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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말 없는 다수 국민이 무서운 줄 알아야

홈페이지담당자 기자 입력 2025.03.05 07:06 수정 2025.03.05 07:06

전 안동시 풍천면장 김휘태


2025년 3월 4일 온종일 진눈깨비가 구슬프게도 내린다. 촉촉한 봄비에 날궂이라도 할 텐데 세상이 어지러우니 막걸리 생각도 사라져 버린다. 7080 세대로 수많은 갈등의 시대를 살아왔지만, 지금처럼 허무한 갈등은 없었다. 6.25 직후 사상과 이념 갈등부터 빈부·지역·세대·남녀·노사갈등은 한국사회가 성숙하는 과정이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 정치적 이념 갈등은 보수도 진보도 아닌 상대적 진영논리로 자본주의의 병폐인 황금·권력 싸움에 지나지 않는다. 본질을 숨기고 오만가지 명분으로 이전투구를 벌이고 있다. 빨갱이부터 부정선거다. 불법수사다. 친미·일·중이다. 부정부패다. 입법독재다. 사법독재다. 경고(계몽)계엄이다. 말장난으로 전 국민을 우롱하고 있다.

자유민주주의라는 것이 이렇게 종파(권력집단)적으로 패거리 싸움하라는 정치제도가 아니라, 정파(정책집단)적으로 대의정치를 하라는 것 아닌가? 그런데 그 대의정치 권력을 사리사욕으로 더럽히고 사상도 이념도 정책도 아닌 진영논리로 대립해 국가공권력까지 동원해 쟁탈전을 벌이는 것은 명분을 떠나 그 자체가 반국가행위다.

탄핵 찬·반 어느 쪽이든 언론이나 SNS를 동원하고 광장에서 수만 명이 모였다고 기세등등할 일이 아니다. 소영웅주의에 사로잡혀서 선전 선동하는 연사들의 말장난에 세상이 휘둘리지 않는다. 말 없는 5000만 국민이 무서운 줄 알아야 한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 스스로가 이성을 가다듬고 편파적인 미디어에 휩쓸리지 않고 상식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특별히 경계할 점이 바로 이런 혼란 상태에서 주권을 가진 국민이 무관심하거나 위축돼 방관할 때 부당한 권력이 탄생할 수 있다는 역사적 교훈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러므로 우리 스스로가 객관적인 정보를 파악하고 균형 잡힌 시각으로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고 서로 이해하는 지혜를 발휘해 나가야 한다.

3월 4일 동아일보에 ‘국민 체감 사회갈등 6년 사이 최고, 보수와 진보 대립이 가장 심각’은 세계 최상위권으로 위험한 수준이라고 한다. OECD 국가에서 3위라는데, 그에 상응하는 갈등관리는 27위로 최하위권이라는 것이다. 2024년 9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보고서’로 정치적 양극화가 중도 배제까지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는 것이다.

보도기사에서 전문가들은 낡은 정치제도와 표플리즘에 빠진 정치가 사회갈등을 심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대 장덕진 사회학과 교수는 “최근 몇 년간 좌파 표플리즘이 우파 표플리즘으로 옮겨 붙으면서 좌·우 모두 극단의 목소리에 기댄 정치만 하고 있다”며 “정치적 양극화가 중도의 목소리를 배제하면서 갈등을 고조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5년 전 전경련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사회갈등지수 국제비교 및 경제성장에 미치는 영향’보고서(2014)로 사회분야가 OECD 2위로 극심하고 인구 밀집도는 1위로 심각하다는 것이다. 한국 갈등지수는 55.1로 프랑스 25.8 독일 29.8 영국 41.4 미국 43.5 일본 46.6 보다 훨씬 높으며, 갈등관리지수를 10% 높이면 GDP가 2.41% 증가한다고 발표했다.

이런 우리나라 사회갈등 경제적 손실이 연간 240조에 달한다고 한다. 언행도 부당하고 폭력적으로 거칠어지고 상식에 맞지도 않는 선동으로 위험 경계선을 넘고 있다. 귀족노조, 입법·사법독재, 미국·중국사대, 토착왜구. 친일매국, 종북좌파. 경고계엄 등 사전에도 없을 뿐더러 도저히 성립될 수도 없는 언어도단부터 청산해 나가야 한다.

국민의 이름으로 절규한다. 제발 편 가르고 싸우지 말자! 지인, 가족까지 욕할까 SNS보기도 겁난다. TV에 여야 대표가 나와서 상대방 욕부터 시작하는 정치 4류를 더 이상 연출하지 말자! 죄도 없이 눈감고 귀막고 살기도 서글프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왜 국민이 불편해야 하는가? 당파싸움 역사를 망각하면 대한민국은 바로 강대국에 멸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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