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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기고

눈높이 맞는 학폭 예방·대책 절실 필요

정의삼 기자 입력 2020.09.05 09:16 수정 2020.09.06 07:59


  
영주경찰서 여성청소년과 순경 류시재

2011년 12월 대구에서는 집단 괴롭힘을 견디다 못한 중학생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한다. 이 사건을 계기로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었으며 학교전담 경찰관이라는 제도가 마련되었다.
 그로부터 9년이 지난 오늘날까지도 학교폭력에 대한 논의는 끊이지 않고 반복되어 왔다. 아직 정신적으로 성숙하지 못한 청소년들이 학교폭력에 노출되었을 경우, 성인의 경우보다 더욱 큰 정신적인 피해를 감수해야할 것이기 때문이다.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에서는 학교폭력을 ‘학생을 대상으로 발생한 상해, 폭행, 감금, 협박, 약취․유인, 명예훼손․모욕, 공갈, 강요․강제적인 심부름 및 성폭력, 따돌림,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음란․폭력 정보 등에 의하여 신체‧정신 또는 재산상의 피해를 수반하는 행위를 말한다.’라고 정의하고 있다. 이처럼 학교폭력을 단편적으로 폭행, 협박 등의 행위에만 국한시켜 정의하지 않고 형법과 특별법상의 다양한 유형의 범죄행위를 적용시켜 해석하는 것은 분명 그 이유가 있을 것이다. 가령, 스마트폰, 테블릿PC 등 스마트기기의 비약적인 발전으로 학생들의 커뮤니케이션 무대가 넓어지면서 사이버 폭력과 같은 새로운 학교폭력의 유형이 대두된 것이 그 예시가 될 것이다.
교육부에서 발표한 ‘2019년 1차 학교폭력 실태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학교폭력 피해를 당한 적이 있다고 응답한 학생 중, 언어폭력으로 인하여 피해를 입은 학생이 전체의 35.6%, 집단따돌림이 23.2%, 사이버 괴롭힘이 8.9%의 비중을 차지했다. 신체폭행이 8.6%의비중을 차지하는 점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높은 수치이다.
위의 수치는 학교폭력이 여러 가지 유형으로써 나타날 수 있으며, 우리가 학교폭력을 단순히 신체에 대한 폭력 행위에만 그치는 것으로 단정지어왔던 기존의 인식을 전환시킬 필요가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학교전담경찰관으로 근무하면서 학교폭력 가․피해학생들을 자주 마주하게 된다. 생활고에 시달려 학교 후배에게 돈을 빼앗는 학생, 순간의 분노를 참지 못하여 친구를 폭행하는 학생, SNS를 통해 친구에게 음란한 사진을 전송하는 학생 등 여러 학생들을 접하며 학교폭력의 범위가 점차 다양해짐을 느낀다. 의도했건 의도치 않았건 그러한 행위가 엄연한 범죄 행위라는 점을 학생들에게 인지시킬 필요가 있어 보인다.
또한 가해 학생에 대하여 낙인보다는 선도 가능성 여부를 검토하여 선도프로그램, 선도심사위원회 등의 제도를 활용함으로써 올바른 인식을 가진 사회의 일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도 매우 중요한 과제 중 하나일 것이다. 
학교폭력의 범위가 점차 다양해지고, 갖가지 통신매체를 통하여 새롭게 떠오르는 학교폭력의 유형에 맞게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는 학교폭력 예방과 대책이 절실히 필요하다. ‘빙산의 일각’이라는 말이 있듯이, 표면적으로 드러난 학교폭력 피해에만 전념할 것이 아니라, 학생들에 대한 진심어린 공감과 소통을 통하여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학생들의 아픔과 상처를 어루만져 줌으로써, 학교폭력이 더 이상 학생들의 연약한 마음을 갉아먹지 않는 건강한 세상을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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