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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새해, 태양은 얼마나 찬란하게 우리를 축복하는가

방기태 기자 입력 2023.01.02 08:30 수정 2023.01.02 09:24

방기태 편집국장

↑↑ 방기태 편집국장

우리는 해마다 새해를 맞는다. 서기(西紀)로 쳐도 올해가 2023년이니, 새해를 벌써 2023번이나 맞았다. 단기(檀紀)로 치면, 여기에다 2333번을 더 보태야 한다. 해가 바뀌면서, 교수신문은 올해의 사자성어를 발표한다. 2022년의 사자성어는 ‘과이불개’(過而不改)였다. 이는 ‘잘못을 하고도 고치지 않는다.’ 

위와 같은 넉자로썬 누가 잘못했는가를 알 수가 없다. 잘못하고도 누가 ‘개과천선’(改過遷善)하지 않았는가도 알 수가 없다. 교수신문이 주어(主語)를 빠트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꼭 집어 말하지 않아도, ‘침묵하는 대다수 사람’은 안다.

‘수저계급론’이다. ‘개천용불평등지수’도 그렇다. 금 수저·개천용불평등지수만으로도 부족해, 자가용 승용차 뒤 트렁크를 개조해, 만든 금고(金庫)에 ‘신사임당(申師任堂)할머니’를 누가 볼세라, 쌓아둔 이들이다. 이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사람은 국세청 공무원들이다. 이들의 ‘과이불개’(過而不改)는 정문(頂門)의 일침이 될게다.

올해에서 탈락된 것 중에선, 재미가 쏠쏠한 것은 ‘묘서동처’(猫鼠同處)다. 묘서동처는 ‘고양이와 쥐가 자리(處)를 함께한다.’(同), 우리 속담으로 말하면, ‘누이 좋고 매부 좋다 일게다.’ 아니다. 몰래 ‘주고·받는다’가 더 정확한 표현이다. 고양이는 왜? 무엇 때문에? 쥐를 잡아먹지를 않는가를 묻는 쪽이 바보다. 안 잡아먹으니, 쥐가 되레 고양이에게 큰 소릴 탕탕치는 꼬락서니다.

역대의 사자성어를 띄엄띄엄 살펴보면, 2004년은 당동벌이(黨同伐異)였다. 같은 무리와는 당을 만들고 다른 자는 공격한다. 2010년은 장두노미(藏頭露尾)다. 진실을 숨겨두려고 하지만 거짓의 실마리는 이미 드러나 있다. 2014년은 지록위마(指鹿爲馬)로 ‘진실과 거짓을 제멋대로 조작하고 속이다.’ 2016년은 군주민수(君舟民水)다. 백성은 물, 임금은 배이니, 강물의 힘으로 배를 뜨게 하지만 강물이 화가 나면 배를 뒤집을 수도 있다. 2019년은 ‘공명지조’(共命之鳥)다. ‘목숨을 함께 하는 새’다. 교수신문의 올해의 사자성어를 훑어보면, 부정적이다. 다음해엔 긍정적인 희망이 담긴, 사자성어로, ‘올해·내년까지 함께 선정’하면, 새해엔 더욱 희망이 찰것이다

여기서 소위 정치인들에게 당부한다. 우리에겐 영원한 한글 사자성어다. ‘진보의 날개만으로는 안정이 없고, 보수의 날개만으로는 앞으로 갈 수 없다. 좌와 우, 진보와 보수의 균형 잡힌 인식으로만 안정과 발전이 가능하다’(리영희) 지금도 이게 그리우니, 우리는 과거에 사는가.

얼마 전에, 어느 권력가가 신호등을 무시하고 황단보도를 가로질러 갔다. 여론이 들끓자, 그제야, 경찰이 딱지를 떼고, 그는 범칙금을 납부했다. 여론이 그의 호주머니를 털어간 셈이다.
신동엽 시인의 ‘산문시(散文詩) 1’을 보면, ‘아름다운 석양 대통령이라고 하는 직업을 가지신 아저씨가 꽃 리본 단 딸아이의 손 이끌고 백화점 거리 칫솔 사러 나오신단다./...휴가여행 떠나는 국무총리 서울역 삼등대합실 매표구 앞을 뙤약볕 흡쓰며 줄지어 서 있을 때 그걸 본 서울역장 기쁘시겠소 라는 인사 한마디 남길 뿐 평화스러이 자기 사무실문 열고 들어가더란다...’

하여튼 한해가 역사의 뒤안길로 갔다. 뒤안길에서 가버린 이들을 보면, 지난 6월, 국내 최장수 “전국~ 노래자랑!” MC 송해가 95세 나이로 눈을 감았다. 70년 넘게 왕위를 지킨 영국의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다. 2차 세계대전 때는 보급차량 운행을 맡으며, 3주간 참전했다. 뜬 이들은 손흥민(토트넘), ‘칸의 남자’ 송강호, 한국계 수학자의 위상인, 허준이, 이랑(늑대가 나타났다/헌법 21조 참조)등이다.

새해엔 우리 모두가 뜨자. 2023년 계묘년(癸卯年)은 토끼의 해다.
‘산토끼처럼 깡충 깡충’이 아닌 ‘성큼성큼 뛰면서’. 새해 새날엔 김용락의 시(詩)서 ‘기차소리를 듣고 싶다’에서 한마디를 살짝 바꿔, “새해, 태양은 얼마나 찬란하게 우리를 축복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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