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오피니언 기고

화재발생시 대처방법의 변화, 이제는 대피먼저

세명일보 기자 입력 2019.11.07 18:55 수정 2019.11.07 18:55

윤 영 돈
영주소방서장

화재가 발생하면 가장 먼저 해야 할 행동이 뭘까? 신고가 먼저일까? 대피가 먼저일까?
소방청이 2천여 명의 국민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불이 났을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행동은 ‘119 신고’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고 한다.
특히 집에서 불이 났을 때는 ‘소화기 등으로 불을 끄려고 시도한다’는 응답이 2위를 차지했는데, 학교나 직장 등에서 불이 났을 때는 ‘건물 밖으로 대피한다’는 응답이 두 번째로 많았던 것과는 조금 차이가 있다.
유선전화 보급률이 7.2%에 불과했던 1970~80년대에는 화재 신고 지연으로 출동이 늦어지기 다반사였다. 그로 인해 불이 나면 현장에서 벗어나는 것이 최우선임에도 불구하고 119신고의 중요성이 홍보시책에서 최우선시 되었고, 아직도 대부분의 국민이 화재현장을 보면 119신고를 가장 먼저 떠올린다.
하지만 이제는 획기적인 정보통신 수단의 발전에 힘입어 119신고 지연으로 인한 피해사례는 감소하고 있기에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대피 먼저’로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 화재신고는 현장을 목격한 많은 사람들이 대신해 줄 수 있지만, 대피는 본인이 아니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최근에 ‘주택용 소방시설 보급, 불 나면 대피 먼저!’를 대국민에게 홍보한 결과 금년도 상반기 화재 인명 피해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사망자는 227명에서 162명으로 28.6% 감소했으며, 부상자는 1천313명에서 1천118명으로 14.9% 줄었다. 소화기 사용법이나 119신고 요령도 중요하지만, 생존을 위해서는 대피하는 것이 최우선으로 대피 우선 교육이 이뤄져야만 인명피해를 줄일 수 있다.
지난 6월 서울의 초등학교 주차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대응1단계까지 발령된 대형화재로 번졌으나, 학생과 교사 전원이 신속하게 대피하여 단 한명의 사상자도 발생하지 않았다.
또한, 지난 3월 종로의 한 상가건물에서 화재가 발생하자 건물 내 고시원 거주자 등 36명의 신속한 대피 우선으로 사상자가 발생하지 않았다.
두 사례의 공통점은 화재 발생과 동시에 신속한 대피로 인명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따라서 화재 발생 시 제일 먼저 해야 하는 행동은 신고도, 초기 진화도 아닌 신속히 대피해 큰 인명피해를 방지하는 것이다.
119신고나 소화기 등을 이용한 초기진화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지만 우선 안전한 곳으로 대피 후 119신고, 초기 소화활동으로 이어지는 행동요령이 인명피해를 줄이는 중요한 대처방법이다.
우리도 이제는 소화기 사용법 등 초기화재 소화에 집중했던 안전교육에서 대피우선 교육으로 패러다임을 변경해서 대피의 중요성을 널리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와 같은 홍보·교육 등을 통해 실제로 금년 상반기 화재인명피해가 전년과 비교했을 때 약 17%가 감소했다.
다가오는 이번 겨울, 화재가 발생하면 절대 망설이지 말고 즉시 건물 밖이나 옥상으로 대피해서 단 한명의 사상자도 발생하지 않기를 간절하게 기원한다.  
 



저작권자 세명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