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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0년 전의 타임캡슐', 토제 방울에 새겨진 (대)가야 건국신화

김명수 기자 기자 입력 2019.03.20 13:46 수정 2019.03.20 13:46

우리나라 최초, 건국신화 새겨진 토제 방울 발견

토제방울
토제방울

세계유산 등재를 준비 중인 고령 지산동 고분군(사적 제79)의 작은 무덤에서 출토된 직경 5cm의 작은 토제 방울이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이름 모를 대가야 장인(匠人)은 흙 방울을 만들면서 가야의 건국신화를 형상화한 것으로 보이는 그림을 새겼다이후 방울은 어린아이 무덤 속에 묻혔고, 1,500년이 지난 어느 날 타임캡슐과도 같이 무덤에서 나와 건국신화 이야기를 들려준다. 가야사 복원과 지산동 고분군의 세계유산 등재라는 화두와 함께…

고령군에서는 고령 지산동 고분군(사적 제79)의 탐방로 조성과 안전관리 등을 위한 무인감시카메라 설치를 위해 문화재청(청장 정재숙)의 허가를 받아 ()대동문화재연구원(원장 조영현)에서 20192월부터 현재까지 사업 범위에 포함된 고분에 대한 발굴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1차 조사는 201710월부터 20182월까지 조사했고 70여 기의 대가야 고분이 조사된 바 있다 

이번 조사는 2차 조사로 5세기 후반부터 6세기 전반까지 조성된 대가야시대의 소형 돌덧널무덤(석곽묘) 10기와 돌방무덤(석실묘) 1기가 확인됐다.

1호 돌방무덤은 6세기 전반에 만들어진 고령지역에서 확인된 가장 이른 시기의 것으로, 지산동 고분군에서 최초로 발견되어 주목된다 

이번 발굴조사의 최대 성과는 제5-1호 돌덧널무덤(5세기 후반)에서 출토된 토제 방울 1점이다. 5-1호 무덤은 판석으로 벽을 세운 뒤 바깥 면과 위를 깬 돌로 보완한 뒤 이중으로 덮개돌을 덮었다. 4~5세의 어린아이가 묻힌 무덤으로 규모는 길이 1.65m, 너비 0.45m, 깊이 0.55m 정도이며, 무덤을 만들 당시 껴묻거리를 넣은 상태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유물은 토제 방울 1점 외에 소형 토기 6, 쇠낫 1, 화살촉 3, 곡옥 1점과 어린아이의 치아 및 머리뼈 조각이 함께 출토됐다 직경 5cm 정도의 작은 토제 방울의 표면에는 '삼국유사','가락국기'의 구지봉에서 가야 시조가 탄생하는 장면을 형상화한 것으로 추정되는 그림이 새겨져 있다. 이는 문헌에 기록된 건국신화가 유물에 투영되어 발견된 최초의 사례로, 가야사는 물론 한국 고대사 연구의 획기적인 자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방울에 새겨진 선각 그림은 형상화되어 정확한 해석에 어려움이 있으나, 남성성기(구지봉), 거북(구지가), 관을 쓴 남자(구간), 춤을 추는 여자, 하늘을 우러러보는 사람, 하늘에서 줄을 타고 내려오는 금합을 담은 보자기 등 6개의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는 '가락국기'에 나오는 가야 건국신화의 모티브와 부합되며, 당시 대가야 사람의 생각이 반영된 것이 분명하다
 가야의 건국신화가 새겨진 토제 방울의 발견은 우리나라 고대사, 특히 가야사 연구에 큰 의미를 가진다.

첫째, '삼국유사'가락국기에 나오는 건국신화를 재조명할 직접적이고 절대적인 증거 자료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둘째, 토제 방울의 제작 시점을 전후한 대가야 건국신화의 변화과정을 유추할 수 있다. , 5세기 후반 이전에는 대가야와 금관가야를 비롯한 가야 전 지역에서 '가락국기'와 동일한 난생설화가 존재했고, 대가야가 가야 최대 세력으로 부상하는 5세기 후반 이후 새로운 대가야 중심의 형제 건국신화로 재탄생한 것으로 보인다. 가야산신 정견모주와 천신 이비가지 사이에서 태어난 뇌질주일이 대가야 왕이 됐고, 뇌질청예가 김해의 수로왕이 되었다는 내용이 그것이다
 현재, 가야사 복원이 국민적 관심사로 부각되고 있으며, 지산동 고분군을 비롯한 가야고분군의 세계유산 등재를 앞두고 있다. 이런 시점에 가야의 건국신화를 담은 소중한 유물이 출토된 것은 큰 의미가 있다. 따라서 고령군에서는 출토된 토제방울을 보물 신청 및 향후 국보 승격을 위해 관련 절차를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고령군은 지금까지 확인된 발굴조사 성과를  20 오전 11시 대가야박물관 강당에서 학술자문회의 및 언론 브리핑을, 오후 2시에 현장설명회를 진행한 후 발굴현장에서 일반인에게 공개했다.

  고령 = 김명수 기자 kms4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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