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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추리작가 미나토 가나에 "나쁜사람은 마지막에 웃지 않아요"

세명일보 기자 입력 2016.07.05 21:33 수정 2016.07.05 21:33

"'고백'을 읽고 나서 찜찜한 마음이 됐다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요. 저는 '그런 작품을 써야지'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불쾌한 미스터리는 나쁜 사람이 마지막에 잘되는 것이죠. 하지만 제 소설에서 나쁜 사람이 마지막에 웃을 수 있는 경우는 없습니다."일본 추리 작가 미나토 가나에(43)는 4일 간담회에서 자신의 소설에 대해 "'이야미스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이 같이 밝혔다. 이야미스는 읽으면 '기분이 나빠지는 미스터리'라는 뜻이다. 사고로 딸을 잃은 여교사를 중심으로 사람들 마음 깊숙한 곳에 자리 잡은 얼룩을 잔인하고 생생하게 그린 '고백'(2007)을 통해 그녀는 '이야미스 여왕'으로 떠올랐다. 일본에서만 무려 320만부가 넘게 팔렸고 영화로도 옮겨졌다. 미나토는 하지만 '이야미스'라는 말은 싫으나 여왕이 붙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지금까지 제 작품을 몰랐던 사람도 제 작품을 만나는 계기가 될 수 있기에 감사한 별명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훈훈한 이야기를 많이 써서 이래도 괜찮을까 싶기도 합니다"고 머리를 긁적였다. 그래서 역시 잔혹한 추리 소설인 '리버스'가 지난해 5월 일본에서 출간됐을 당시 "'다시 돌아오셨군요' '기다리고 있었습니다'라는 평가를 받았다"고 웃었다. '고백'이 16만부가 팔리는 등 한국에서도 인기를 누리고 있는 그녀는 '리버스'의 번역 출간을 맞아 이번에 처음 한국을 찾았다. '고백'과 '리버스'를 비롯해 총 12종의 소설이 한국 독자들을 만났다. '리버스'의 주인공은 평범한 직장인 '후카세'. 그의 취미이자 유일한 관심사는 커피다. 커피 덕분에 여자친구 '미호코'를 만나게 된 어느 날. '후카세는 살인자다'라고 적힌 의문의 편지가 배달된다. 미호코의 추궁이 시작되고 후카세는 결국 마음 깊숙이 묻어둔 그 일을 떠올리게 된다. 대학시절 사고로 죽은 친구다. 미나토는 "후카세는 스스로 그 친구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었나 생각하죠. 그 친구가 소중하다고 생각했는데 그 친구는 정말로 그러했는지 궁금해하고 불안해하게 되는 거죠"라고 소개했다. 후카세는 자신이 알던 친구가 누구였는지를 파악하기 위해 그의 고향집을 찾아간다. 결국 하나씩 진실을 알게 된다. 그녀는 "한국 독자 여러분도 '리버스'를 읽으며 자신의 친구를 떠올리고, 내가 그 친구를 얼마나 알고 있었나 생각해봐주시면 좋겠다"고 바랐다. '리버스'의 뜻은, 친구의 과거를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되감기'다.주부인 미나토는 기간제 교사 등 작가로 데뷔하기 전 다양한 일을 경험했다. 서른이 갓 넘었을 때 새로운 일에 도전하고 싶어 글쓰기를 시작했다. 2005년 시나리오로 상을 받으며 방송국을 통해 데뷔했다.평범한 삶을 살아온 그녀가 죽음의 미스터리를 풀어가는 과정을 주로 그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죽음을 꼭 전면에 내세우려고 하는 건 아니라는 그녀는 "소중한 사람을 생각했을 때 아무런 계기 없이 그리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죽음을 그 사람에 대해 생각하게 매개체로 삼는 셈이다. "'산다'라는 것이 참 소중하며 죽음을 맞닥뜨렸을 때 우리는 슬픔을 느끼고 현실에 대해 알게 되죠."미나토가 미스터리 장르만 써온 것은 아니다. 등산하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쓰기도 했다. "취재 차 한 등반에서 한국인 단체 관광객을 만나기도 했어요. 그러한 인연도 있으니 한국어판이 꼭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한국의 젊은 여성들도 읽으며 많이 공감해주실 것이라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다양한 이야기들, 여성들의 이야기들을 쓰려고 합니다."번역가 김선영 씨는 미나토에 대해 "이야미스의 여왕이라기보다는 인간이 가진 다양한 모습을 그리는 분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299쪽, 1만3000원, 비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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