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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기고

FORGIVE, NOT FORGET

세명일보 기자 입력 2019.07.21 18:20 수정 2019.07.21 18:20

허 대 만
더불어민주당 경북도당 위원장

1590년 조선에서 일본에 통신사를 파견하였다. 정사는 황윤길이었고 부사는 김성일이었다. 가고 오는 동안 이들은 사사건건 대립하였다. 돌아와서 각각 보고서를 제출했는데 한쪽은 일본이 반드시 침략할 것이라고 다른 쪽은 그렇지 않다고 보고하였다. 그로부터 2년 후 임진왜란이 일어났다. 국토는 피폐해졌고 백성은 도륙이 났다.
전쟁 후에도 조선의 정계는 동서남북으로 갈라져 죽고 죽이는 정쟁을 벌였다. 그로부터 300년 뒤에 또다시 청, 일, 러를 비롯한 외세가 밀려들었다. 이번에는 정계가 개화와 수구로 나뉘어 경쟁하다가 친청, 친일, 친러로 갈팡질팡하다가 결국 친일과 반일의 짧은 대립을 거쳐 식민지로 전락하고 말았다.
역사 속에서 사라진 모든 국가는 예외없이 외부의 침략에 앞서 지나친 내부의 분열과 갈등으로 스스로 무너져 내렸다. 전국시대의 혼란을 극복한 토요토미 히데요시의 대륙진출 야욕에 맞선 조선은 스스로 무너져 내렸다. 메이지 유신으로 국력을 키운 일본세력 앞에서 조선은 다시 한번 스스로 무너져 내렸다.
일본 식민지로 전락한지 100여년 만에 일본은 다시 한번 수출규제라는 경제적 도발을 하여 대한민국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우리는 일본의 새로운 도발 앞에서 또 친일과 반일로 갈라지고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누어 양보없이 싸우다가 우리 스스로 맥없이 무너지지 않는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을까?
상황에 대한 판단이 다르고 대책에 대한 의견이 다를 수 있다. 강경과 온건이 다 나름의 타당성이 있다. 정부의 결정이 전부 옳은 것은 아닐 것이다. 이웃나라와 타협과 공존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은 백번 옳은 말이다. 외부의 공격에 대해서는 내부의 단합과 굳건한 대응 없이는 어떤 타협책조차 성공할 수 없다. 지금 상황에서 정부를 중심으로 단호한 대응이 전제되지 않으면 대결도 어렵고 협상도 불가능하다. 타협하고 공존하기 위해서라도 강력하게 단합해야 한다.
지금 정부를 중심으로 단호하게 대응하는 것은 정치적으로 여당에 유리하고 야당에 불리하다는 계산만으로 어정쩡하거나 사사건건 정부의 발목을 잡는 언행을 하는 것은 매국적 행위로 지탄받아야 한다. 지금 정부의 대응을 비난하면서 사실상 일본의 입장을 두둔하는 행위는 식민지로 전락하기 직전 친일파들의 행동과 똑같다.
전쟁을 벌였던 북에 대해서는 극단적인 불신을 가지고 타협없이 호전적인 사람들 중에 우리를 식민지배하고 청년들을 강제징용하고 여성들을 위안부로 끌고 갔던 일본에 대해서는 한없이 너그럽고 동질감조차 느끼는 분들이 있는 것 같다. 북에 대한 불신과 적개심으로 북으로 향하는 우리의 총구를 동쪽으로 돌리지 못할 이유가 없다.
그런 각오가 필요하다. 평화를 원하면 전쟁을 준비해야 한다는 말은 일본에 대해서도 적용된다. 단결에 기반한 우리의 자위력을 보여줄 때 평화와 공존, 교류도 가능하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이스라엘 통곡의 벽에 쓰여 있다는 ‘FORGIVE, NOT FORGET’라는 문장은 자신을 핍박했던 사람들과 미래지향적 공존을 하겠다는 정신을 담고 있다. 우리나라와 일본 사이의 미래지향적인 관계를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도 우리가 새겨야 할 정신이다. 일본이 우리에게 했던 과거도 잊지 말아야 하겠지만 내부의 분열과 갈등으로 스스로 무너져 내렸던 우리의 과오도 결코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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