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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평범한 일상(日常)

안진우 기자 입력 2020.04.20 18:44 수정 2020.04.20 18:44

김 시 종 시인
국제PEN 한국본부 자문위원


올봄은 기후가 예년(딴해)에 비해 포근하지만, 제대로 봄을 느끼지도 못하고, 무거운 마스크를 착용하고 코로나역질과 대치하고 있다. 그 전에 마스크를 안쓰고 지내던 것이 얼마나 행복한 시절임을 실감하게 되었다.
평소 발로만 싸다녀 무릎연골이 다 닳아 걸어 다니는 것도 여의치 못하다. 외출을 자제하고 집안에서 딴 때보다 더 많이 집에서 지내다 보니 집에 심어 논 나무에 눈길이 더 자주 가기 마련이다.
지난해까지 우리 동네에서 가장 키가 크고 우람한 백목련나무를 왕창 가지치기를 하여 올해는 지난해까지는 몇천송이 피던 목련꽃이 단 세 송이만 피어, 겨우 숨만 붙어 안타까웠는데, 둥치의 여러 곳에, 새싹이 돋아나서 내년 봄을 기대를 갖고 기다려도 될 것 같다.
백목련과 사이가 좀 떨어져 있지만, 보랏빛 목련은 덩치는 백목련과는 비교도 안되게 왜소하지만 우아한 보랏빛 목련이 다섯 송이가 피어, 허전한 가슴에 조금은 위안이 되어 준다.
백목련의 영광은 잠시 사라졌지만, 백매화(설중매) 두 그루가 흰 꽃송이를 가득 피워, 전성시대 백목련 못지않게 내 가슴을 환하게 밝혀 준다. 백매화 곁에서 나무백일홍(박태기나무)이 두그루가 붉은 꽃을 피워, 흰빛과 붉은 빛이 조화를 이룬다.
마지막 방범견(防犯犬) ‘차돌이’가 2018년 3월 19일 10시경 가출(家出), 실종하여 허전하던 터에 길고양이 일가족 세 마리가 제발로 들어와, 빈 가슴을 채워 주었다. 방범견은 방범견대로 키우는 보람이 크지만, 길고양이도, 집고양이로 입적을 하니, 개보다 한끗 차원이 높았다.
부양이(숫쾡이)와 반쪽이(암쾡이)의 새끼인 주니어는, 영리하고 똑똑하고 운동신경이 뛰어나, 똑소리가 나는 새끼고양이이다. 끼니때마다 밥을 주면, 혼자 먼저 먹지를 않고, ‘엄마, 엄마’하며 제 어미괭이를 불러, 어미가 오면 같이 먹이를 먹는데, 끼니때마다 꼭 그랬다.
고양이가 개보다 영특한 것 같다. 고양이는 개처럼 주인에게 쉽게 마음을 주지 않는다. 고양이가 개보다 야성이 더 강한 탓인 것 같다. 우리집 부양이(숫쾡이)는 내게 마음을 열어 준다. 머리로 내 다리에 부벼대며 친밀감을 드러낸다.
먹이와 물을 챙겨 주지만, 고양이도 집주인에게 빚만 지고 살기는 싫은 모양이다. 며칠마다 쥐를 잡아 와서 주인(나)에게 자랑을 하면, 나도 고양이를 칭찬해 준다.
집에 늘 붙어 있지는 않지만, 하루 두 번(아침, 저녁)은 고양이가족 세 마리가 현신을 한다. 나도 고양이에 대해 각별히 배려를 해 주지만, 고양이들도 사람 못지않게 서로 배려를 아끼지 않는다.
우리 사회도 이웃끼리 배려를 아끼지 말아야 살맛나는 살기 좋은 사회가 될 것이다.
고양이도 자세히 관찰하면, 기특한 구석이 있고, 사람들에게 깨우침을 준다. 고양이를 함부로 해치지 말고, 잘 돌봐주면 더욱 밝은 세상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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