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국힘 권영진 의원(대구 달서구병, 사진)이 12일 경찰청과 도로교통공단 국정감사에서 “교통안전공단이 치매 등 고위험 질환자를 대상으로 실시하는 수시적성검사가 실제 치매 환자 면허를 유지시켜주는 통로로 전락했다”고 밝혔다.
권영진 의원실이 도로교통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65세 이상 치매 질환자의 수시적성검사 판정 결과'에 따르면, 2025년 수시적성검사 대상자로 통보된 65세 이상 고령자 12,794명 중 미수검으로 면허가 미필 취소된 인원(10,001명)을 제외하고, 실제 수시적성검사를 받은 1,558명 중 불합격 처분을 받은 인원은 단 49명(3.1%)에 불과했다.
반면, 무려 96.9%에 달하는 1,509명은 합격(938명, 60.2%) 또는 판정유예(571명, 36.7%) 처분을 받아 여전히 도로 위에서 운전대를 잡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판정유예’를 받을 경우 최대 2년까지 면허가 그대로 유지돼, 사실상 서류 검토와 짧은 질의응답 수준에 불과한 ‘운전적성판정위원회’ 심의가 치매 환자에게 면허를 합법적으로 쥐어주는 ‘자동면허 갱신기’ 노릇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더 큰 문제는 행정 절차 지연으로 인한 사각지대다. 권 의원은 “수시적성검사 통보에 응하지 않아 면허가 취소되는 과정에서, 공단의 통지기간(45일)+수검기간(3개월)+공단-경찰 간 통지(1~5일간) 및 경찰이 결과를 통보·조치하는 기간(40일)이 소요돼 최소 6개월 동안 부적격 치매 환자가 아무런 제재 없이 운전할 수 있는 구조적 허점이 방치돼 있다”고 밝혔다.
이는 '도로교통법 시행규칙' 제84조(수시 적성검사) 및 제93조(운전면허의 정지·취소처분 절차)에 따른 소요 기간과 우편 재발송·게시판 공고 절차 등에 따른 것으로, 신속한 면허 정지·취소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편, 최근 5년간(2021~2025년) 65세 이상 고령운전자는 401만 명에서 563만 명으로 40.2% 폭증했으나, 면허 자진반납률은 5년째 2.1%~2.5% 수준에 정체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25년 기준 전체 반납자(141,286명) 중 65~69세 비중은 10.2%(14,407명)에 불과해, 사회·경제적 활동이 왕성한 65세 이상 전체를 일률적 반납 대상으로 삼는 현행 정책의 한계가 드러났다.
권 의원은 “치매는 판단력과 상황 대처 능력이 순간적으로 마비되는 치명적인 뇌 질환으로, 치매 운전자가 도로 위를 달리는 것은 국민 생명을 위협하는 심각한 문제”라며, “도로교통공단과 경찰청이 즉각 협의에 착수해 ‘6개월의 운전 공백 사각지대’를 차단할 시행규칙 개정안을 마련할 것”을 요청했다.
이어 “생업이 걸린 어르신에게 10만 원짜리 교통카드 하나 던져주는 일률적 정책으로는 고령운전자 사고를 막을 수 없다”며 “기존 65세 이상에서 75세 이상으로 연령기준을 단계적으로 상향하고 초고령자 및 치매·고위험 질환자에 대한 적성검사 요건을 강화하는 등 ‘기능 중심의 핀셋 관리’로 정책을 전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