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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기고

‘어린이 보호구역’에 대한 고찰

세명일보 기자 입력 2020.01.16 19:41 수정 2020.01.16 19:41

권 정 관 교통안전팀장
대구지방경찰청 경비교통과

어린이 보호구역을 알리는 노란색 대형표지판이 나타났지만, 빨리 오라던 아이 생각에 내 발은 악셀레이터를 밟고 있다. 조금 지나자 과속 단속 카메라가 보인다. 그제서야 브레이크를 밟았고 속도가 줄어들었다. 단속카메라 밑을 통과하자마자 엑셀레이터를 힘차게 밟았다. 바로 그 순간 불법 주차된 차량 사이에서 키 작은 꼬마 아이가 갑자기 나타났다. 브레이크를 힘껏 밟으면서 핸들을 오른쪽으로 돌려 주차된 차량과 충돌하면서 차량은 멈추었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우는 아이에게 소리친다. “갑자기 뛰어나오면 어떻게 해” 빠른 속도로 달리던 나의 잘못보다는 차량 사이에서 뛰쳐나온 아이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있는 나 자신. 바로 이 장면이 어제까지 운전하던 당신의 모습 아닌가.
그동안 ‘속도를 줄여라, 신호를 지켜라, 불법 주정차 하지 말자’고 수 없이 홍보, 단속해왔지만 지켜지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 우리의 어린 자녀들은 과속하는 차에, 신호 위반하는 차에, 불법 주차된 차량 사이를 지나가면서 힘없이 쓰러져 갔다.아이들의 죽음 앞에 분노한 부모들과 온 국민의 마음을 대변한 일명 ‘민식이 법’이 만들어졌다.
이 법은 지난해 9월 11일 충남의 아산의 한 어린이보호구역에서 교통사고로 숨진 김민식 군의 이름을 딴 개정법이다. 도로교통법 일부개정령을 살펴보면, 어린이 보호구역 내 무인 교통단속용 장비 설치, 간선도로상 횡단보도의 신호기 설치, 속도제한 등 안전표지의 설치, 과속 방지시설 및 미끄럼 방지시설을 설치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설치해야 한다’라는 것이다. ‘할 수 있다’는 임의 규정이지만 ‘해야 한다’는 의무 규정으로 어린이 안전을 위해 시설, 장비를 설치하도록 의무를 부여한 것이다.
도로교통법 일부개정령과 같이 개정된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일부개정령을 살펴보면, 어린이 보호구역 내 사망사고 시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을, 그리고 부상사고에는 1년에서 15년의 징역 또는 최저 500만 원에서 최고 3천만 원의 벌금형이 선고된다고 규정돼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처벌이 가혹하다고 얘기한다. 우리 스스로 자초한 것이란 사실을 망각하고 처벌의 형평성을 논하고 있는 어른들의 이기적인 모습을 지켜보는 아이들은 과연 어떤 생각을 할까? 우리 스스로에게 반문해 봐야 한다.
안전한 교통환경 만들기는 그렇게 어렵지 않다.
첫째, 불법 주정차를 하지 않으면 된다. 불법 주정차 차량에 가려져 운전자는 어린이를 볼 수 없고, 어린이는 차량을 볼 수 없어서 발생되는 사고가 비일비재하다. 둘째, 과속하지 않아야 한다. 30㎞ 이하의 제한속도로 운행한다면 사고가 나더라도 피해를 줄일 수 있다. 셋째, 횡단보도 앞 정지선을 통과할 때 브레이크에 발을 올리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마지막으로 당부하고 싶은 말은, 어린이 보호구역은 주말이나 공휴일, 방학에 관계없이 1년 365일 적용 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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