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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경북의 ‘명예 인간문화재’ 유감(遺憾)

김봉기 기자 입력 2022.12.05 10:05 수정 2022.12.05 10:16

본지 디지털 편집국장 김봉기


세계로 뻗어나가는 K-Culture의 영향력이 대단하다. 이런 현상은 일석일조에 이뤄진 것은 아니다.

우리 것을 소중히 하고, 보존하고 발전시켜 나갔기 때문이다. 이런 전승과 보전의 과정에 ‘인간문화재’가 큰 역할을 했다는 것은 두말 할 나위없다.

더구나 우리는 일제 강점기를 거치면서, 뜻있는 이들의 ‘우리 것 지키기’는 자칫 목숨과 맞바꿔야 하는 절체절명의 과제이기도 했었다.

문화재는 크게 유형과 무형으로 구분 된다.
유형문화재(有形文化財)는 건조물·회화·조각·공예품·서적·서예 등 일정한 형태를 갖춘 것으로, 역사적·예술적 가치가 높은 것을 말한다. 유형문화재 가운데 중요한 것은 보물로 지정하며, 보물 가운데 더욱 높은 가치를 지닌 것을 국보로 지정한다.

무형문화재(無形文化財)는 형태가 없는(무형) 문화재를 가리킨다.
무형문화재는 여러 세대에 걸쳐 전승되어 온 무형의 문화적 유산으로 ▲전통적 공연·예술 ▲공예, 미술 등에 관한 전통기술 ▲한의약, 농경·어로 등에 관한 전통지식 ▲구전 전통 및 표현 ▲의식주 등 전통적 생활관습 ▲민간신앙 등 사회적 의식(儀式) ▲전통적 놀이·축제 및 기예·무예 등이 해당된다.

무형문화재는 주로 우리가 일컫는 ‘인간문화재’에 의해 보전되고 전승된다.

인간문화재란 '중요무형문화재 기능·예능 보유자'를 일컫는 속칭으로,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된 108개 종목의 전통문화를 재현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사람들이란 뜻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무형문화재 가운데 보존 가치가 있다고 생각되는 기능 및 예능에 대해 문화재보호법에 의거해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문화재위원회의 자문을 거쳐 지정, 보호한다.

무형문화재 지정은 지난 1961년 12월 정부에서 일제가 만든 ‘조선고적천연기념물보호령’을 폐지하고, 문화재보호법을 새로 제정해 1962년 1월부터 시행됐다.

인간문화재로 지정되면 정부의 지원(전승지원금)을 받을 권리가 생기며, 전통문화를 재현해 보여주고 또 후학들에게 가르쳐 전승시켜야하는 의무(전수교육의무)를 지닌다.

인간문화재는 국가 지정과 도 지정의 두 가지 방법으로 선정된다. 현재 경북에는 국가 지정에 15종 17명, 도 지정 40종목 32명의 인간문화재가 있다.

인간문화재는 국가 지정의 경우 월 150만 원 상당, 도 지정의 경우 110만 원 상당의 지원금을 받는다.

그러나 인간의 수명이나, 활동의 기한은 유한하기에 국가에서는 재현과 전승의 능력을 상당 부분 상실했다고 판단되는 이들을 상대로, 소정의 절차를 거쳐 ‘명예 퇴직자’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이른바 ‘명예 보유자 제도’다.

그러나 본지 취재결과 경북에서는 ‘인간문화재 명예 보유자’로 지정된 사례가 단 한건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간문화재 명예보유자가 되면 국가 지정의 경우 월 100만 원, 도 지정은 월 80만 원의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

우리는 인간문화재의 그간 노력과 희생을 돈의 단위로 말하고 싶지는 않다. 그들은 전통의 수호자며 계승자라는 ‘명예’를 더 소중히 여길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간문화재 명예보유자’제도가 원활한 ‘우리 것의 전승과 발전’을 가속화 시킬 수 있다는 것 또한 간과해서는 안 된다.

실제로 문화에 종사하는 이들의 속성상 사제(師弟)·사형(師兄)관계가 형성되고 나면, 윗 사람에 대한 ‘불평·불만’은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는 아마도 우리의 정서상 다른 직능에서도 대동소이 하다고 본다.

그러나 그들이 목숨처럼 아낀 우리 것에 대한 애착을 이어가자면, 스스로 재현과 전수 교육의 능력을 상실했을 때 그야말로 ‘명예’롭게 물러서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물론 국가도 이들이 재현과 전수 기능이 현저히 떨어졌을 때, ‘명퇴’를 시킬 수 있는 제도적 장치는 가지고 있다.

그러나 관계기관도 이를 실행하기에는 여러 가지로 눈치가 보인다고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현재 안동에도 국가지정 무형문화재가 3종목에 4명, 도 지정에 5개 종목 5명이 있다.

이중에서도 ‘인간문화재 명예보유자’제도가 시행된 적은 한 건도 없었다.

결국 인간문화재가 되면 ‘자연사’할 때 까지 기다려야 하고, 이후에나 부랴부랴 새로운 인간 문화재를 찾아 나서야 하는 지경이다.

실제 안동에서도 도 지정의 경우 1명은 자연사 이후 보유자가 변경됐고, 1개 종목은 전수 능력 상실로 관찰 중이라고 전하고 있다.

국가지정에서도 1명이 최근 전수 능력을 상실한 것 아니냐는 일신상의 문제가 발생했다.

우리는 그간 역경을 이겨내고 우리 것을 간직하고 전승한 인간문화재들에게 다시 한 번 경외감을 표하고자 한다.

그러나 ‘우리 것의 영원성’을 위한다면 보다 적극적인 ‘인간문화재 명예보유자’제도의 활성화를 고려해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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