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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요즘 경제용어

홈페이지담당자 기자 입력 2024.07.22 09:19 수정 2024.07.22 09:24

김찬곤 경북과학대 교수‧시인

↑↑ 김찬곤 경북과학대 교수

며칠 전 어느 일간지에 소개된 경제문제 기사를 요약한 글이다. “국내 대형 ‘VC’는 ‘유니콘기업’이 나오지 않아 현재의 ‘AI’가 곧 직면할지도 모르는 ‘레드오션’에 대비해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 당장 돈 되는 ‘B2C’보다 혁신 기술 위주의 ‘B2B’에 소홀하지 않아야 할 것인데, 그 까닭은 ‘제로섬’을 이길 수 있기 때문이고, 향후 이를 극복하기 위한 ‘기업가 정신’을 가진 젊은 층이 많이 나와야 하기 때문이다”

대학에서 학생을 가르치는 사람으로서 겨우 이해되는 이 글을, 평범한 내 이웃은 얼마나 이해 할지 궁금해진다. 그래서 쉽게 이해되도록 할 방법을 한참 동안 고민해 보았다. 그러나 이 글을 쉽게 고치려 해봐도 마땅한 방법이나 쉬운 단어가 떠오르지 않는다. 그러고 보니 위의 글은 나름대로 아주 쉽게 쓴 글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렴 일부러 어렵게 쓸 일은 만무하다. 그러면 우리의 대처는 요즘의 경제 용어에 익숙하도록 열심히 공부할 수밖에 없다.

위에서 언급된 낱말을 우선 풀이해 보자. ‘VC’는 벤처캐피털(Venture Capital)이다. 경쟁력 있는 벤처기업을 발굴하여 그 회사의 경영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하는 모든 사업을 도모하는 회사다. 단순히 투자금을 일컫는 말이 아니고, 그런 투자를 결정하고 지원하는 기업이다. 신기술금융사, 창업투자회사, 또는 ‘엑셀러레이터’라는 용어로 대체될 수도 있을 것이다.

‘유니콘기업’도 익숙한 말이 아니다. 유니콘은 신화에 나오는 동물인데, 이마에 뿔이 달려있다. 미국의 실리콘밸리에서 큰 성공을 거둔 ‘스타트업’을 통칭하는 말로 인용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10억 달러 이상의 가치가 있다고 평가받는 비상장 기업을 의미하는 말로 쓰인다. 어떤 ‘스타트업’이 상장하기도 전에 기업의 가치가 1조 이상으로 평가받는 일은, 상상 속에서나 존재하는 유니콘과 같다는 의미로 표현된 것 같다.

‘AI’는 최근 널리 쓰이고 있어 그나마 상대적으로 조금 익숙한 낱말이다. 이는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의 첫 자로, 공상과학 분야에서 많이 봐왔던 상상을 현실로 만들어내는 실로 대단한 기술이다. 자율주행 자동차가 등장하였고, 사람이 오랜 시간을 들였던 영화제작도 단 며칠 만에 완성 할 수 있는 등, 사람의 영역을 많은 분야에서 대신하고 있다. 사람이 개발해 놓고 그 영역을 뺏겨가고 있을 뿐 아니라, 이제 치열한 영역 다툼으로 번질까 걱정까지 하는 모양새이기도 하다.

‘레드오션’도 일상적 단어가 아니다. 이는 경쟁이 치열한 기존 시장 상황을 의미한다. 경쟁자의 수가 많아서 이익이 거의 생기지 않거나 생기더라도 매우 적은 시장 상황을 의미하는 것이다. ‘레드(red)’가 ‘붉은’이라는 뜻이고, ‘오션(ocean)’은 ‘바다’니까 ‘붉은 바다’, 그러니까 경쟁이 치열하여 바닷속에서 서로 잡고 잡아먹히는 치열한 경쟁 상황을 빗댄 단어다. 반대 개념은 블루오션인데 ‘블루(blue)’가 ‘푸른’이라는 뜻이니까 경쟁이 거의 없는 유망한 상황을 의미하는 것으로, 빠른 성장 가능성과 높은 수익이 보장되는 매우 유리한 시장, 바다로 비유하자면 원래의 아름다운 푸른 빛을 내는 시장을 의미하는 것이다.

‘B2C’는 기업이 소비자를 상대로 하는 사업을 말하는 단어다. B는 Business의 첫 자이고, 2는 영어 to를 의미하며, C는 Consumer의 첫 자다. 가상의 공간인 인터넷에 상점을 개설하여 소비자에게 상품을 판매하는 형태의 비즈니스로 출발하였으나, 지금은 넓은 공간으로까지 확대하여 자유롭게 활용되고 있는 단어다. ‘B2B’도 같은 맥락이다. 첫 B는 Business이고, 2는 영어 to, 끝 B도 Business다. 기업이 기업을 상대로 상품을 판매하거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모델이다. 개인 소비자가 아니라 기업 대상이므로 규모가 큰 것이 일반적이다.

‘제로섬’이라는 낱말도 흔치 않은 단어다. 제로섬(zero sum)이란, 플러스와 마이너스의 합이 제로라는 의미다. 3을 얻고 3을 잃으면 그 합(섬:sum)은 0이라는 의미다. 어떤 국가 또는 지역사회가 성장이 ‘제로(0)’라고 하면, 이를 극복하기 위하여 에너지 환경 등 어떤 방향으로 접근해도 반드시 계층끼리의 이해 충돌로 이어지기 마련이어서 결과는 '0'이라는 의미다. 10개의 사과를 A, B 두 사람이 가위 바위 보로 가져 오기할 때, 결과적으로 A가 7개를 가져간다면 B는 자동으로 3개를 가져간다는 의미다. A+B=10이므로 A, B는 평균 5다. 그래서 A는 7-5=2이고, B는 3-5=-2이므로, +2와 –2를 합(sum)하면 결과는 0이 된다는 원리다.

‘기업가정신’이라는 말도 예사롭지 않다. 기업가정신은 ‘앙트러프러너십(entrepreneurship)’이라는 독특한 낱말로 쓰이고 있다. 단순히 ‘기업가의 정신’이 아니라 하나의 단어인 ‘기업가정신’이다. 사전적으로는 ‘혁신과 창의성을 바탕으로 기업을 성장시키려는 도전정신’으로 정의되고 있으며, 대학에서 대기업 창업주의 창업정신, 도전정신을 ‘기업가정신’이라는 과목으로 수강 선택하도록 하는 등 그 독특성을 인정하고 있다.

겨우 전체의 해석을 마쳤으나 그래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이제 공부하지 않으면 최근의 용어가 나타내는 의미를 제대로 파악하기 조차 어려운 상황이 되었다. 그만큼 이 세상의 변화는 우리의 상상과 상식보다 빠르다. 매일 열심히 공부하면서 알차게 보내야지 절대로 허투루 보내서는 안 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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