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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전닉스' 호황 뒤에 악재가 있다

김경태 기자 입력 2026.11.08 10:18 수정 2026.11.08 10:45

미디어발행인협 회장·언론학박사 이동한


반도체의 초호황과 국민경제의 불균형, 축배를 들고 환호만 할 일이 아니다. 반도체 두 기업이 경이로운 실적을 올렸다. 삼전닉스라는 신조어가 경제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기업의 이름을 합친 말이다. 인공지능(AI) 혁명이 불러온 반도체 초호황에 두 기업이 천문학적인 이익을 거두면서 대한민국 경제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부상했다. 삼성전자는 2026년 3분기 연결기준 매출 195조원, 영업이익 107조4천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영업이익이 무려 782.5% 증가한 수치다. SK하이닉스 역시 3분기 매출 104조6천억원, 영업이익 83조3천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영업이익 증가율은 632.1%에 달한다.

두 기업의 분기 영업이익을 합하면 190조원을 넘어선다. 웬만한 국가의 연간 경제 규모와 비교할 만한 엄청난 숫자다. AI 데이터센터에 필요한 고대역폭메모리(HBM)와 서버용 D램 수요가 폭발하면서 벌어진 일이다. 그러나 경제에는 영원한 호황도, 영원한 불황도 없다. 기업의 기록적인 이익이 국민 모두의 풍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축배를 들기 전에 그 이면을 살펴야 한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6년 3분기 경제성장률은 전기 대비 1.0%, 전년 동기 대비 3.4%다. 실질 국내총소득(GDI)은 전년 동기 대비 18.8% 증가했다. 수출가격 상승과 반도체 호황이 국민경제의 총소득을 크게 끌어올린 것이다. 그러나 국내총생산과 국민 개개인의 소득은 다른 문제다.

반도체 기업의 이익이 증가한다고 자영업자의 매출이 늘고, 건설노동자의 임금이 오르며, 청년들의 취업문이 저절로 열리는 것은 아니다. KDI의 2026년 8월 경제전망도 이러한 불균형을 지적했다. 올해 경제성장률을 3.2%로 상향 전망하면서도 민간소비 증가율은 2.3%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건설투자는 0.1% 증가에 머물고, 반도체를 제외한 제조업과 건설업의 고용 여건도 녹록지 않다고 진단했다. 특히 지방 부동산 경기 침체, 건설비 상승, 내수 부진은 서민경제를 짓누르는 요인이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은 인건비와 금융비용, 원자재 가격 상승에 시달리고 있다. 반도체 대기업의 수출 호황과 골목상권의 체감경기가 서로 다른 나라의 경제처럼 움직이는 것이다. AI 혁명에도 수익의 지속성을 장담할 수 없다.

AI 산업의 미래는 밝다. 데이터센터, 자율주행, 로봇, 의료, 금융, 국방 등 거의 모든 산업에서 AI 활용이 확대되고 있다. 이를 뒷받침하는 반도체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이다. 그러나 AI 산업의 성장과 반도체 기업의 이익이 같은 속도로 영원히 증가하지는 않는다. 

첫째, 기술 경쟁이다. 미국과 중국의 반도체 패권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으며, 경쟁국의 기술 추격과 자체 생산 확대는 우리 기업에 위협이다.

둘째, 공급과잉의 위험이다. 지금은 HBM과 고성능 메모리가 부족하지만 세계 각국의 생산시설이 확충되면 공급이 수요를 초과할 가능성도 있다. 반도체는 전형적인 경기순환 산업이다. 가격이 오르면 설비투자가 집중되고, 공급이 늘어나면 가격이 하락하는 사이클을 반복해 왔다.

셋째, AI 투자수익성 문제다. 천문학적인 데이터센터 건설비와 전력·냉각 비용을 감당하고도 AI 서비스가 지속적인 수익을 창출할 수 있을지는 아직 검증 과정에 있다. 빅테크 기업들이 AI 투자 속도를 조절한다면 반도체 수요에도 충격이 올 수 있다. 실제로 SK하이닉스는 역대급 실적 발표를 앞두고도 주가가 한 달 사이 약 30% 하락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시장은 현재의 이익보다 미래의 지속 가능성을 더 엄격하게 평가한다는 의미다. 경제적 양극화, 자유시장경제의 해법은 무엇인가. 더욱 심각한 문제는 경제적 성과의 편중이다. 두 기업의 이익이 국가경제 전체의 성장을 견인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그러나 그 과실이 일부 기업과 자본에 집중되고 다른 산업과 가계로 확산되지 않는다면 경제의 양극화는 더욱 심화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수도권과 지방, 자산 보유층과 무자산층,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격차가 벌어지면 소비가 위축되고 사회적 갈등이 커진다. 청년은 취업과 결혼을 포기하고, 자영업자는 폐업하며, 지방은 인구 유출과 산업 공동화에 직면한다. 결국 경제적 불평등이 교육과 주거, 세대 간 불평등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만들어진다. 그렇다면 해법은 무엇인가. 정부가 기업의 이익을 강제로 나누거나 시장을 통제하는 사회주의적 처방도, 권력으로 경제를 좌우하는 독재적 방식도 해답이 될 수 없다. 자유민주주의와 자본주의의 기본 원칙인 자유로운 경쟁, 사유재산권, 공정한 시장질서를 지키면서 시장의 불균형을 바로잡아야 한다.

첫째, 반도체 초과이익이 연구개발과 미래산업 투자로 이어지도록 세제와 규제 환경을 정비해야 한다. 둘째,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기술협력, 정당한 납품단가, 성과공유를 확대해야 한다. 셋째, AI와 반도체에 집중된 투자를 바이오, 로봇, 에너지, 방산, 관광 등 미래산업으로 다변화해야 한다. 넷째, 직업교육과 재교육을 강화해 AI 혁명에서 소외되는 노동자가 새로운 일자리를 찾도록 지원해야 한다. 다섯째, 지방의 산업기반과 중소기업 경쟁력을 키워 수도권 집중을 완화해야 한다. 무엇보다 정부는 인기영합적인 현금 살포나 기업에 대한 정치적 압박보다 생산성을 높이고 민간의 창의와 투자를 촉진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호황 뒤에 악재가 온다는 말은 단순한 비관론이 아니다. 경제의 역사가 보여주는 경고다.

국민에게도 냉정한 경제의식이 필요하다. 주식시장의 상승을 국부의 전부로 착각해서는 안 된다. 일시적인 고수익에 편승한 과도한 투자와 빚을 경계하고, 기업의 실적과 기술력, 국가경제의 기초체력을 함께 살펴야 한다. 삼전닉스의 성공은 대한민국의 자랑이다. 

그러나 두 기업의 성공만으로 대한민국 경제가 성공했다고 말할 수는 없다. 대기업의 호황이 중소기업의 성장으로, 수출의 성과가 국민의 소득으로, 수도권의 발전이 지방의 번영으로 이어질 때 비로소 진정한 경제성장이다. 반도체는 대한민국 경제의 엔진이지 경제 그 자체는 아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호황에 취하는 축배가 아니라, 호황이 끝난 뒤에도 살아남을 수 있는 경제 체력을 기르는 일이다. 우리 나라에는 아직도 고도성장 그늘의 신음소리가 끝나지 않고 있는데 또 다른 양극화의 짙은 먹구름이 출현하고 있다. 축제 후에 악마가 온다. 축배의 뒤에 있는 암울한 그림자를 보고 정신을 차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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