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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소대에서 바라본 맹개마을과 농암종택 <안동시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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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의 산골 마을이 MZ세대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 복잡한 도시생활을 떠나 시골의 소박한 분위기를 즐기는 ‘러스틱 라이프’(Rustic Life)가 관광트렌드로 자리 잡으며 안동을 찾는 관광객이 늘고 있다.
특히, 청량산을 끼고 안동으로 향하는 국도 35호선을 따라 농암종택, 맹개마을, 군자마을 등 고아한 마을과 고택이 이어진다. 높은 산세에 범접하기 어려운 협곡 사이로 낙동강이 장쾌하게 흐른다. 첩첩이 겹쳐진 능선 너머로 산새가 지저귀고 청량한 여울 소리에 대자연 속으로 들어가는 듯하다.
프랑스 미슐랭 그린 가이드북에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로 안내된 국도 35호선(안동-태백 구간)은 한국 편에서 유일하게 별점이 매겨진 길이다. 또한, 퇴계 이황은 도산서당에서 청량산까지 낙동강변 4~5km 구간을 그림 속으로 들어가는 길이라고 표현했다.
이 길의 운치를 가장 정확히 느낄 수 있는 곳이 바로 농암종택이다. 농암종택은 SNS를 통해 인생사진 핫스팟으로 입소문나며 주말은 늘 만실이다. 도산면 가송길에 있는 농암종택에는 농암 이현보가 태어나고 자란 긍구당, 농암 선생을 모신 분강서원이 있고, 길의 맨 끝에 애일당과 별채인 강각이 있다.
특히, ‘강각’은 자연을 노래했던 풍류가 방점을 찍는 공간으로 관광객들의 인증샷이 가장 많은 곳이다. 굽이치는 낙동강 건너로 기암절벽의 벽력암이 절경을 만들어낸다. 강각 처마 위로 총총히 빛나는 별자리 감상 또한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이다.
농암 이현보와 퇴계 이황은 달빛 아래 강을 사이에 두고 술과 시를 나누던 유상곡수(물에 띄운 잔이 자기 앞에 닿기 전까지 시를 짓는 것)의 풍류를 즐기곤 했다. 풍류의 중심에 있던 귀한 술은 2년여 전부터 ‘일엽편주’라는 브랜드로 누구나 즐길 수 있게 됐다. 종부의 손으로 종택 앞 술도가에서 감미료 없이 오로지 쌀과 물, 누룩으로만 빚어낸다.
일엽편주라는 이름은 농암 이현보가 지은 ‘어부단가’에서 따왔다. 현재 일엽편주는 미슐랭 2스타 레스토랑, 백화점 및 온라인 등에서 품귀를 빚으며 인기리에 판매되고 있다.
강각에서 강 건너편을 살피면 맹개마을이 보인다. 도로를 따라서는 갈 수 없어, 트랙터나 배를 타고 강을 건너야 한다. 여행객이 묵는 펜션 ‘소목화당’이 운영되고, 일대는 밀밭으로 일궈 11월에 심고 7월이면 수확한다.
9월에는 새하얗게 핀 메밀꽃이 학소대를 배경으로 장관을 이룬다. 수확한 밀로는 빵도 만들고 술도 빚는다. 예끼마을(도산면 서부리)에 차린 맹개술도가에서 직접 통밀만으로 증류 방식의 진맥 소주를 만들고 있다. 밀꽃의 깊은 향기를 풍부하게 머금도록 저온으로 장기 숙성해 내놓고 있다.
인근에 있는 고산정은 퇴계의 제자 성성재 금난수가 지은 정자다. 가송협을 사이에 두고 청량산 축융봉 끝자락의 독산을 마주하고 있다.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에도 등장한 빼어난 풍광은 포토 플레이스로 각광받고 있다.
농암종택에서 차를 타고 35번 국도를 따라 내려오면 도산서원, 이육사문학관을 관람할 수 있다. 근처에는 ‘264 청포도 와인’ 와이너리도 있다. 국산 청포도를 이용한 ‘꽃’과 ‘절정’ 와인은 풍부한 과일 향과 산뜻한 산미를 자랑한다.
다시 시내 방향으로 20분 더 달리면 군자마을이 나온다. 광산 김씨 집성촌으로 산 등성이를 따라 종택이 모여 있다. 전통 한옥의 운치를 즐기려는 관광객이 몰리며 1달 전에 주말 숙박예약이 마감될 정도다. 특히, 연못과 고택이 조화를 이루며 영남 으뜸의 정자로 꼽히는 탁청정은 군자마을의 백미다. 1541년 유학자 김유가 지었고, 명필 한석봉이 현판을 썼다.
김유는 당시 남성 유학자로는 이례적으로 술과 음식 조리법을 담은 ‘수운잡방’을 집필했다. 이 책은 지난해 보물로 지정됐다. 요즘 수운잡방의 술과 음식은 15대 종부에게로 이어져 수운잡방전통음식체험관에서 맛볼 수 있다.
한편, 올 4~10월까지 매주 토요일 안동 관광커뮤니센터 ‘여기’에서 전통주 체험프로그램이 열리고 있다. 안동소주, 264와인, 회곡 막걸리, 안동맥주 등 안동을 대표하는 전통주 등을 시음하고 구매 할 수 있다.
시는 “전통 유산과 한옥, 아름다운 자연의 정취가 젊은세대에게 심리적 안정감을 전해주며 새로운 관광 기회 요인으로 부각되고 있다. 올해 추진하는 고택체험 프로그램, 고택 매니저 육성 및 위탁운영 사업 등으로 시골 고택의 새로운 반전을 준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조덕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