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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민심' 민심 팔이 그만 해라

김경태 기자 입력 2024.09.28 19:42 수정 2024.09.29 00:10

이동한 미디어발행인협 회장‧언론학박사

↑↑ 미디어발행인협 회장‧언론학박사 이동한

민심(民心)은 국민의 마음이다. 국민은 다수다. 국민의 마음도 다양하고 변화한다. 민심을 바로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다수 국민의 공통된 생각을 알아보기 위해 여론조사와 투표결과를 보기도 한다. 그러나 소수 국민들의 생각이 정의로울 수도 있다. 저마다 민심이라고 주장하지만 서로 민심에 대한 이해는 일치하지 않는다. 국민이 잘 못된 생각을 하고 있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민심을 대변하는 정치나 언론이 민심을 조작하는 것이다.

맹자의 이루장구(離婁章句) 상편에 보면 "걸왕과 주왕이 천하를 잃은 것은 그 백성을 잃었기 때문이며 그 백성을 잃은 것은 그들의 마음을 잃었기 때문이다. 천하를 얻는 데는 길이 있는데 그 백성을 얻으면 천하를 얻게 된다. 또 그 백성을 얻는 데는 길이 있는데 그들의 마음을 얻으면 이에 백성을 얻게 된다. 백성의 마음을 얻는 데는 길이 있는데 그들이 바라는 것은 주면 모이고 그들이 싫어하는 것을 그들에게 행하지 않으면 된다(桀紂之失天下也, 失其民也, 失其民者, 失其心也, 得天下有道, 得其民, 斯得天下矣, 得其民有道, 得其心, 斯得民矣, 得其心有道, 所欲與之聚之, 所惡勿施爾也)

하나라 걸왕은 방탕을 일삼다가 탕왕의 침략을 받고 도주하다가 살해 당했다. 은나라 주왕은 폭정을 계속하다가 무왕에게 패하고 궁전을 불태우고 자살을 했다. 두 폭군은 모두 백성을 버리고 백성의 마음을 잃고 외침략을 받아 패망했다. 정치는 백성의 마음인 민심을 얻는데 있다. 그런데 지금의 정치판에는 그 민심을 읽어 내는데 문제가 있다. 정치를 한 고참이나 신참이나 입만 열면 민심을 내세우고 국민만 바라보고 간다고 한다. 그러나 민심에 대한 여야 진영의 소리가 너무도 극명히 다르다. 정치인들이 민심이라고 하는 말은 믿을 수 없다. 그래서 '민심은 정의인가'라는 의문이 제기된다.

한국에서 외신기자 협회장을 했던 마이클 블린(Mickael Breen)은 "한국 민주주의는 법이 아닌 야수가 된 인민이 지배한다. 한국인들은 민중, 민심, 민의, 민초라고 하면 맹목적으로 최고의 진리이며 최고의 정의라고 생각한다. 누구든 민중에 반대하면 무조건 불의한 자, 나쁜 놈으로 단죄해 버린다. 헌법도 양심도 다 민심 아래 있다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블린은 이조가 망한 것도 자기가 알고 있는 것만 옳고 남의 것은 모두 악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광우병 사건과 세월호 사고 때를 보아도 한국의 민심은 믿을 수 없다. 예수와 소크라테스를 죽인 것도 부패하고 무지한 민중들이 였다는 주장을 했다.

민심을 천심이라고 생각하고 민심을 따르는 정치를 해야 한다. 그러나 민심의 주인인 민중이 우매하거나 부정하여 잘 못된 생각을 하고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민중이 나쁜 대중 선동과 왜곡된 군중심리의 흐름에 빠져 있다면 민심은 정의로울 수 없다. 그래서 잘 못된 민심을 지닌 민중을 계몽할 지도자가 필요하다. 국가의 장래를 위한 선구자의 리더십이 나와야 한다. 또 한 가지 민심에 대한 중요한 문제점은 민심을 판단하고 대변한다는 정치인과 언론인에게 있다. 이들이 민심을 바로 인식하고 전달하지 못하는데서 민중은 또다시 혼란에 빠진다. 이들에 의해 민의가 왜곡되고 민심이 조작된다면 민중은 유랑객이 된다.

스스로 가치판단의 능력이 부족한 민중은 정치한다는 선동가에게 이용당하고 유린당한다. 지구상에 민주주의가 시작된 후에도 집권자들에 의해 민의를 조작하고 여론을 왜곡하는 일이 합법을 가장한채 자행되어 왔다. 이런 권력의 횡포에 시달린 경험을 해온 민초들은 정치인이 민심과 민의, 민생을 외쳐도 그 소리를 믿지 않는다. 평소에도 입만 열면 녹음된 소리처럼 나오지만 선거 때가 되면 유별나게 민심이라는 소리가 높아 진다. 국민은 말을 듣고 행동을 보고 믿지 않는다. 함부로 민심을 말하지 마라, 또 민심이야, 민심 좋아하네, 민심팔이 그만 하라는 조롱이 나온다.

야당 대표를 전과자라고 하고 대통령을 살인자라고 막말을 하는 속샘이 다른 곳에 있다. 외교적 상황에 대한 판단의 혼란은 더욱 심각하다. "북핵과 미사일 도발에 대해 강력한 안보와 국방력이 필요하다" 는 주장과 "북한의 핵과 미사일은 우리를 공격할 무기가 아니며 통일이 되면 우리 국가의 자산이 된다"는 주장이 있다. 이런 문제를 여론조사나 국민 투표로 판단해도 되는가. 국가 운명을 위해 선각자들이 나와서 사악한 선동자와 우매한 국민을 깨우치고 설득해야 한다. 그래도 안된다면 국운이 다한 것이다. 국민의 잠을 깨워야 한다.

안중근 의사가 외부 적의 우두머리를 죽이고 순국했듯이 우리 내부의 적을 설득하기 위해 가여운 민중을 깨우기위해 목숨을 걸어야 한다. 권력 투쟁과 국론분렬이 극한에 달하고 민심의 조작과 왜곡이 한도를 넘으면 나라는 걸왕과 주왕 때가 온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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