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사진>이 취임 후 두 번째 사장단 인사에서 한종희 부회장과 경계현 사장의 '2인 대표 체제'를 유지하기로 했다. 글로벌 경기침체 등 대외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무리하게 변화를 주기보다는 조직 안정을 도모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대신 미래산업 판도를 바꿀 수 있는 신사업 발굴을 위해 '미래사업기획단'을 만들었다. 삼성의 10년 후 패러다임을 전환할 미래먹거리 발굴을 주도 할 예정이다.
삼성전자(005930)가 지난 27일 이 같은 내용의 사장 승진 2명, 위촉업무 변경 3명 등 총 5명 규모의 '2024년 정기 사장단 인사'를 발표했다.
삼성전자의 올 사장단 인사는 상대적으로 소폭에 그친 것으로 평가된다. 지난해 인사에선 사장 승진만 7명이었고, 위촉업무 변경은 2명으로 총 9명 규모였다.
일각에선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취임 후 두 번째 인사인 만큼 '새로운 시대' 변화를 위해 인사 폭이 커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었다.
하지만 최근 대외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을 고려해 변화보다는 내실을 다지는 쪽에 무게를 둔 것으로 보인다. 한종희 부회장과 경계현 사장의 '대표이사 투톱 체제'를 유지하기로 했다.
1년 전에 비해 실적이 다소 부진했지만, 반도체 한파와 수요 둔화 등 대외환경에 따른 것이기 때문이다. 투자가 이뤄지고 있는 만큼 기회를 더 준 것으로 풀이된다.
대신 DX부문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부사업부장인 용석우 부사장이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 사장으로 승진해 한 부회장의 부담을 덜어줬다. 한 부회장은 대표이사 부회장 외에도 DX부문장,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 생활가전사업부장을 맡고 있었다.
용 사장은 1970년생으로 젊은 리더다. 삼성전자 첫 1970년대생 사장이다. 사업 성장에 기여한 차세대 주자에게 기술 리더십 강화를 주문한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 경계현 사장은 DS부문장외 SAIT(옛 삼성종합기술원) 원장을 맡게 됐다. 반도체 분야를 전적으로 믿고 맡긴 모양새다.
삼성전자는 “2인 대표이사 체제를 유지해 경영안정을 도모하는 동시에 핵심 사업의 경쟁력 강화, 세상에 없는 기술 개발 등 지속성장가능한 기반을 구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장단 인사 이후 나올 부사장단 인사에서는 각 사업부장의 유임 또는 신규 선임이 결정될 예정이다. 일부에선 사장단 인사는 안정적으로 가져가 조직 외형을 유지하되, 가전·반도체 부사장급 인사에선 젊은 피를 적극 수혈해 쇄신에 나설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특히 이번 사장단 인사를 통해 꺼내든 '미래사업기획단'은 급변하는 글로벌 환경을 대비하며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일종의 쇄신 카드다. 미래전략실 같은 그룹 총괄격인 컨트롤타워 부활 대신 신사업에만 초점을 맞춰 '혁신'을 이어가겠다는 것이다.
또 이 회장이 '진정한 초일류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다짐이 있은 뒤 신설된 조직인 만큼, 그룹의 핵심적인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미래사업기획단의 수장은 LG반도체 출신인 전영현 부회장이 맡았다. 전 부회장은 부사장, 사장 시절 삼성 반도체 부문의 핵심 부서인 메모리사업부와 전략마케팅팀을 이끌며 글로벌 최고 수준으로 성장시킨 주역이다. 전 부회장의 기술, 혁신 마인드를 발판삼아 10년 후의 삼성전자의 패러다임을 전환할 먹거리를 찾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글로벌 복합위기를 시작으로 올해 반도체 부문의 대규모 적자가 이어지면서 '삼성의 미래'에 대한 위기감은 상당하다.
그간 삼성전자는 바이오, 자동차 배터리, 로봇 등을 신사업으로 꼽고 드라이브를 걸어왔지만 좀처럼 추진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바이오, 배터리 등 모두 2010년 삼성의 컨트롤타워였던 미래전략실이 존재했던 시절 키운 사업들이다.
업계 관계자는 “미래사업기획단을 통해 장기적인 사업 전략과 인수합병 등도 논의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새로운 사업영역을 개척하기 위한 기반이 마련될 것”이라고 말했다.황보문옥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