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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세상을 바꾸는 선거’ 시작하자

방기태 기자 입력 2024.01.02 07:50 수정 2024.01.02 17:23

방기태 편집국장

↑↑ 방기태 편집국장

오는 4월은 한국에선 총선이나, 전 세계가 선거판이다. 11월은 미국 대통령 선거달이다. 대만 총통 선거(1월),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대선(3월)이다. 인도와 영국의 총선(4월)있고, 유럽연합의 의회 선거는 6월이다. 9월은 일본 자민당 총재 선거가 있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세계 76개국서 선거한다. 인구로 따지면, 전 세계 80억 명 중서, 절반이 넘는 42억 명이 투표한다. 이 선거 결과에 따라 우리의 외교·안보·경제에 큰 영향을 미칠 게다.

다른 나라의 선거보다, 우리의 총선 달이 언제인가를 조금이라도 아는 국민들이 얼마나 될까. 구체적으로 ‘사전투표일’과 전 국민들이 참여하는 ‘투표일’을 아마도 모르는 유권자들이 더 많을 것으로 짐작한다. 가장 잘 아는 자는, 출사표를 던진 이들뿐이다. 이들은 ‘자기 공약’을 잘 알기보단, 상대 후보의 말실수를 물고 뜯겠다고 벼르는 사람이 더 많지 않을까. 웃기는 일이나, 이건 실수의 반사효과의 기다림이다. 하기야 ‘말실수’라기 보단, 평소의 생각이 그대로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터지는 것이 확률적으로 더 많을 게다.

“노인은 투표일에 집에서 편히 쉬라”는 것에서부터, 장원급제급인 “노인이 오래 사는 것이 문제다”는 것도 있다. 여기선 ‘귤’과 ‘탱자’의 비유가 있다. 귤화위지(橘化爲枳)이다. 귤이 회남(淮南)에서 나면 귤이 되지만, 회북(淮北)에서 나면, 탱자가 된다. 이 같은 것은 고사성어이나, 선거말로 하면, 공약이든 돌출발언이든 일정한 선(線)을 넘으면, 지금까진 귤이다가, 탱자로 변신하는 바람에 그처럼 놀기(?)가 좋다는 의원서, 낙선한다.

2023년 기준 국회의원 연봉은 1억5,426만원이다. 1인당 국민총소득(GNI)의 3.65배다. 입법활동비, 특수활동비는 비과세다. 세후 연봉 차는 4~5배로 볼 수가 있다. 자동차 유류비, 차량유지비, 문자 발송비 등 의정활동 지원경비 1억1,279만원이다. 개인 보좌진 9명의 급여는 5억 4,000만 원이다. 연 2회 해외시찰 비용 등도 있다. 공항 귀빈실과 비즈니스석도 이용한다. 배우자의 직계존비속, 형제들도 이용할 수 있는 국회수련원도 있다니, 기가 막히는 노릇이다. 이걸 내려놓지 않으면, 귤에서 순식간에 탱자로 돌변하는 4월 총선이 되면, 좋겠다.

2023년 교수들이 선택한 사자성어는 ‘견리망의’(見利忘義)였다. ‘이로움을 보자 의로움을 잊다’는 뜻이다. 올해의 총선은 ‘견의망리’(見義忘利)로 갔으면, 한다. 뜻 풀이를 하면, ‘의로움을 보자 이로움을 잊는다’ 하지만 이렇게 될까. 국민들이 그만 잊자.

다시 전 세계를 총망라한 선거를 초연결사회(hyper connected society)인, 사람과 사람, 사람과 사물, 사물과 사물이 거미줄처럼 촘촘하게 네트워크로 연결되는 사회를 뜻으로 이해하다간, 되돌아오는 말에 망신살만 뻗는다. 미국 42대 대통령 빌 클린턴이 대선 후보 시절 때에 던진, “It′s the economy, stupid”(바보야 문제는 경제야)이다. 전 세계의 선거는 경제로 촘촘하게 ‘엮여있기도, 묶여있기도’ 한다. 경제발전이 만든, 초연결사회이다. 경제라도 그 한가운데에 사람이 있어야한다. 사람(人)이 서로가 작대기로 지게를 받쳐놓은 것과 같다. 사람이 서로 의지하는 모양새다. 문(門)은 마주 보는 두 얼굴의 옆모습이다. 인과 문의 선거가 돼야 하는 이유의 기초 놓기의 노둣돌이다.

지난해 12월 보건복지부의 ‘2023년 폐지 수집 노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폐지를 줍는 65세 이상 노인이 4만2천명에 이른다. 일주일에 6일, 하루에 5시간 넘게 폐지를 주워도, 한 달에 고작 16만원뿐이다. 폐지 수집 노인의 평균 연령은 76세였다. 이들은 평균 하루에 5.4시간이나 일했다. 일주일에 6일 폐지를 주웠다. 월 15만9천원을 벌었다. 폐지를 줍는 시간당 소득은 1천226원이다. 시간당 최저임금 9천620원(지난해 기준)의 12.7%에 불과했다.

이런 어르신들은 선거 날에 투표는커녕, 집에서도 쉴 틈이 없는데도, 쉬라고 독촉한다. 빨리 세상을 하직하라고 재촉하지만 더 오래살기는커녕, 죽을 틈도 없다. 여기서 눈여겨 볼 대목은 통계에 잡힌 것뿐이다. 지난해 8년째 폐지 모아, 기부한 80대 할머니는 남원 김길남 할머니이다. 금액은 102만5천원이다. 국회의원의 시급도 안 되는 것이 아닐까 한다.

선거는 세상을 바꾸는 일이다. 바꿈은 선거의 방향이다. 속도이다. 그러나 속도가 아무리 빨라도, 방향이 다르면, 무의미하다. 민주선거는 좀 시끄럽다. 이는 화이부동(和而不同)이다. 안 그러면, 귤에서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탱자로 바뀐다. 선거는 여론 읽기이다. 또한 사람을 파고드는 힘이다.

한나 아렌트는 “모든 역사의 종말은 반드시 새로운 시작을 포함한다.” “시작할 수 있는 능력이야말로 인간이 가진 최상의 능력이다.” 아우구스티누스는 “시작이 있기 위해 인간이 창조됐다.” 이번 선거에서 묵은 때를 씻자. 씻긴 빈자리에 인(人)과 문(門)을 집어넣자. 커지는 나눔인, 베풂으로 가는, 우리의 총선 그리고 전 세계의 선거가 되도록 노력하는, ‘선거가 돼야하는 이유’를 짚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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