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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APEC 목탁 4' 태평성대를 이루소서-에밀레종

김경태 기자 입력 2025.10.14 09:38 수정 2025.10.14 09:41

미디어발행인협 회장‧언론학박사 이동한


에밀레종(Emille Bell)은 통일신라 시대에 제작된 대형 범종이다. 신라 경덕왕(765년)이 아버지인 제33대 성덕왕의 공을 기리고 극락왕생을 기원하기 위해 만들기 시작했으며 제35대 혜경왕 771년에 완성되었다. 본래 이름은 성덕대왕신종(聖德大王神鐘)이다. 1962년 국보 제29호로 지정됐으며 현재 국립경주박물관에 보존되어 있다. 1992년까지는 매년 재야의 종소리로 타종을 했으나 그 이후론 조사를 목적으로 하는 외에는 타종하지 않았다. 높이는 3.66m, 입지름 2.27m, 무게는 18.9톤이다.

국립 경주박물관 마당에 비를 피할수 있는 지붕이 있는 종각에 보존되어 있다. 현존하는 한국의 종 가운데 가장 크고 아름답다. 동양에서도 크기와 예술성에서 최고이며 소리를 낼 수 있는 종으로는 세계에서 가장 큰 종이다. 용두형 종누는 신라 왕권의 신성을 상징하고, 비천상은 불국토의 평화를 상징하며, 하대의 파도 무늬는 지상세계를 상징하는 신라의 예술의 절정을 보여 준다. '에밀레' 라는 아이가 엄마를 부르는 소리가 난다고 하여 에밀레종이라 부른다. 역사적인 기록에는 에밀레종이라는 내용이 없으며 삼국사기나 삼국유사에도 이같은 전설에 대한 기록을 찾아 볼 수 없다. 에밀레종으로 부르게 된 것도 조선 시대가 되어 불려졌다는 설도 있다.

오래 전부터 전해오는 전설에 의하면 성덕왕을 위한 신종을 만들려고 아무리 노력을 해도 종의 소리가 나지 않았다. 한 승려가 시주를 받으러 다니다가 가난한 아낙이 '집에 내놓을 것이 아이 밖에 없다' 라는 말을 했다. 승려는 그대로 돌아왔으나 그 후 꿈에서 '아이를 넣어야 종을 완성할 수 있다' 는 계시를 받고 결국 그 집의 아이를 데려와 쇳물에 넣어 종을 완성하니 '에밀레' 라는 아이가 어미를 부르는 신비한 종소리가 났다고 한다. 이 전설은 역사적 사실이기 보다는 정치적 사회적 상황과 불교의 윤회적 세계관, 백성들의 한이 결합된 민속 설화로 볼 수 있다.

이 설화에는 그 당시 혜공왕은 어리고 왕비와 외삼촌이 권력을 전횡하던 시기였으며 애절하고 순수한 희생을 통해 세상을 이루어 보려는 염원이 형상화되어 있다. 종을 만드는 과정에 생명을 바치는 눈물겨운 민생의 한이 담겨있는 설화다. 에밀레종의 과학적인 구조는 경이롭다. 종의 구조와 재질, 음향적 특성 등이 복합된 현대 과학으로 재현하기 어려운 신비성을 지니고 있다. 종의 외부와 내부에 새겨진 음각과 종누의 형상, 음통의 공명과 울림의 극대화, 먼 곳까지 퍼지는 부드러운 맑고 깊은 음향, 상징적인 조각 장식, 설계 방식 등은 신비의 극치다.

화려한 문양과 조각 수법은 예술적 차원이 높다. 종에 새겨진 1000자의 문자는 명문이며 수법이 우수하다. 1천 300년이 지났지만 손상 없이 전해지고 있다. 학자들의 연구에 의하면 신비한 내부 구조와 재질, 타종법 등으로 주파수가 다른 두 파동이 서로 간섭하여 생기는 맥놀이 현상으로 타종의 여운이 3분 이상 길게 나타 나고, 맑고 깊은 울림이 나온다. 에밀레종은 단순한 고대의 유물이 아니다. 한국의 역사와 문화의 정체성을 담고 있다. 에밀레종에 담겨있는 역사적 배경과 문화적 전통은 오늘 우리에게 깊은 깨달음을 준다.

에밀레종 소리에는 사회 민속적인 회한과 처참한 민생의 한이 들어 있다. 왕권에 유린당한 천민의 원한이 어려있고 권력에 짓밟힌 서민의 절규가 담겨있다. 에밀레종은 전쟁의 역사는 끝나고 평화의 시대를 애원하며 울고 있다. 지난 9월 24일 음타조사를 겸한 타종식이 있었다. 2003년 개천절에 타종한 이후 22년만에 12번의 타종을 했으나 종소리는 여전히 신비하게 맑고 깊은 음향이 였다. 종을 완성한 연대의 숫자인 771명이 추첨해 참석한 가운데 주낙영 경주시장과 도올과 김홍준 등의 축사와 무용도 있었다. 2025년 경주 APEC에 오신 세계인들이 에밀레종 소리 속에 있는 소리를 듣을 수 있기를 기원한다.

이번 기회에 신비한 소리를 내는 에밀레종을 원형으로 한 범종을 제작해 21 개국 정상에게 증정하면 이 종을 가지고 가서 각 나라의 중요한 행사나 기념식에 종을 울린다면 어떨가. 이 아름다운 종소리로 인해 그 나라 국민들의 마음도 편안해지고 고민도 해결되어 국태민안을 이룬다면 온 인류가 염원하는 세계 평화를 실현하는데 큰 역활을 할 것이다. 정상들이 왔을 때 세계적인 타종식도 하고 같은 크기의 종이 아니라도 에밀레종을 모델로 천년 고도의 정신을 담은 작은 종을 선물로 주는 것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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