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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기획특집]안동의 전통사찰을 찾아서 (17)

조덕수 기자 입력 2020.03.23 11:28 수정 2020.03.23 11:28

영봉사(詠鳳寺)


■ 역사
조계종 16교구 말사로서 통일신라 시대 의상대사가 창건하였다. 창건과 관련하여 재미있는 이야기가 전해 오고 있다.
의상대사가 영주 부석사를 창건한 후, 한지에 학을 그려 하늘로 날렸다. 하늘로 날린 종이학이 신기하게도 살아 있는 학으로 변했다. 그 학이 학가산 자락으로 (경상북도 안동시 북후면 석탑리) 날아와 앉았는데 바로 현재의 영봉사가 들어선 곳이다. 그 후 도학 선사의 중창를 거쳐 영학당 선사가 재중창하였다. 1949년 2월 학가산에 숨어든 무장공비 토벌 작전으로 학가산에 불을 질렀는데 그때 사찰 전체가 화재로 소실되었다. 현재의 건물은 소실 이후에 중건한 것이다.

■ 설화
지형적인 측면에서 보면 예천군 보문면과 영주시 문수면의 잇는 내성천의 반대편에 영봉사가 자리 잡고 있다. 그래서 보문시현관샘보살과 문수보살 사이에 석가모니 부처님이 터를 잡고 계시는 형상이다. 예부터 자식을 가지지 못하는 사람이 절에서 기도하면 자식을 잉태한다는 설이 있다. 잉태한 사람들은 삼신각 앞 계단에 할아버지와 호랑이가 싸우는 꿈을 꾸었다고 한다.

■ 사찰의 분위기
학가산 자락에 가람이 남서향으로 자리를 잡았다. 앞에는 낙동강의 지류인 오염되지 않는 내성천이 어머니의 품처럼 포근히 흐르고, 뒤로는 학가산의 송림이 작은 가람을 솔향에 젖게 한다. 내성천의 안개가 꿈속처럼 피어오르고 노송의 향기가 절집에 내리면 가람은 몽환 속으로 빠져든다. 절집에서 보면 멀리 소백산의 일자 능선이 아득히 보이고 새소리 풀벌레 소리의 화음에 은은한 불경 소리가 들리면 여기가 바로 극락이다.

절집앞 나무 표지판에 浮雪居士 八竹頌이 길손의 잡아 세운다.
*此竹彼竹化去竹 風打之竹浪打竹
(이런대로 저런대로 되어 가는대로. 바람부
는 대로, 물결치는 대로)
*粥粥飯飯生此竹 是是非非看彼竹
(죽이면 죽, 밥이면 밥으로 사는 대로. 옳으면 옳
은 대로, 그르면 그른대로 보이는 대로)
*賓客接待家勢竹 市井賣買歲月竹
(손님 접대 집안형편대로. 시정물건 사고파
는 대로, 그때그때 시시때때로)
*萬事不如吾心竹 然然然世過然竹
(세상만사 내 맘대로 안 되면 안 되는 대로,
그래서 그렇고 그런대로 보내는 대로 살자)

■ 가람의 배치등
주전인 극락전은 팔작지붕 아래 정면 3칸, 측면 3칸으로 편안히 앉아 있다.
극락전 우측에 향로전이 있는데 맞배지붕 아래 정면 3칸, 측면 1칸 반에다 1칸짜리가 기억자로 붙어 있다.
주전인 극락전과 향로전 사이 뒤편으로 산신각이 팔작지붕 아래 정면, 측면 1칸으로 다소곳이 절집을 보듬고 있다. 향로전 벽면에 수행자의 수행법과 보살도의 가르침을 비유한 십우도가 그려져 있다. 향로전 우측에는 현대식 요사체가 편안히 자리를 잡고 있다.

■ 특징
- 주전인 극락전에는 본래 아미타부처님이 모셔져 있다. 아미타부처님을 모신 전각을 극락전, 아미타전, 미타전으로 부른다. 그런데 영봉사의 주전은 극락전인데 특이하게도 석가모니 부처님이 모셔져 있다.
- 1950년 불탄 법당터에서 재가된 불상의 흔적을 수습하였는데 그때 불사리가 발견되어 그 사리를 안치한 곳이 있다.

■ 주지스님과 대화
코로나19로 세상이 시끄러운 시절이라 편안하게 차 한잔하며 담소하는 시간을 갖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웠다.
주지 스님은 비구니 스님으로 법명는 조해다. 스님은 가람에 대해서 가족을 위한 기도 도량으로 어느 사찰 못지 않다며 은근히 절 자랑을 하신다. 절집은 소담하면서 맑고 청량하며 신령스럽다. 그래서 삿된 사람은 절에 오면 가위에 눌린다고 한다. 혹자들은 지세가 쇠락해 간다고 하는데 스님이 있어 보니 그렇지 않고 부처님의 품처럼 아늑하며 불력이 깃들어 있다고 한다.

■ 찾아가는 길
영봉사의 주소는 경북 안동시 북후면 구듬실길 171번지이다. 행정구역으로는 안동의 끝자락 북후 땅이다. 예천군 보문면과 영주시 문수면의 바로 경계지점이다. 중앙고속도로를 이용하면 예천 IC에서 내려야 한다. 예천 IC에서 928번 지방도를 이용하면 10㎞이다. 지방도에는 벚나무가 많아 벚꽃이 필 때 영봉사를 찾는다면 벚꽃 터널을 지나는 행운은 덤으로 얻을 수 있다.
그리고 시간이 허락한다면 영봉사를 오르기 전 맑은 내성천에 발을 한번 담가 보는 것도 여행에서 얻은 또 다른 맛이다. 5번 국도를 이용할 경우, 안동 북후면 소재지에서 영봉사까지는 23㎞로 두산리 월전리 신전리를 거쳐 30여분 소요된다. 학가산 북쪽의 호젓한 지방도를 세상사 잊고 지나가는 것도 영봉사를 찾는 길의 백미다.
<자료제공=안동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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