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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GIST 뉴바이올로지학과 곽준명 교수(뒷줄 오른쪽 첫번째) 연구팀. DGIST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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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GIST(총장 이건우) 뉴바이올로지학과 곽준명 교수팀이 POSTECH 김종경 교수팀과 공동 연구를 통해 식물이 꽃, 잎, 열매 등을 자연스럽게 떨어뜨리는 탈리(Abscission) 과정에서 잔존세포가 표피세포로 변화하는 원리와 그 이유를 밝혀냈다. 이번 연구는 식물의 생존 전략과 성장 메커니즘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향후 농업 및 식량 생산 기술 발전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식물은 계절 변화나 성장이 끝난 후 불필요해진 기관을 정교하게 떨어뜨리는 능력을 가지고 있으며, 이를 위해 탈리 부위에서 잔존세포(남아 있는 세포)와 이탈세포(떨어지는 세포)가 각기 다른 역할을 한다. 연구팀은 탈리 후 잔존세포가 단순히 남아 있는 것이 아니라 큐티클 보호층을 형성하며 표피세포로 변화하는 과정이 세 단계에 걸쳐 이뤄진다는 사실을 규명했다.
연구 결과, 잔존세포는 초기 단계에서 광합성과 관련된 유전자가 활발하게 작동하지만, 전이 단계에서는 이러한 유전자 발현이 감소하고 일시적으로 큐티클 보호층이 형성되지 않는 기간에 대비해 스트레스 저항성 유전자들이 왕성히 작동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세포가 외부 위험 요소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한 방법으로 분석됐다.
또 이후 최종 단계에서는 큐티클 합성 및 형성과 관련된 유전자들이 발현되며 새로운 표면에 보호층이 형성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연구팀은 MYB74 전사인자가 잔존세포가 표피세포로 변화하는 과정을 조절하는 핵심 요소임을 밝혀냈으며, MYB74 기능이 저해될 경우 이 과정이 억제됨을 확인했다.
일반적으로 식물이 상처를 입었을 때는 리그닌(lignin)과 수베린(suberin)이라는 단단한 보호층을 형성해 내부 조직을 보호하는 방법을 사용한다. 연구팀은 왜 탈리 부위에서는 이러한 방식 대신 잔존세포를 표피세포로 변화시키는지 이유를 규명했다. 리그닌 보호층이 형성되면 세포가 단단해져 더 이상 팽창하거나 성장할 수 없지만, 표피세포는 내부 조직의 성장을 돕는 역할을 한다.
특히 열매가 성장하려면 잔존세포가 위치해 있는 꽃턱(열매의 기초 구조)도 함께 성장해야 하는데, 잔존세포가 표피세포로 변하지 않으면 꽃턱의 성장이 멈추고 결국 열매도 정상적으로 자라지 못하게 된다. 연구팀은 이러한 과정을 통해 식물이 열매 성장을 최적화하기 위해 잔존세포를 표피세포로 변화시키는 전략을 선택했음을 확인했다.
DGIST 곽준명 교수는 “이번 연구는 식물이 열매 성장을 위해 세포의 운명을 조절하는 메커니즘을 규명한 중요한 성과”라며, “특히 이를 바탕으로 열매 성장 조절 기술을 개발하면 농작물의 생산성을 높이고 식량 안보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삼성미래육성재단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으며, 연구 결과는 세계적인 학술지 'Nature Plants'(IF 15.8)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