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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코로나로 인한 어느 망자의 한

황보문옥 기자 입력 2022.05.21 14:58 수정 2022.05.22 12:54

황보문옥 대구경북본부장


코로나가 기승을 부린지도 어언간 3여 년이 되어간다. 다행히도 코로나가 줄어들고 급기야는 실외에서 마스크까지 벗는 정점을 찍기 까지에 이르렀다. 이러한 가운데 백신 후유증에 시달리다가 마침내 생을 마감하는 안타까운 현실에 고개를 숙여 어느 망자의 한을 달래 본다. 어두운 밤보다 더 절망적인 아득한 세월을 모두 짓이겨 버리고 어두움에서 마지막 몸부림으로 마침내 코로나 팬데믹 망자가 되어 버렸다.

피멍과 아픔으로 악령 같은 하루 하루를 흐느적거리며 지쳐가는 몸은 피고름으로 썩고 부패하며 허물어져 마침내 마음까지 말라버리고 멍들어버린 날들을 목놓아 울면서 몸부림치면서 세월의 뒤안길로 밀려나고 말았다.

고독과 외로움에 지친 나날로 축 늘어진 육신의 원망과 분노에 찬 퍼런 달빛 같은 눈망울로 망연자실한 모습으로 죽음을 맞이한 어느 망자의 처참한 모습위로 흰 국화꽃이 눈물처럼 떨어지고 있다. 헌 폐지처럼 흐느적거리는 몸을 가누면서 서서히 죽음의 그림자가 엄습할 때마다 몸부림치는 절규만이 허공을 수놓았다. 얼굴에는 핼쑥한 낮달이 떠있고 눈동자는 초점을 잃은 채 허공에 걸려있다.

특히 도열병이 휩쓸고 간 벼논처럼 머리가 빠져버린 모습을 보는 사람들의 가슴은 천근만근으로 무너져 내린다. 야윌대로 야윈 석고상처럼 굳어버린 모습에 마음은 침울하게 늪처럼 가라앉고 있었다. 배에는 얼기설기 호수를 꽂아 놓아 마치 이승과 저승을 연결하는 통로 같았다. 밀물처럼 저미어 오는 아픔이 온 몸을 엄습할 때마다 생사의 갈림길에서 방황하는 모습에 가슴을 쓸어내린다,

간신히 붙어있던 누더기 같은 살점은 파도의 쉼표처럼 점점 메말라 가고 세월의 길목을 서성이는 목숨은 몰락의 달빛으로 실루엣 속을 허덕이며 죽음의 그림자를 향해 홀로 걸어가야만 했다.

평소에는 늘 쓸쓸히 바람이 썰물처럼 훑고 지나가는 거리에서 출근도 아예 잃어버리고 오직 동네 마트 앞 간이의자에 걸터앉아 하루 종일 술로 시간을 탕진하는 알코올 중독자로 질곡 같은 세월의 아픔이 굽은 등에 흥건히 누워있다

부어라 마셔라 하면서 앙상한 몰골로 새까맣게 어두운 그림자가 하늘에 하얀 소실점으로 고여 있었다. 그가 스쳐지나간 뒷골목 선술집을 드나들던 인생이 저문 날이 늙은 주모의 젖무덤보다 더 폭삭 내려앉은 그의 얼굴에는 추억과 그리움이 거미줄처럼 얽혀 있었다

그에게 허락된 시간이 다 지나가 버린듯 방전됨 몸은 점점 사막으로 풍화되어 가고 날숨과 들숨이 콧구멍 속을 흐느적거리면서 마지막 안간힘을 쏟고 있다.

이승을 향한 미련도 아쉬움도 모두 훌훌 벗어버리고 홀로 쓸쓸히 걸어가야만 했던 길이 얼마나 슬프고 애통한 눈물의 길이 되고 말았다.

그를 떠나보내고 홀로 남은 비좁고 쓸쓸한 어두운 그림자가 음산하게 내려앉은 쪽방은 텅빈 마음처럼 을씨년스럽다.

지금도 팬데믹 묘지로 꾸역꾸역 밀려드는 코로나로 인한 망자의 물결로 슬픔은 허공의 메아리로 나래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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