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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올림픽이냐 ‘평양 올림픽’이냐

박선애 기자 입력 2018.02.08 15:37 수정 2018.02.08 15:37

▲ 천 상 기 경기대 초빙교수 / 한국신문방송편집인클럽 고문

"역대 최악의 인기 없는 경기 대회로 기록될 수 있는 겨울철 올림픽 경기 대회에 우리가 구원의 손길을 보내주고 있는 데 대해 고마움을 금치 못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평창 참가라는 북한의 선물을 받았다'는 고마움에 신세 갚을 생각만 하고 있다.
평창 올림픽에 '구원의 손길'을 줬다는 북한은 개막식 하루 전 날 최대 규모 건군절 열병식을 평양에서 갖는다. 세계의 시선을 평양으로 끌어들이겠다는 것이다. 남의 올림픽에 올라타 핵 강국의 위상을 전 세계에 과시하겠다는 소리다. 그날 강릉에서는 북한 예술단의 축하 공연이 열린다. 북한 창군 기념 공연인지 평창올림픽 전야제 공연인지 헷갈릴 판이다. 이러니 '평양 올림픽'이라고 불리고 있다.
우리가 처음 동계올림픽 유치 신청을 했을 때 자크 로게 IOC 위원장은 "유치 신청 리스트가 올라왔을 때 깜짝 놀랐다. 한국에서 '평양올림픽'을 신청한 줄 알고…"라며 훗날 털어놓았다.
정말 그런 착각이 현실로 돼가고 있다. 북한 사기극의 도구였던 한반도기 때문에 전 세계인이 지켜보는 올림픽 개막식에서 개최국 선수단이 자랑스러운 태극기를 앞세우고 입장하지 못한다는 것을 누가 납득할 수 있겠나. 북 왕조 선전장 만들어주려 2전3기 올림픽 유치했나.
과거에도 그랬던 것처럼 올림픽 기간에는 '북한 미녀 공연단'이 우리 국민을 현혹할 것이다. 김정은의 위장평화공세가 먹힐지도 모른다.
한반도 문제의 본질인 '핵무기 위협'은 뒷전으로 밀리고 대신 '같은 민족끼리'라는 우호적 분위기로 해묵은 '카드' 를 내민 것이다.
수틀리면 뒤엎는 북한, 마냥 끌려 다니는 문 정부…, 북한은 금강산에서 열기로 한 남북 합동 문화공연을 일방적으로 취소했다. 아무런 사전 설명이나 언질도 없이 한밤중에 불쑥 보낸 대남 통지문 한 장이 전부였다. 그런대도 우리 정부는 '유감 표명' 한마디에 기존 합의사항의 이행만 강조했다. 평창올림픽을 볼모로 남측을 길들이겠다는 북한의 전형적 수법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형국이다.
그 동안 남북 대화 과정에서 보여준 호락호락한 자세가 북한의 터무니없는 버릇을 도지게 만든 것은 아닌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김정은은 갑자기 '봉미통남'(미국을 틀어막고 남한과 통하는) 전술로 나왔다. 그렇게 해서 시간도 벌고. 핵전력도 완성하고, 남한도 흔들어놓고 한국과 미국 사이에 쐐기도 박겠다는 것이다. 이걸 간과한 채 '우리 민족끼리' 흥분 속에서 마냥 폭주했다가는 대한민국이 위태롭게 될 것이다.
결국 북한의 '우리 민족끼리'는 우리를 찌를 비수를 감춘 거짓 수사에 불과하다. 올림픽 현장에서 '우리는 하나다'와 '우리 민족끼리'가 오히려 평화를 해치고 전쟁을 부추길 수 있는 가능성이다.
펜스 미국 부통령은 "북한이 올림픽을 납치할까 봐 걱정된다"며 속도를 내던 남북 화해 무드에 브레이크 메시지를 낸 바 있다.
펜스 부통령은 올림픽 직후 한미 연합 군사훈련 재개와 대북 제재 이행 등을 강조할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전화 통화를 하고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저지를 위한 대북 압력을 유지한다"는 방침을 거듭 확인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 인권 문제를 고리로 '최대의 압박'을 더욱 강하게 밀어붙이면서 대북 군사적 옵션도 구체화하는 분위기다.
이런 분위기에선 펜스 부통령이 평창에서 북측 인사를 조우하드라도 눈길조차 주지 않을 것이다.
북한은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평창 겨울올림픽에 파견할고위급 대표 단장으로 파견한다고 통보했다.
북한이 "2월8일에 건군절 기념행사를 하는 것이 그렇게도 기겁할 일이면 애당초 올림픽 개최 날짜를 달리 정할 것이지 이제 와서 횡설수설하느냐"고 했다. 북한 노동신문은 평창동계올림픽 개막 전날인 8일 대규모 열병식을 강행하는 데 대한 국내외비난 여론에 대해 "이런 것을 두고 생억지, 생트집이라고 한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왜 열병식 트집잡나" 우리측에 적반하장 식 비난을 한 것이다
김정은이 문재인 정부와 평창 올림픽을 이용해 대북 제재를 무너뜨릴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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