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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APEC 정상회의, 천년고도 경주가 세계로 도약하는 순간

황보문옥 기자 입력 2025.10.13 09:33 수정 2025.10.13 09:45

세명일보 부사장 황보문옥



역사를 품은 도시에서 대한민국의 미래를 열다

천년의 시간을 품은 경주가 다시 세계의 중심에 선다. 오는 27일~11월 1일까지, 경주에서는 APEC(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정상회의가 열린다. 미·중·일·러를 비롯한 21개국 정상과 대표단이 한자리에 모이는 이번 행사는 대한민국이 쌓아온 문화적 품격과 경제적 역량을 전 세계에 증명하는 역사적 무대가 될 것이다.

경주는 단순한 개최 도시가 아니다. 신라의 천년 수도이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을 간직한 도시로서 역사와 문화, 그리고 미래 산업이 공존하는 한국의 정체성을 대표하는 공간이다. 이번 APEC 정상회의는 경주가 가진 유산 위에 미래를 더하는, 곧 ‘역사를 품은 미래 도시’로의 전환점이 될 것이다.

APEC은 세계 경제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거대 협의체다. 각국 정상들은 이번 회의에서 기후 변화, 디지털 전환, 무역 협력, 공급망 재편 등 인류 공동의 과제를 논의한다. 그 논의의 무대가 바로 경주라는 사실은, 대한민국이 단순한 참여국을 넘어 의제 제시국이자 협력의 리더로 성장했음을 상징한다.

이번 회의의 성공은 곧 대한민국의 성공이자, 경주의 새로운 도약으로 이어질 것이다. 고도(古都)의 문화적 품격 위에 경제적 활력을 더할 절호의 기회이기 때문이다. 세계 각국의 언론과 투자자, 정책결정자들이 경주를 주목하면서 문화도시에서 국제도시로의 확장이 현실이 된다. 숙박·교통·관광·전시 산업 전반이 활성화되고, 지역 청년과 시민에게 새로운 일자리와 도전의 기회가 열릴 것이다.

경주는 이번 회의를 계기로 ‘세계 속의 경주’로 도약해야 한다. 과거 신라가 실크로드의 동쪽 끝에서 문명 교류를 주도 했듯이, 이제 경주는 21세기 글로벌 협력의 플랫폼으로 거듭나야 한다. 첨단 산업단지와 문화 콘텐츠, 스마트 관광 인프라를 결합한 도시 전략은 문화유산을 보존하면서도 성장하는 지속가능한 모델이 될 것이다.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시민의식과 행정의 세밀한 조화다.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행사인 만큼, 도시의 질서와 청결, 시민의 친절과 배려가 곧 대한민국의 품격으로 평가받는다. 관광지의 작은 안내 표지판 하나, 거리의 정돈된 분위기 하나가 세계 언론의 카메라에 담길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APEC 정상회의는 단지 외교행사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얼굴’을 새로이 조각하는 문화외교의 장이기도 하다.

경주시와 중앙정부는 이번 행사를 단순한 지역 이벤트가 아닌, 국가적 프로젝트로 인식해야 한다. 철저한 준비와 세밀한 점검, 그리고 지방과 중앙의 긴밀한 협력이 필수다. 경주의 성공은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의 새로운 모델이 될 수 있다. 수도권 중심의 외교 무대에서 벗어나 지방 도시가 세계와 직접 연결되는 새로운 국가 비전이 경주에서 실현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회의는 대한민국의 문화외교에 중요한 의미를 남길 것이다. 경주는 불국사와 석굴암, 안압지와 첨성대 등 인류가 공감할 수 있는 유산을 품고 있다. 그 속에서 열린 정상회의는 ‘경제 협력의 장’이면서 동시에 ‘문화의 교류장’이 된다. 각국 정상들이 경주의 문화유산을 체험하는 순간, 그들은 단지 회의에 참석하는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역사와 철학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이번 APEC정상회의는 경주가 다시 한 번 세계 문명사 속에서 이름을 새길 수 있는 기회다. 하지만 진정한 성공은 회의의 마무리가 아니라 그 이후에 달려 있다. 행사가 끝난 뒤에도 경주가 지속적인 국제 교류와 투자를 이어가고, 문화와 경제가 선순환하는 ‘지속 가능한 세계 도시’로 발전할 때 비로소 이번 회의의 의미가 완성된다.

천년 전 신라의 장인이 석굴암 한 조각에 우주의 질서를 새겨 넣었듯, 오늘의 우리는 경주라는 도시 안에 대한민국의 미래를 새겨야 한다. 역사를 잊지 않되, 미래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시, 문화와 기술이 공존하는 도시, 그리고 세계가 주목하는 품격의 도시—그것이 이번 APEC 정상회의가 경주에 남겨야 할 진정한 유산이다.

경주가 다시 세계로 열린다. 과거의 영광 위에 미래의 가능성을 더하며, 경주는 이제 문화와 경제가 함께 숨 쉬는 세계적 문명도시로 도약할 준비를 마쳤다. 이번 APEC 정상회의가 그 여정을 여는 첫 걸음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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