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의 코로나19 하루 확진자 수가 지난 17일 다시 0명을 기록했다. 한 때 확진자를 하루 수백명씩 쏟아내던 대구가 드디어 봄을 맞고 있다.
그러나 같은 날 발표된 3월 취업자 수는 사상 최대 폭으로 감소했다. 감소폭은 전국에서도 가장 컸다. 코로나19가 대구시에 남긴 상흔이 얼마나 큰 지 보여준다.
이달 18일 정부에 따르면 대구시의 코로나19 일일 확진자 수는 지난 17일 0시 기준으로 '0'명을 기록했다. 지난 10일 53일 만에 확진자 '0명'의 감격을 맛본지 7일 만에 다시 일일 확진자가 '전무'한 상황을 맞았다.
그러나 이날 통계청이 발표한 고용지표는 코로나19가 대구시에 남긴 상처를 그대로 보여줬다.
'2020년 3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에 따르면 지난 3월 우리나라 전국 취업자 수는 전년 동월비 -0.7%(19만5천명)가 감소했다.
지역별 취업자 수 증감률을 보면 대구의 감소세가 모든 지역에 비해 압도적이었다. 대구의 취업자 규모는 전년에 비해 7.4%나 감소해 전국에 비해 10배나 가파르게 감소했다. 대구 지역은 증감률만 보면 통계 작성을 시작한 지난 1998년 이래 감소폭이 가장 컸다.
타 지역 취업자 증감률을 보면 세종시만 유별나게 취업자 증가세 두드러지는 모습이다. 이외에는 대부분 감소하거나 미미한 증가에 그쳤다.
올해 3월 기준 전년 동월비 취업자 수 증감률은 지역별로 △대구 -7.4% △충남 -3.8% △인천 -1.9% △경남 -1.7% △경북 -1.6% △제주 -1.3% △광주 -1.2% △울산 -1.1% △부산 -1.0% △전남 -0.7% △전북 -0.4% △강원 -0.3% △강원 -0.3%순이었다.
취업자 수가 증가한 지역만 보면 △세종시 6.6% △충북 1.7% △대전 0.9% △서울 0.7△ △경기 0.0% 순이었다. 취업자가 증가한 곳은 17개 지역 중 수도권을 포함한 5개 지역 뿐이었다.
특히 대구의 경우 코로나19 이전까지도 늘 일자리가 줄어드는 추세이기는 했다. 대구의 전년비 취업자 수 증감률은 지난해 3월 1.3%를 기록한 이후 12개월 내내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다만 올해 2월까지는 그 규모가 -1% 내외에 머물렀다. 그러던 것이 3월 들어 급작스럽게 감소폭이 커진 것이다. 경기 침체로 시름시름 앓던 지역 경제에 설상가상으로 코로나19 사태가 타격을 입혔다.
대구 취업자 증감률을 산업별로 보면 농림어업 종사자만 전년에 비해 18.8% 급등하는 기이한 현상을 보였다. 이외에는 대부분 급격한 감소세였다.
대구에서 농림어업 이외 산업들의 취업자 수는 △건설업 -13.5% △도소매·숙박음식점업 -10.6% △제조업 -8.8% △사업·개인·공공서비스 및 기타 -6.8%로 급격한 감소세를 보였다. 전기·운수·통신·금융업은 1.1%의 미미한 증가세에 머물렀다.
농림어업 종사자만 급등한 데에는 복합적인 원인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먼저 증가한 농림어업 종사자 중에는 고령자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이들은 노인 일자리사업이나 도소매 서비스업에 종사하다가 일자리를 잃고 집안일을 도우러 왔을 가능성이 높다. 특히 농림어업은 사람과 대면할 일이 적어 코로나19로부터도 안전하다. 봄철 농번기를 맞아 계절적 요인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통계청 관계자는 "농림어업 종사자는 대부분 60대 이상에서 증가했다"며 "기본적으로 60대 이상 분들은 농림어업을 하다가 다른 일을 잠깐씩 하는 경우가 많다. 대면업종들 고용이 감소하면서 비대면 업종인 농림어업 고용이 늘었다"고 밝혔다.
다만 제조업, 건설업 등 기반산업과 도소매·숙박음식점업 등 서비스업종 등 주요 산업들은 모두 대량 실업을 겪어야 했다.
이같은 상황에서도 대구시는 여전히 코로나19 방역에 집중하느라 일자리 문제는 손놓고 보기만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채홍호 시 행정부시장은 이날 오전 코로나19 관련 정례브리핑을 통해 "특히 대구 취업자 수가 급격히 줄었다. 이 문제는 전국적인 취업자 문제와 같이 해서 대구 차원에서도 조사해 적절한 기회에 발표하겠다"면서도, "아직까지 대구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극복하는 과정에 집중하고 있다. 취업자를 챙기는 데까지 이르지 못했다"고 밝혔다.
황보문옥·윤기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