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의 합헌 결정에 따라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원안대로 오는 9월28일 이후 시행되는 가운데 그동안 관례적으로 식사를 대접하고 선물을 건네던 소비 풍속도가 크게 바뀔 것으로 예상된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우선 한정식집 등 고급 음식점이 매출 부진을 견디지 못해 문을 닫는 곳이 속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 중구에서 한정식집을 운영하는 A(41ㆍ여)씨는 "우리 식당의 주로 오시는 손님들이 대부분 기업체 임원, 고위 공무원, 언론사 간부들이었는데 김영란법 시행 이후엔 사실상 영업을 접어야 할지 모른다"면서 "한정식집 인수를 위해 받은 대출도 아직 갚지 못한 상황인데 정말 난감하다"고 말했다. 앞서 종로구에 위치한 60년 전통의 유명 한정식집 '유정(有情)'이 이미 이달 초 문을 닫아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해당 건물은 리모델링을 거쳐 비교적 저렴한 쌀국수집으로 전환할 것으로 알려져다. 게다가 술이 곁들어질 수밖에 없는 저녁 약속도 상당부분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직장에서의 부서별 회식도 젊은층에서 거부감을 느껴 자제하는 분위기 속에 김영란법의 시행으로 이같은 추세는 더욱 가속화될 것이란 예상이다. 한 대기업 대관업무 담당자는 "정관계 사람들과 저녁자리, 술자리가 사실상 업무의 연장이었는데 이제 완전히 사라질 것이라고 보는 것 아니냐"면서 "저녁 약속이 거의 사라지고 곧바로 집으로 퇴근하게 될텐데 가족들과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이라며 반색했다. 백화점과 대형마트의 명절선물세트도 대거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백화점 가격 기준으론 명절에 잘 나가는 화과자 세트도 몇개 안든 실속 상품이 5만원 이상"이라며 "김영란법에 맞춰 선물을 고른다면 마트 등에서도 판매하고 있는 참치캔 세트, 비누 샴푸 등 생활용품 세트 밖에 없을 것인데 얼마나 팔릴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백화점 명절선물세트가 과연 정관계, 언론계 등의 선물용으로 주로 판매됐나 하는 것에 대한 데이터는 없기 때문에 실제로 내년 설 명절 선물세트의 판매추이를 살펴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국의 500곳(18홀 환산 기준)이 넘는 골프장도 김영란법의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골프접대가 적지 않은 현실에서 서울 근교 골프장은 주말 부킹이 어려운 상황이 계속되고 있지만 김영란법 시행 이후엔 한산해질 것이란 관측이다. 업계 관계자는 "골프장 입장으로선 비어있는 티오프 시간은 손실이나 마찬가지"라면서 "김영란법 시행 이후엔 골프장 간 손님 확보를 위한 경쟁이 치열해져 마케팅 강화, 그린피 인하 등의 조치가 내려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