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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

세명일보 기자 입력 2016.07.25 20:21 수정 2016.07.25 20:21

필리핀에 사는 교포가 개나리꽃을 좋아했다. 고국에서 한줄기 꺾어다가 심었더니, 뿌리를 잘 내리는 식물이라 무럭무럭 자랐다. 가지를 뻗고 잎이 무성하여 내년에는 아름다운 꽃을 보겠구나했다. 가지를 잘라 여러 곳에 심어 개나리동산을 만들고 싶었다.이듬해 봄이 되었다. 아무리 기다려도 꽃을 피울 생각을 하지 않았다. 잎은 넓게 나오고 가지를 많이 뻗었으나 꽃은 볼 수가 없었다.그제야 기후가 한국과 다르다는 것을 생각하게 되었다. 우리나라는 겨울이 춥고 눈보라가 심한데 필리핀은 여름뿐이다. 추운 겨울을 겪지 않은 식물은 꽃을 피우지 못하는 품종도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러시아의 트로핌 리센코는 식물의 영양생식기의 길이는 품종의 유전적 성질과 그것이 생육할 때의 외적 환경조건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을 발견했다.가을에 뿌리는 보리나 밀을 봄에 심으면 출수(出穗)가 되지 않는데 원인은 파종 후의 온도 조건이 너무 높기 때문이다.그러므로 종자를 미리 일정기간 저온에 두었다가 뿌리면 추파품종과 똑같이 출수한다. 이렇게 저온처리 하는 방법을 춘화처리라 하고 이런 현상을 춘화현상이라 했다.씨앗이 겨울을 나야만 화아분화(花芽分化)가 되어 곡식을 수확할 수 있다. 식물가운데는 춘화처리 되지 않으면 영양생장만 하고 생식생장은 하지 못하는 것이 있다.어찌 식물만 그러랴. 사람도 마찬가지다. 젊어 고생은 사서라도 한다는 말이 있다. 초년에 어려움을 겪어보고 쓰라린 고통을 당해봐야 능력 있는 사람이 된다는 뜻이다.한세상을 살아가려면 얼마나 많은 시련을 당할까. 큰 병에 걸려 죽을 고비를 넘기기도 하고, 아버지의 사업실패로 길거리에 내몰리기도 한다.때로는 친구의 속임수에 말려들어 살림을 거덜 내기도 하고 아무 것도 할 일이 없어 노숙자가 될 수도 있다. 이런 여러 가지 고난을 당해보아야 견뎌내는 힘이 생긴다. 굶어보아야 먹을 것을 구하려하고, 돈이 떨어져야 한푼이라도 벌려한다.항상 넉넉하게 사는 사람은 그런 것을 모른다.요즘 금 수저 흙 수저 이야기가 화제다.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나야 평생을 편히 산다는 논리다. 흙 수저를 물고 태어난 사람은 계속 못살게 되고 밑바닥을 헤매게 된다는 것이다. 사회가 점점 부익부 빈익빈으로 변해가고 있으니 생겨난 말이다.재벌들의 자제들은 불법상속으로 많은 재산을 거저 얻고 회사운영권까지 이어 받으니 그런 행태를 걱정하는 말이기도 하다. 재벌 2세 3세로 이어지는 승계의 고리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를 일이다.능력이 부족한 2세가 이어받아 회사를 망치는 사례가 있다. 전문경영인에게 맡겨야지 부족한 2세가 넘겨받아 적자를 내고 부도에까지 이르기도 한다. 경험도 없고 아무런 시련도 겪어보지 않은 사람이 커다란 기업을 운영하기란 벅찬 일이다. 이일 저일 당해본 내공을 쌓은 사람이라야 경쟁에서 이겨내고 기업을 이끌 수 있으리라 믿는다.떠도는 메일에 ‘초년출세, 중년상처, 노년빈곤이 불행이다.’라는 말이 있다.너무 초년출세를 자랑할 일이 아니다. 자연의 이치는 이 세상 만물에 공통으로 적용되는 것이 아닐까. 동물이나 식물이나 사람이나 겪어야 하는 단계는 제대로 밟아가야 순리에 맞는다. 온실에서 자란 식물은 밖으로 나오면 바로 시든다.금 수저를 물고 태어났다고 함부로 나대다가 바깥의 된서리를 맞을 수도 있다.이 세상은 공평하고 정직하다. 정의는 언젠가는 이기는 것이다. 아름다운 우리사회가 바르게 굴러가기를 바라며 골고루 춘화처리 되기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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