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봄날 때늦은 폭설에
고택의 지붕과 장독대 위에
하얀 꽃송이 탐스럽게 피웠다
마을 어귀부터 넓은 마당을 지나
정원을 거쳐 높이 솟은 뒷동산까지
온통 백설의 세상에 고요함이 감돈다
아궁이 가득 장작불 타는 내음새
온돌방 아랫목에서 이야기꽃 피우고
창호지 너머로 고택의 밤은 깊어만 간다
수백 년의 숨결 속에 찬란히
세월의 흔적이 오롯이 남아 있는
문화의 보고이자 삶의 흔적인 고택이여
먼동이 트는 아침 햇살에
어렴풋이 들려오는 천상의 소리
눈꽃을 녹여 만든 낙숫물의 하모니
사방으로 둘러싸인 마당에
뒤뜰 새들이 합류하여 지저귀는
화려한 고택의 교향악이 울려 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