을 위해 활용되지도 못하고 사라져 버린다고 한다. 결국 절반 이상의 에너지가 활용되지도 못하고 사라져 버려 국가적인 에너지 낭비 뿐 아니라 지구온난화에도 한몫을 하고 있다는 말이 된다.
그렇다면 전기로 난방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농민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한전에서는 농사용으로 전기를 사용하는 고객에게는 주택용 등 다른 용도로 전기를 판매하는 단가 대비 절반 이하의 수준으로 공급하고 있다. 이런 저렴한 전기료가 결국은 더 많은 화석에너지를 소비하여야 하는 전기를 난방에 활용하게 만들었다.
우리가 당연하다는 듯 사용하는 화석연료와 그것으로 만든 전기는 어쩌면 미래 세대가 사용할 소중한 에너지를 당겨쓰는 것인지도 모른다. 잠시만이라도 미래 세대에 대한 부채의식을 가지고 기후변화와 화석연료의 사용으로 인한 환경오염에 대해 한번쯤은 고민해 보는 시간을 가지는 것도 좋다고 생각한다.
그런 측면에서 대규모 기업농이 단지 더 많은 이윤추구를 위하여 석탄 또는 석유를 태워서 만든 전기를 또다시 열을 생산하기 위해서 활용하는 것은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 세대의 극단적인 이기심의 발로는 아닐까 하는 생각을 가져 본다. 먼 미래 우리의 후손들도 지금처럼 아름다운 환경에서 꽃 한송이의 아름다움을 향유할 기회를 가질 수 있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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