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도의 여름, 국은 빠지지 않는다
여름 한낮의 더위 속, 김이 피어오르는 밥상이 있다.
경상도의 밥상 위에는 무더위도 잠시 숨을 고른다. 뜨거운 국물 앞에 앉아 수저를 들고 한 숟갈 뜨는 순간, 속이 먼저 시원해진다. 그렇게 한 그릇을 비워내는 것이, 이 고장의 여름이다.
맑고 깊은 육수, 경상도 국밥의 매력
한우 국밥은 이 지역의 대표적인 보양식이다. 경상도식 고깃국의 전통을 잇는 이 음식은 사골 대신 푹 삶은 고기에서 우러난 맑은 육수로 맛을 낸다.
기름지고 진한 국물이 아니라, 담백하면서도 깊은 맛이 특징이다.
한우고기 자체에서 우러나는 육향과 깔끔한 국물이 중심이 된다.
양지, 사태, 목심 등의 한우를 긁직 굵직하게 썰어 핏물을 뺀 뒤, 가마솥에 자박하게 물을 붓고 삶는다.
여기에 고춧가루와 국간장을 넣어 30분 정도 끓이면 고기는 부드러워지고, 육수는 진하게 만들어진다. 이때 고춧가루는 체를 걸러 넣어야 맑고 시원한 국물맛이 살아난다. 야채를 나중에 넣기 위해 고기를 먼저 삶는 이유는, 첫째 진한 육수를 얻기 위함이며, 둘째는 대파와 무가 지나치게 무르지 않도록 만들기 위함이다. 또한 국물이 탁해지지 않게 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이렇게 끓인 국물은 고춧가루가 들어갔음에도 맑고 시원하다. 진한 육향, 무와 대파의 향미, 그리고 마지막에 두태기름으로 만든 얼큰한 고추기름을 한 방울 더하면, 경상도 국밥만의 깊은 맛이 완성된다.
종가에서는 국밥으로 마음을 전한다
종가에서는 손님이 많은 날이나 큰일이 있는 날 국밥을 낸다. 국밥은 화려하지 않지만 정성이 많이 들어가는 음식이다. 고기를 고르고, 삶고, 국물을 따로 끓이고, 이 모든 과정을 정갈하게 준비해야 비로소 한 그릇이 완성된다. 손이 많이 가는 만큼, 마음도 함께 담긴다. 그래서 국밥은 단순한 한 끼가 아니라, 누군가를 위한 따뜻한 대접이자, 마음을 전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여름 입맛도 살아난다
국밥은 상 위에서 단독으로 빛나기보다, 다른 반찬들과 어우러져 그 진가를 드러낸다. 깍두기 한 점, 고추튀김 몇 조각, 잘 부쳐낸 배추전 한 장이 곁들여 지면 국밥은 더 깊은 맛을 낸다.
경상도에서는 배추전에 간장 대신 초고추장을 살짝 찍어 먹기도 한다. 뜨거운 국물, 쫄깃한 고기, 짭조름한 반찬이 어우러지면 여름 입맛도 살아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